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보수단체 강연서 '6.25북침이냐' 질문 받자...
입력 2013.12.13 11:32
수정 2013.12.13 11:44
선진화재단 강연자로 나서 "내가 설마 북침설 믿겠나"

“허허. 제가 설마 ‘6.25북침설’을 믿겠습니까.”
13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빌딩 4층. 보수단체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의 초청으로 단상에 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6.25를 북침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좌파시장 아니냐’, ‘종북세력과 뜻을 같이한다’는 보수진영의 지적에 대해 답변하는 자리였다.
박 시장 입장에선 ‘적군의 본거지’에 들어온 형세였다. 참석자 대부분이 보수진영의 학자, 연구기관 위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었다. 그동안 매주 금요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세미나에선 박 시장의 이름과 함께 ‘좌파’, ‘종북’이라는 단어가 한 뿌리처럼 엮여져 나왔다. 이날 박 시장은 ‘보수의 오해’라며 자신의 입장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념공세 방어선 친 박원순 "KS라인, 경남출신, 딸만 다섯인 집"
박 시장은 자신의 이념성향과 관련, “사람이 상식과 기본이 있고, 그 바탕에서 진보도 있고, 보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어느 한쪽을 만나서 이야기 못할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시장이 유럽에 하면 중도보수정도 될 것’이라는 지인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 사회의 지형이 유럽 등과 달라서 (나에게 진보라고) 그렇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보수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출신성분’을 거론하며 감성에 호소하기도 했다.
“내가 명색이 ‘KS(경기고-서울대 출신)’다. 내 동기 주변인들이 검찰총장이고 그렇다. 내가 (이념이) 어디까지 가겠는가. 거기에다 내가 경남 출신이고, 딸만 다섯인 집에서 태어났다.”
박 시장은 “내가 어떤 점에선 진보적이고, 어떤 면에선 보수적일 수 있다”며 “그 것을 그렇게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것 자체도 문제가 있다. 내가 조정자의 역학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한 참석자가 ‘이념적으로 스스로 진보라고 이야기했는데...’라고 질문을 하자 말허리를 자르며 “내가 그런 이야기는 안했고, 진보쪽에서 활동을 했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무분별 정치공세 막기 위해선 '징벌적배상' 도입해야
특히 박 시장은 ‘6.25북침’ 관련 질문에 웃으면서 “그런 질문을 하리라고 생각도 안했다”며 “명색이 검사를 한 사람인데, 그걸 믿겠는가”라고 되물었다.
박 시장은 ‘세간에 그런 이야기가 있다’는 참석자의 지적에 “그래서 정치가 문제라는 것”이라며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면서 절망을 느꼈다. 어떻게 내 아이들(사생활 공개 등)까지 할 수 있느냐. 언론은 또 그것을 썼다”고 개탄했다.
박 시장은 이어 “이런 것을 막기 위해 우리사회에 도입할 것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라며 “고의적이거나 악의적으로 보도를 하거나 상대방에게 가해를 할 때는 징벌적인 배상액을 매기면 해결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박 시장은 미국 흑인폭동의 도화선이 된 ‘로드니 킹 사건’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지난 1991년 3월 3일 LA에서 과속운전으로 도주하던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이 백인 경찰들에게 붙잡혀 곤봉으로 무차별 구타를 당한 사건으로, 킹은 당시 LA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380만 달러를 받았다.
박 시장은 “킹이 거액의 보상을 받은 것처럼 미국에는 게임의 원칙이 살아 있다”며 “절대로 악의적인 가해를 할 수 없게 되고, (우리가 이를 도입하면) 사회에 신뢰를 쌓는 원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연이 끝난 뒤 박 시장의 ‘이념해명’에 대해 일부 보수인사들은 “그동안 오해가 풀렸다”고 했고, “여전히 자유주의 노선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시장은 “다음 선거에서 지지하겠다”는 한 참석자의 덕담에 “앞으로 (보수진영 모임에) 자주 와야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