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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래한 서별관 회의가 창조금융 망친다

김재현 기자
입력 2013.11.12 11:19
수정 2013.11.12 11:55

<긴급진단-금융위기 해결할 컨트롤타워가 없다③>균형과 견제 보장하는 투명한 협의체 필요

국회, 관치금융 청산 금융소비자 보호강화 위해 해결책 도출해야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1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질의에 답변하는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연합뉴스

'하이니의 법칙'이 있다. 큰 대형사고가 일기 전 사소한 사건이 약 25가지가 나타난다. 그 25가지 사건 발견 이전에는 300가지가 넘는 이상징후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동양사태는 예고된 재앙이었다. 1만7000여명의 동양 피해자들은 "차라리 끔찍한 악몽이 낫겠다"고 절규한다. 저축은행 사태, 금호·웅진·STX사태, 효성비리 등 동양사태의 전조였다. 한 그룹의 문제가 아니라 2000년 이후 대그룹 집단의 금융산업 모델이 무너지는 상징성이 짙다.

이번 동양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두가지다. 첫번째는 그룹 오너 일가의 모럴헤저드다.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마치 사금고처럼 활용한 금융의 악용이다.

두번째는 금융감독체계의 심각성이다. 기업금융의 건전성과 소비자보호의 임무를 맏는 금융감독체계의 실패다. 그간 소비자보호 대신 금융산업 성장에 치중했던 관치 구조는 물론 금융정책과 관리감독에 있어 책임이 크다.

이 근저에는 모피아에 의한 관치금융에 있다. 한 손엔 금융기관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틀어쥐고 다른 한 손에는 기촉법을 수단으로 부실기업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거머쥐고 있다.

여기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는 서로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두 기관은 겉으로 보면 서로 으르렁대고 있지만 퇴직 후 일자리 확보 차원에선 원칙적으로 공조하고 있다.

이런 구조 속에 금융소비자 보호가 낄 자리가 없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창조경제시대가 막을 열었다. 창의성과 과학기술에 바탕을 둔 경제운영을 통해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일자리도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선 창조금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관치가 시장논리보다 위에 군림한다면 창조금융은 요원해질 것이다. 창조금융은 적자생존 논리로 경쟁력을 강화할 때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최근 대내외적인 여건이 바뀌면서 금융환경도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금융위기인 2008년 이후 금융감독 체계를 전환하고 있다. 그전까지만 해도 소비자보호는 뒷전이었다. 월가 점령 사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보호가 한층 강화됐다.

우리의 경우, MB정부 때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체계 개편이 이뤄졌다. 금융정책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을 책임지는 금융감독원으로 쪼개놨다. 조직이 분리되다 보니 정보의 소통과 의사가 신속히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책임에 있어 불투명한 문제가 드러났다.

두개로 분리된 금융감독체계에서 정책과 감독을 총괄하는 연결고리가 없다. 컨트롤 타워가 없다보니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업무 한계에 부딪혀 어찌 할 수 없다고 방관하는 실정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반드시 외양간을 고쳐서 다시는 소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 역시 이런 속사정을 잘 알면서 수수방관 뒷짐을 지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어선 안된다.

서별관 회의, 금융위기 컨트롤타워?

올해 국정감사때 청와대 서별관 회의가 이슈가 됐다. 동양그룹 사태 전후 9월에만 모두 세차례에 걸쳐 청와대 서별관에서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은금융 회장이 참석해 동양사태를 놓고 논의를 한 사실이 밝혀졌다. 최 원장은 청와대 서별관 회의를 했다는 것을 숨기려다 위증 논란을 일으켰다.

청와대 본관 서쪽의 회의용 건물인 서별관에서 열린다고 해서 '서별관 회의'로 불린다. 서별관회의는 정부의 경제 부처 수장들이 모이는 경제금융점검회의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한국은행 총재 등이 멤버다.

국민의 정부때부터 '경제정책 중심' 역할을 위해 경제수장들이 수시로 모여 의견을 주고 받았다. 보안유지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008년 10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를 받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점심시간이 되자 "도시락을 먹고 오겠다"며 자리를 뜨자 일부 야당 의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강 전 장관이 자리를 이탈한 것은 서별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금융안정을 협의하는 조직이나 기구가 없다보니 서별관 회의가 사전 물밑교섭, 협의, 조정하는 실제적으로 명실상부한 금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양사태로 인해 금융시장의 여파가 큰 만큼 경제 관료들이 모여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회의는 공개·비공개를 떠나 당연하다.

그럼에도 최 원장이 청와대 서별관 회의 자체를 숨기려고 했던 것에 의혹이 증폭됐다.

야당 관계자는 "금융 스캔들이 불거진 만큼 금융 수장들이 모여 논의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그 자체를 숨기는 의도가 무엇인지, 혹시 묵인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의문은 증폭됐다"며 의아해 했다.

이같은 의혹들은 회의에 참석한 인사들의 지연·학연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무성한 소문을 생산해냈다.

국정감사때 밝혀진대로 최수현 원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은 서울고 동기생이다.

서별관 회의에 이례적으로 참석했던 홍 회장은 지난 19993년 9월부터 2007년 2월까지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경제학부 교수로 재임하면서 동양종합금융증권 사외이사를 오랫동안 맡았다.

여기에 홍 회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조원동 경제수석은 경기고 선후배 사이다. 신 위원장과 조 경제수석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에서도 청와대 서별관 대책회의에 홍 회장이 이례적으로 왜 참석했는지를 놓고 말들이 많았다"며 "비공개 회의라는 점, 이들이 동양종합금융증권과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동양그룹 회생방안도 논의되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식 의원(민주당)은 "동양그룹의 마지막은 산업은행에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 받는 것에 집중돼 있었는데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는 이례적으로 산업은행장이 세차례에 걸쳐 연이어 참석했다"면서 "실패한 로비도 로비다. 그 로비가 어디로 누구를 타겟으로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동양사태가 예견됐지만 금융위와 금감원은 제대로 된 협의조차 없었다. 금융위는 감독당국의 책임이라고 수수방관했고 금감원은 법적인 제약 속에서 최선을 다했노라며 일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 권역별 현안과 대응이 다르기 때문에 긴급 보고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하고 있다"면서 "동양사태와 관련해서 특별한 대책회의나 협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또다른 금융스캔들이 발생했을 때 금융당국과 감독당국간 의사결정의 책임성, 신속성, 투명성조차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상황이나 국내 경제의 이상기류가 생겼을때 컨트롤할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와대 서별관 회의가 금융 컨트롤타워가 될 수는 없다.

청와대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부가 어떤 상황이 생기면 회의하는데 상시협의체가 있다고 하면 국가가 개입하게 되는 꼴이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부가 해결할 수 밖에 없는 책임론 문제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반대로 경제·금융위기가 생겼을때 그룹이 부도가 난다거나 국가 위기 상황이 생겼을때 대응할 수있는 체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라고 말했다.

균형과 견제, 조화로운 협의체 필요

이번 동양사태 교훈을 통해 금감유관기관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다. 비공개 석상에서 논의하는 협의체보다 투명성을 보장하고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금융안정협의회와 같은 협의체를 통해 금융감독 유관기관들 간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거시건전성 감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다른 목소리도 있다. 감독체제를 둘러싼 정보비대성 자체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정보비대칭성으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유인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감독기구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적절히 확립한다.

김자봉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공재인 금융감독의 결과물은 금융시스템과 소비자의 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므로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이를 통해 금융소비자와 감독기구간 정보비대칭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편된 영국 감독체제에서는 이같은 정보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국회와 법률상 영란은행 상위기구인 재무부가 금융정책위원회(FPC)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감독행위를 직접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FPC의 구성 인원은 10명 가량이다. 이 가운데 완전 민간인이 2명가량 포함돼 있어 소비자를 대변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됐다.

또 다른 하나는 감독기구가 금융소비자의 이익보다 자신의 이익 추구를 방지키 위해 감독정책과 감독행위에 대한 실명제 도입을 검토할만 하다.

김 연구위원은 "미시적·거시적인 금융감독과 관련있는 기관들의 상호 견제와 균형의 메카니즘 확보가 중요하다"면서 "감독기관의 균형과 규제가 이뤄지는 가운데 감독 책임자를 공시해 보다 책임감 있는 감독의 체계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체계를 전면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금융위를 해체해 금융위가 수행하는 기능 중 금융산업정책에 관한 것은 기재부로 이관하고 그 나머지 기능은 모두 금감원으로 보내 '민간에 의한 금융감독'을 확립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금융위의 감독기능을 이관받은 금감원이 거대 공룡으로 군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하라는 자칫 상충할 수 있는 두개의 감독목표를 잘 추구할 수 있도록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조직을 분리하자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모피아에 의한 관치금융을 청산하고 건전성 감독과 시장감독이 본연의 감독목적에 충실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와 관련해 다양한 정부안과 시민단체안 그리고 국회의원 입법발의안들이 제시돼 있는 만큼 관치금융을 청산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들 법안들을 통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은 국회가 해야 할 몫이다.

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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