[긴급진단]미국·일본 '유턴기업 잡기' 혈안… 한국은 '잠잠'
입력 2013.12.13 15:08
수정 2013.12.16 17:07
글로벌 기업들 정부 지원 등에 잇따라 자국 공장 이전
세제혜택·규제완화·산단조성 등 다방면 지원 정책 내놔

"2020년 미국은 다시 세계 제조업 생산기지가 될 것이다. 최근 40년간 저비용 국가로 이전했던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8월 보고서에서 미국 기업들의 본국 유턴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망했다. 해외에 진출한 제조 기업들을 다시 본국으로 되돌리려는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에 대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왜곡된 경제구조를 바꾸고 제조업을 발전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래 제조업 혁명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이 이끌 것"이라고 공언하며 '리쇼어링(re-shoring·본국 유인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우선 오바마 정부는 현재 35%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8%까지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일자리 창출 기여도가 높은 제조업은 25%까지 낮추기로 했다. 설비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 기간도 종전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지난 2011년에는 연방정부 16개 기관이 20개 산업단지에 3700만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 정부 차원의 노력은 곧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지난 6월 '미국 제조업 분야 본국으로 유턴 기업 지속 증가'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통해 최근 미국 본토귀환을 결정한 대기업만 해도 10여 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월풀은 중국 믹서기 공장을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이전했으며 피어리스인더스트리는 중국에서 일리노이 주로 공장 이전을 실시했다. 캐터필러 역시 텍사스주 등 미국 내 15곳에 건설중장비 공장 건립을 시작했다.
이 같은 이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제너럴일렉트릭(GE)은 중국에 있던 대형 온수기 공장을 미국 켄터키주로 옮겼으며 오티스도 멕시코 엘리베이터 공장을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전했다. 올해 9월에는 구글이 텍사스에 모토로라 공장을 건립하기도 했다.
최근 애플과 포드 역시 중국에 있던 공장을 내년까지 각각 텍사스주와 미시간주로 이전을 결정하면서 '유턴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 역시 신규 공장 설립 비용의 20%를 지원해주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의 자국 유턴 현상은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대거 빠져나가면서 '산업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됐던 일본은 유턴 기업 유치를 위해 지원제도 정비에 나선 상태다.
일본 정부는 올 초 40.69%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38.01%로 인하했으며 앞으로 2015년까지 35.64%로 더 낮춘다는 계획이다. 공장입지 제한 규제를 폐지하고 환경규제도 완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자업체인 엔이시(NEC)와 샤프, 소니, 파나소닉 등은 해외 공장 축소와 함께 자국 내 공장 생산확대 및 신규 라인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닛산 등 자동체 업체 역시 중국 생산량을 줄일 계획이다.
한편 국내 역시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유턴 기업 지원정책을 서둘러 진행하고 있다. 국내 정부는 지난 7일부터 국내 유턴 기업에 7년간 법인세, 소득세(5년간 100% 감면, 그 이후 2년 50% 감면)를 감면해주기로 했다. 임대료 및 고용보조금도 지원한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이후 현재 대기업이 유턴한 경우는 아직 없다.또 그나마 돌아온 30여곳의 기업들은 주얼리 공장 20여곳과 신발 공장 5곳 등 소규모에 불과하다. 올해 역시 전자부품, 기계, 자동차 부품 등 10개 기업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유턴을 협의한 수준에 그쳤다.
전경련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정부 규제 부담 및 규제개선 효율성은 142개국 중 각각 114위, 96위에 그쳐 국내 기업들의 규제 부담이 매우 크다"며 "또 국내에서 법인세 증세 움직임도 있어 한 번 한국을 떠난 기업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