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도 김대중도 문재인처럼 하진 않았다
입력 2013.10.27 13:25
수정 2013.10.27 13:31
<칼럼>자중해야할 대통령후보였던 사람이 정국혼란 부추기다니
요즘은 보기 드문 일이 많다. 경찰이 망치로 사람을 때려죽이질 않나, 자식이 병든 어머니를 길거리에 버리지 않나. 참으로 가슴 먹먹한 일이 많다. 하긴 검찰도 국정감사장에서 서로 헐뜯고 싸우는데 뭐가 대수인가 싶다.
정치권의 원로 한 분이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 “내가 너무 오래 산 모양이다. 별일을 다 보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의 발언을 두고 한 말이다. 가뜩이나 세상이 뒤숭숭한데 문 의원이 입을 연 것이다. 유력한 대권후보였던 사람이다. 그가 지난 대선에 대해 말을 한 것이다. 최근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해서다. 당연히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첫째,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둘째,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을 수혜자라고 단정했다. 대선불복이라는 점에서는 선을 그었다.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대선불복을 시사한 것이다. 본인은 아니라고 해도 듣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대선패배가 억울해서 승복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보인다. 아니라는 말은 직접적인 화살을 피하기 위한 꼼수인 것이다.
대선에 패배한 사람이 대선불복을 시사했다. 파장이 크다. 자칫 사회적 혼란까지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다. 문 의원은 48%의 득표를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충분히 많은 생각을 하고 한 말일까 싶다. 그렇게 믿고 싶다.
역대 대선에서 패배한 대통령 후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이회창 씨 등 모두가 대선에서 패한 후에는 자중했다. 패배에 대한 책임이 본인에게 있다는 점에서 말을 아끼고 겸허했다. 훗날, 국민들이 다시 박수를 보낼 때까지 심사숙고하고 진중했다. 국민들도 그러한 후보들의 행동에 익숙하다.
문재인 의원의 발언이 주목을 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자중하는 모습이 아니다. 패배의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밝힌 것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 중에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대선이 끝난지 채 일년도 안되었다.
그 동안 문재인 의원은 설화에 시달렸다. 대통령기록물 분실과 관련해 의원직을 운운하며 고함을 날렸다. 자신의 발언이 불씨가 되어 정국이 혼란스러웠다. 민주당은 한동안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패배에 대해 반성하고 자성하기보다는 정치적 입지구축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이번 대선불복 발언도 마찬가지다. 여태껏 보아온 대선후보들의 진중한 모습이 아니다. 뭔가 노림수 보이는 발언인 것이다. 그것이 뭔지는 몰라도 충분한 생각과 검토를 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만약 그렇치 않다면 매우 경박스러운 발언이고 행동임이 틀림없다.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사람으로서의 처신이 아닌 것이다. 또한 많은 지지를 보냈던 국민들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따라서 문 의원의 발언은 분명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
첫째, 대선불복인지 아닌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직접적인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 교묘한 말장난을 한 것이라면 반성해야 한다. 자신은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하지만 여론을 그렇게 돌리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사람이 먹는 식’이다. 대선불복도 아닌데 그런 말을 할 이유가 있겠는가. 쓸데없이 분란을 일으키겠다는 심술로 보인다.
국가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한 사람이 그렇게 가볍겠는가 말이다.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기운을 얻을 수 있다. 동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왕 소신을 가지고 한 말이라면 분명히 해야 한다. 대선불복인지 아닌지 말이다. 그냥 해본 말이라면 당장 주워 담아야 한다. 오해를 불러일으켜 죄송하다고 수습해야 한다.
둘째, 앞으로 일어나는 정국혼란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한다.
48%의 지지를 얻은 대선후보였다. 그가 대선불복을 시사한다면 당연히 정국은 요동칠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장담하겠는가. 이후 파장을 고려했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혹여 불상사가 날 경우도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정국은 혼란스럽다. 민생이 급한데, 정국은 파국을 치닫고 있다. 이 와중에 대선후보가 대선에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이다. 기름에 불을 붙이는 꼴이다.
문 의원은 단순한 국회의원이 아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영향을 끼친다. 유력한 대선후보로 중량감이 다르다. 싸움을 벌이기보다는 말리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책임질 말을 했으면 향후 일어날 사태도 책임져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이유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생각없이 한 말이라면 말이다. 단순히 친노세력의 부활, 본인의 정치적 재기만을 염두에 두고 저지른 말이라면 답답하다.
그렇게 개념이 없는가 싶다. 대한민국 정치를 미성년으로 보는 것이다. 역사에 남을 유력 대선후보로서 진중하고 무게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최근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을 했다. “....중략....축구로 치면 민주당이 문전 앞 찬스를 맞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문 의원의 책임없는 경솔한 발언이 혹여 “문전 앞 똥볼(?)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원로 정치인의 “세상을 너무 오래 살았다”는 자조섞인 한마디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보기 드문 일만 생기는 요즘이다. 진중하고 겸손한 정치인의 모습이 필요하지 않은가.
대선이 끝난지 일년도 되지 않았는데 반성과 자성은커녕 분란을 일으켜서야 되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