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단 시국미사 파장…여야 입장차 속 정국 '꽁꽁'
입력 2013.11.24 13:05
수정 2013.11.24 13:32
"사제복 뒤에 숨어 반국가행위" VS "청와대는 귀 기울여야"
여야는 23일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이 최근 시국 미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정당화 등의 발언한 것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은 ‘사제복 뒤에 숨어 국론 분열 행위를 하고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한 반면, 민주당은 ‘사제단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불통을 문제 삼았다.
새누리 “사제복 뒤에 숨어 반국가적 행위를 벌이는 것인 비겁한 짓”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대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이례적으로 주말에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사제복 뒤에 숨어 반국가적 행위를 벌이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며 “(신부들은) 뒤에 숨지 말고 당당하게 사제복을 벗고 말씀하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수석부대표는 “지난 대선을 불법선거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한 것은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의 뜻을 무시한 것”이라면서 “국민들이 선택으로 뽑은 국가 원수를 폄훼하는 용납될 수 없는 언행”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특히 박창신 신부의 연평도 관련 발언에 대해 “한 원로신부는 미사 중 강론을 통해 북한의 연평도 공격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천안함 폭침 사실을 부정했다”며 “궤변과 억지선동으로 무장하고 정교를 방어벽으로 삼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윤 수석부대표는 또 민주당을 향해 “야권연대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민주당은 대통령 사퇴 요구와 북한의 연평도 공격 정당화, 천안함 폭침 부정에 대해 동의하고 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신야권연대를 향해서도 “야권연대는 이에 대해 정리된 공식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결국 대선불복 연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박 신부의 발언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젊은 영령들과, 지금도 북한의 도발 위험에 맞서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국군 장병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더 나아가 국민들의 선택으로 선출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함으로써 그 의도의 불순함이 극단에 달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아직도 냉전시대의 타임캡슐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그래서 시대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일부 소수 극단적 정치 세력에게 고한다”면서 “이제는 그 깊은 잠에서 깨어나 현 상황을 똑바로 직시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수세력의 극단적 움직임이 대한민국 정부와 대통령의 정통성을 뒤흔들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 국민은 과거의 시각에 사로잡혀 현재의 시간을 허비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발목을 잡는 그 어떠한 시도도 용납치 않는다는 것을 깊이 깨닫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민주당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말씀에 겸허히 귀 기울이라”
반면, 민주당은 ‘사제단의 발언을 계기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기 문란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목소리에 반성적 자세로 임하는 게 아니라 반목과 대립의 주범으로 몰아세우려 하고 있다”며 “비판에 귀 기울이지 못하는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국민통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성경말씀에 마땅히 외쳐야 할 자들이 소리치지 않으면 ‘돌들이 소리 지르게 될 것이다’이라는 구절이 있다”면서 “사제단은 돌들이 소리 지르기 전에 사람의 목소리로 정의구현을 외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사제단의 말씀에 겸허히 귀 기울이라”면서 “지금 사제단이 외치는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세상의 모든 돌들’이 소리를 지르며 일어서게 될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또 “종교계의 언행을 정치권의 논란으로 옮겨오려는 새누리당 행동은 이해되지 않는다”며 “각계 연석회의의 요구 사항은 특검을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제단의 일부 발언을 빌미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종교계와 싸우려하기 보다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주말 기자회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24일 오전 논평을 통해 “주말이면 어김없이 나와 청와대의 심기를 극단적으로 대변하며 정국 분란을 부채질해대니 집권여당의 원내수석부대표라기 보다는 알바 형 주말 비공식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대변인은 “사석에서 박 대통령을 ‘누나’라고 부른다며 거들먹대니 누가 그 위세를 무시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그러나 현직 대통령을 대놓고 ‘누나’로 부른다는 것은 누가 봐도 공사를 구분 못하는 부적절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윤 수석부대표가 하지 말아야할 말을 흘려 정국을 꼬이게 만든 게 한두 번이 아닌데 계속 이렇게 방치한다면 세상사람들은 ‘누나’가 시켜서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누나’를 위한 사모곡도 정도껏 해야지 이 정도면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대방은 꿈도 꾸지 않고 있는데 대통령을 위한답시고 자꾸 대선불복이 아니냐고 떠들어대니 오늘 이 모양 이 꼴이 된 것 아닌가”라면서 “청와대는 제발 윤 수석부대표의 빗나간 ‘남매별곡’을 자제시켜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