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서청원' 충청과 연대 PK 독주 견제할까
입력 2013.10.30 23:31
수정 2013.10.30 23:36
PK 수장 김무성과 당내 권력구도 경쟁 불가피
정우택 이완구와 충청권 신흥세력 형성도 관심
이변은 없었다. 10·30 재보궐 국회의원 선거 경기 화성갑에 출마한 서청원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가 무난하게 당선되면서 정치권의 눈길은 그의 향후 행보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차기당권구도다. 현재 김무성, 이인제, 최경환, 이완구 의원 등이 차기당권주자로 오르내리는 가운데, 서 전 대표의 귀환은 판 자체를 뒤집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본인은 “김 의원과 당권 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친박의 좌장격인 서 전 대표가 7선 의원으로 원내에 입성하면서 여권 내 주요 권력지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지론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30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서 전 대표가 친박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당권 경쟁 구도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박사도 “차기 정치 진영은 친박 대 비박으로 갈 것이고, 서 전 대표는 새누리당에서 친박 주류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9일 서 전 대표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는 황우여 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현역 의원 30여명을 비롯해 20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경기도 지역 새누리당 의원 총 20명 가운데 16명이 참석했으며, 심재철 최고위원과 김영우, 정병국, 원유철 의원 등 친이계 인사도 자리했다.
결국 서 전 대표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면서 당내 세력은 당분간 ‘서청원 대 김무성’의 양강 구도로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특히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전당대회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직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기 당권을 두고 당이 내홍에 빠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홍문종 사무총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서 전 대표는) 경륜이 있기 때문에 뭐든지 할 수 있는 분”이라면서도 “(당권 구도에) 관심이 없는 것 같은 뉘앙스로 말했는데 잘 모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야당통’서청원, 정치력 발휘해 꽉 막힌 정국 타개할 수 있을까?
이와 함께 정치권 안팎에서는 서 전 대표의 귀환이 경색된 정국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와 국회의 소통창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서 전 대표는 박 대통령과 15년간에 걸친 끈끈하고 특별한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서 전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을 감내해야 했고, 이듬해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은 큰 위기를 맞았다. 이를 구한 것이 박 대통령이었다.
이후 서 전 대표는 2007년 박근혜 캠프 고문을 맡아 'MB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듬해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 전 대표는 공천이 좌절되는 직격탄을 맞아야 했고, 2009년 5월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특별당비를 받은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당 선거대책위 상임고문을 맡아 호남을 대표하는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구 민주당 출신 의원들을 영입하는 등 박 대통령에게 큰 힘을 실어줬다.
당 내 한 관계자는 “정무장관도 없고, 청와대 정무수석이 제 역할을 못하는 상황에서 서 전 대표가 정무특보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원내에서 박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할 수 있는 최고 적임자라는 뜻이다.
야당에서도 서 전 대표에 대한 평가는 좋은 편이다. 원내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BBS라디오에 출연해 “(서 전 대표는) 좋은 친구고 서로 가까운 사이다. 리더십도 있고 마음씨가 아주 좋은 분”이라며 “도덕성 여부를 떠나서 훌륭한 분이기 때문에 만약에 당선돼서 오면 여야 간에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즉, ‘원조 친박’이자 ‘야당통’인 서 전 대표가 청와대-새누리당-민주당 간 대화의 물꼬를 터준다면 막힌 정국을 뚫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정치력이 뛰어난 중진들이 움직여줘야 한다”며 “서 전 대표는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다. 여의도의 정치가 실종된 상황에서 정치력 복원의 한 축을 담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도 “바로 직결되지는 않겠지만 일정 부분 야권과 물밑 논의를 시도할 가능성은 있다”며 “(서 전 대표가) 교류할 수 있는 역할을 감당한다면, 여야 간, 청와대와 야당 간 협상에 일정부분 의회정치가 이뤄질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다.
서청원-이인제-이완구, 영남·수도권 강세인 당내에 충청권 세력화 가능할까?
영남권과 수도권 중심으로 구성된 당내 세력구도에서 충청권 중심의 신흥 세력이 편성될지도 관심사다.
일단 우리나라 전체에서 충청권의 입지가 변하고 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충청권의 인구가 호남권을 앞질렀다.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충청권의 인구는 525만136명, 호남권은 524만9728명으로 충청권이 408명 더 많았다. 9월 말엔 충청권이 526만3233명으로 호남권 525만329명보다 1만2904명 앞섰다. 호남권은 인구가 제자리걸음인데 충청권은 매달 3000명씩 인구가 늘어난다.
이를 바탕으로 정우택 최고위원은 최근 당 회의에서 “세종시가 자리 잡아가는 만큼 충청권의 인구는 더 늘어날 것이고, 그에 따른 선거구 조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선거구 재획정을 주장했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도 친박계 자문 그룹의 좌장이자 박 대통령과 오랜 교분을 다져온 충남 보령 출신의 김용환 고문, 충북지사를 지낸 정우택 최고위원, 충남지사를 지낸 이완구 의원 등이 친박계 실세그룹에 포진돼 있다.
여기에 충청권 출신인 서 전 대표가 당권 대신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에 도전할 경우 당내 위상이나 선수로 볼 때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현재 강창희 국회의장이 충청권 출신이기는 하지만 과거에도 같은 지역 출신이 의장직을 독식한 경우는 수두룩하다. 충청권이 잇따라 국회의장을 배출한다면 그만큼 충청권의 정치력이 상승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비록 서 전 대표가 화성갑에서 당선이 됐고, 수도권에서 6선을 지냈다고는 하지만 충청권 출신임을 감안하면 ‘서청원-이인제-이완구-정우택’으로 연결되는 ‘충청라인’이 형성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박상병 평론가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다음 접전지역이 충청권이다. 충청권에서 패배할 경우 박근혜정부로서도 큰일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일어날 것”이라며 “그때부터 박근혜정부가 불리하게 된다. 중심을 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충청권에 상당한 힘을 쏟을 것이 분명하다”며 “강창희 의장과 이인제 의원, 이완구 의원 등과 서 전 대표가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당내 한 충청권 의원도 “서 전 대표가 좌장으로서 충청권의 화합에 일조할 수 있다”며 “6선의 이인제 의원, 도지사 출신의 이완구 의원과 서 전 대표가 잘 상의해서 (충청권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충청권이 건재해야 박근혜정부도 잘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충청권 의원은 “서 전 대표가 충청권 출신이기는 하지만 충청권에 기반을 두지는 않았다. 다만 당 내에서 영남의 정서와 색깔을 조금 뺄 수는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