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새정추위원장 4인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입력 2013.12.08 15:21
수정 2013.12.08 19:00
이계안 김효석에다 박호군 윤장현 등 중량감도 신선함도 없어
쏟아지는 인재 영입 질문에 "현재도 많은 분들과 얘기중"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 기자회견을 열어 새정추공동위원장 등을 발표했다. 신당 창당 직전 기구라는 점에서 파괴력 있는 인사가 선임될지 기대를 모았지만, 그간의 예상을 비켜가지 않았다. 안 의원은 이날 거듭된 인재영입 질문에 “현재도 많은 분들과 얘기 나누고 있다”는 답을 반복했다.
새정추공동위원장으로는 박호군 전 과학기술부 장관, 윤장현 광주비전21 이사장, 김효석 전 의원, 이계안 사단법인2.1연구소 이사장으로 ‘4인 체제’가 확정됐다. 김 전 의원과 이 이사장은 민주당 출신 인사들이다. 대변인으로는 금태섭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이 선임됐고, 새정추 산하 소통위원회위원장은 안 의원의 최측근인 송호창 무소속 의원이 임명됐다.
안 의원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새정치의 첫걸음을 디디게 돼 매우 기쁜 마음”이라며 박 전 장관부터 한 명씩 소개의 말들을 남겼다. 그는 박 전 장관에 대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과 과기부 장관을 역임한 한국의 대표적 과학기술인”이라며 “늘 다음 세대를 염두에 두고 교육에도 뜨거운 열정을 갖고 오신 분”이라고 말했다.
윤 이사장에 대해선 “YMCA전국이사장을 지낸 존경받는 시민운동가”라며 “지금도 시민사회의 중추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 분”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에 대해선 “오랜 의정활동을 통해 정책전문가로서 대립보다 대화를, 갈등보다 합의를 선택한 합리적 정치인”, 이 이사장에 대해선 “현대차전문경영인을 지냈으며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정책전문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인사들이 없다는 점에서 질의답변 시간에는 ‘인재영입 부족’을 지적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지켜보면 알겠지만 추가로 여러 분들이 합류하게 될 것”, “추가로 합류할 공동대표단이 있다”고만 밝혔다. 그는 김 전 의원과 이 이사장이 예상된 인사라는 점을 지적했을 땐 “보도가 안됐던 분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라고 일축했다.
경기도와 호남을 겨냥한 인선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박 전 장관(인천)과 이 이사장(평택)은 경기도, 윤 이사장(광주)과 김 전 의원(전남)은 호남지역 출신이다.
안 의원은 이와 관련, “새정추 성격 자체가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인재들을 모으고 정책을 가다듬고 국민의 소리를 담아내는 실무기구”라며 “그런 점을 염두에 둔 인선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영남권 인사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내가 부산이고, 송 의원이 대구”라며 적극 해명했다. 여성 인사가 없다는 지적에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안 의원은 지난달 28일 새정추 출범을 예고하는 자리에서도 창당 시기나 인재 등에 대한 의문에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아 궁금증을 증폭시킨 바 있다. 새정추 때도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오지만, 새정추의 주요 역할을 인재영입으로 두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감을 남겼다.
그는 향후 계획에 대해선 “새정추 설명회와 정책토론회를 전국 곳곳에서 열어나갈 예정”이라며 “콘크리트가 단단한 기둥이 되기 위해선 시멘트뿐만 아니라 모래, 자갈, 물 등이 함께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복잡한 사회문제를 풀기 위해선 여러 이념과 가치들이 공존, 융합, 협력해야 한다. 전국의 소중한 목소릴 듣고 채워 국민 요구를 담겠다”고 했다.
안 의원은 또 “훌륭한 인재들을 공개적으로 모시겠다”며 “민생현장에서 삶의 변화를 위해 노력한 분들, 국민들께서 추천하는 분들을 찾아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고초려, 필요하다면 십고초려도 하겠다. 그렇게 해서 정치기득권의 벽에 막혀 좋은 뜻을 펼 수 없었던 분들에게 신명나게 봉사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추 4인체제' 면면 살펴보니...
이날 임명된 새정추공동위원장 중에는 박 전 장관과 윤 이사장이 김 전 의원과 이 이사장보다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인물’로 꼽혔다.
안 의원이 전면에 내세운 박 전 장관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일리노이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1999~2003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2003년 과학기술부장관 등을 지낸 정통 과학계 인사다. 박 전 장관은 자신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을 맡았을 당시 안철수연구소 대표로 있던 안 의원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면서 “그때부터 상당히 책임 있고 깨끗한 기업인이란 이미지를 늘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정추에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았을 때 여러 번 고사했다”면서도 “우리 정치에도 새정치, 삶의 정치를 위해 새로운 변화가 한 번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해 내가 그동안 가졌던 과학기술에 대한 경험, 교육에 대한 경험, 정부에 참여했던 행정경험 등을 통해 미래비전을 중심으로 새정치위원을 하는데 역할을 하려는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윤 이사장은 조선대의대(안과 전문의)를 졸업하고,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 광주시민연대 대표, 아름다운 가게 전국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 한국YMCA전국연맹 이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자신을 야권인사로 보는 시각에 대해 “난 어느 진영에도 서보지 않았다”며 “그걸 극복하는 게 새정추의 과제”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의 광주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윤 이사장은 “요청을 받고 고민한 게 사실”이라며 “사실 민주주의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나. 우리나라는 특정지역에서 선택할 수 없는 형태”라고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김 전 의원은 전남지사, 이 이사장은 서울시장 후보로 입길에 오르고 있다.
안철수 신당의 지방선거 후보군으로 여러 명이 오르내리면서 야권연대에 대한 안 의원의 입장도 궁금증을 자아냈으나 안 의원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이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현 대한민국의 정치구조, 그 틀을 바꾸는 일”이라며 “지방선거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책임지겠다는 대원칙을 갖고 있단 걸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만 말했다.
한편, 김 전 의원과 이 이사장은 야권의 ‘맏형’인 민주당 출신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김 전 의원은 중앙대 교수와 경영대학장을 거쳤으며, 16~18대 국회의원을 지낸 3선 의원으로 민주당에서 정책위의장, 원내대표 등을 지냈다. 그는 이날 새정추 기자회견서 “새정추는 국민 여러분의 요구로 만들어진 그릇”이라며 “우리는 그릇을 만드는 일꾼에 불과하고, 국민 여러분이 이 그릇에 들어와 채워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민주당원 등에게 민주당을 탈당하는데 고심이 많았다고 토로한 뒤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고 했다”며 “먼저 길을 떠나지만 우리는 다시 더 큰 길에서 만날 것이라 믿는다. 나의 남은 정치인생을 한국정치의 발전을 위해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충정으로 헤아려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 현대카드 대표이사 회장 및 현대캐피탈 대표이사 회장 등을 지낸 기업인 출신으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기자회견서 “즐거워한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이 있다. 그 말씀에 터 잡아 국민과 함께 하는 새정치를 하는데 마음과 뜻, 힘을 다하겠다”고 짤막한 소감을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