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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메다-손정오전 방송 중단 ‘판정논란 은폐?’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3.11.21 15:00
수정 2013.11.21 15:08

광고 정규편성 핑계로 판정 직전 방송 중단

‘짜고 치는 고스톱’ 현장 술렁이자 부담됐나

손정오(오른쪽)가 챔피언 가메다 고키를 상대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판정패했다. ⓒ 연합뉴스

일본 복싱 팬들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일본 TBS는 지난 19일 제주그랜드호텔 특설 링서 열린 세계권투협회(WBA) WBA 밴텀급 타이틀매치 손정오(32)와 가메다 고키(27·일본)의 경기를 단독 생중계했다. TBS는 이날 경기의 공식 스폰서이기도 하다.

경기는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도전자 손정오가 일본의 자존심이자 챔피언인 가메다를 일방적으로 두들긴 것. 하지만 석연찮은 1-2 판정패(112-115, 116-113.5, 114-114.5)로 손정오는 통한의 눈물을 쏟아야 했다. 라이트플라이급과 플라이급, 밴텀급 등 3체급을 석권한 가메다의 기량은 명성과 달라 아쉬움이 컸다.

인파이터 손정오는 가메다를 몰아붙인 끝에 10회 다운까지 뺏었다. 그러나 마무리 한 방이 아쉬워 판정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부심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가메다의 2-1 판정승을 선언했다.

복싱 관계자는 예견한 듯 “일본 스폰서가 주선한 대회라 도전자 손정오가 이길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은 KO뿐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관중석 곳곳에선 격분의 고함이 메아리쳤다.

그런데 이 장면을 일본 TBS에선 볼 수 없었다. TBS는 ‘광고 정규편성’ 관계로 서둘러 생중계를 마쳤다. 그 순간 TBS 방송국엔 항의전화가 빗발쳤고, 9개의 광고가 끝난 뒤에야 이어진 뉴스23 첫머리에서 “가메다가 8차 방어전에 성공했다”고 단신으로 보도했다.

일본 시청자들은 당연히 분통을 터뜨렸다. ‘야후 재팬’을 비롯해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는 “‘수초’에 불과한 판정 발표 순간을 생략하는 게 말이 되느냐” “고의든 아니든, TBS가 한국 관중의 야유를 은폐했다” “매 라운드 뒷걸음 친 가메다는 부끄러운 챔피언이다” “한국 복싱 팬들에게 대신 사과하고 싶다” “승자가 결정된 프로레슬링을 본 기분”이라는 댓글이 쏟아졌다.

‘닛칸스포츠’ ‘산케이’ 등 일본 주요 일간지도 자국 복싱 팬들의 아우성을 비중 있게 전하며 “가메다는 초반만 활발했을 뿐, 중반부터 12라운드 마지막 순간까지 도전자 손정오에 시달렸다. 조속한 시일 내 두 선수가 함께 사각 링에 서야 한다”고 재대결 당위성을 역설했다.

TBS가 생중계한 손정오-가메다 일본 전국 시청률은 10.8%를 기록,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특히, 판정발표 직전 순간 ‘16.5%’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그러나 TBS는 급히 생중계 화면을 끊고 정규 광고 9개를 방송했다. 이 행동은 오히려 많은 의구심을 낳으며 혼네(본성)·다테마에(겉치레) 정서를 지닌 일본 시청자들의 자존심 마저 상하게 했다.

한편, 챔피언 가메다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원정의 어려움은 없었지만, 한국 관중의 원초적 응원이 박진감 넘쳤다”면서 손정오에 대해선 “큰 인상은 없지만, 좋은 선수임이 틀림없다. 판정승은 나에게도 운이 있음을 뜻한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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