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갸우뚱 글러브 '만들거나 하지 않거나'
입력 2013.12.12 09:24
수정 2013.12.13 10:26
대체로 무난한 수상 결과 투수·포수 부문 논란
외국인 선수 외면한 투표결과-부끄러운 성적 ‘갸우뚱’

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2013 골든글러브 수상자가 지난 10일 발표됐다.
하지만 시상식을 바라보는 야구팬들과 관계자들의 마음은 썩 홀가분하지만은 않았다. 야수 포지션은 대체로 활약에 따라 무난하게 수상자가 결정됐다는 평가지만, 투수와 포수 부문에서는 반응이 엇갈렸다.
올해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는 넥센 손승락 차지였다. 손승락의 골든글러브 수상은 개인으로서는 최초이자 선동열, 정명원, 구대성, 신윤호에 이어 구원투수로는 역대 5번째다.
하지만 많은 야구팬들은 손승락의 수상 자체보다는 투표 기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구원투수들은 선발투수들에 비해 골든글러브에서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올해 골든글러브 수상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구원투수는 손승락이 유일했다.
비슷한 상위권 성적을 올린 선발투수들이 몰리다보니 표가 분산됐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보다 뛰어난 성적을 올린 외국인 선발투수들이 차별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SK 세든이다. 올 시즌 SK 에이스로 활약한 세든은 14승 6패를 기록하며 삼성 배영수와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고 평균자책점은 2.98을 기록했다. 올해 최고의 선발투수는 세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세든은 정작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손승락은커녕, 그보다 다승을 제외한 모든 기록에서 뒤지는 배영수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올해 투수부문 골든글러브는 1위를 차지한 손승락은 유효표 323표 중 97표를 얻으며 역대 최저득표로 1위에 올랐고, 배영수가 80표로 2위를 차지했을 만큼 접전이었다.
손승락-세든과 3파전을 예상했던 평균자책점 1위 NC 찰리는 41표를 얻는데 그쳤다. 만일 국내 선수였고, 손승락과 배영수가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투표 결과가 같았을지 의문이다.
외국인선수가 골든글러브를 받기 어렵다는 사실은 프로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역대 골든글러브 수상자만 봐도 2009년 로페즈(KIA), 2008년 가르시아(롯데), 2007년 리오스(두산) 등 독보적인 개인성적에 팀 성적까지 받쳐준 케이스들이다.
반면 지난해 브랜든 나이트처럼 16승, 평균자책점 2점대를 기록하고도 다승왕인 삼성 장원삼에 밀려 철저하게 외면 받은 케이스도 있다.
이러다 보니 차라리 외국인 선수상을 신설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골든글러브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매년 뛰어난 성적을 올린 외국인 선수들이 골든글러브에서 공공연하게 차별을 받는 행태를 시정하지 못한다면 이런 잡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논란이 발생한 포지션은 또 있다. 바로 강민호가 3년 연속 수상에 성공한 포수 부문이다. 강민호는 올해 타율 0.235, 11홈런에 그치며 최근 몇 년간 가장 부진한 성적에 그쳤다.
그럼에도 강민호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골든글러브 수상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경쟁자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진갑용, 이지영, 양의지 등 함께 후보 부문에 오른 선수들은 팀 성적을 제외하면 모두 강민호보다 특출하게 나을 것이 없었다.
사실 강민호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했다면 올 시즌 아예 수상후보 자격도 얻지 못할 수 있었다. 포수 후보 기준이 88경기 이상 출전, 타율 0.270 이상에서 올해 85경기 이상 출전, 타율 0.230 이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상자가 없다고 골든글러브의 격까지 함께 떨어뜨려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격이 있는 선수가 없다면 아예 시상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