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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 태권축구?’ 터프했지만 선 넘지 않았다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3.10.14 17:39
수정 2013.10.14 17:50

브라질전 이후 불거진 태권축구 논란

작전상 거친 플레이, 비난받을 일 아냐

브라질전 직후에는 때 아닌 '태권축구' 논란이 달아올랐다. ⓒ 연합뉴스

“태극전사는 순둥이다. 좀 더 거칠어져야 한다.”

2002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거스 히딩크 감독(67)이 했던 말이다. 강하게 조련한 히딩크 감독 덕분에 한국은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2-1로 물리쳤다.

당시 이탈리아는 그야말로 작정하고 한국전에 나섰다. 선진축구 경험이 부족한 태극전사를 거칠게 다뤄 원정경기의 열세를 극복하고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심산이었다. 실제로 이탈리아 트라파토니 감독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터프한 반칙으로 위협한다면 한국 선수들이 위축되리라 예측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헤비급 복서 출신 크리스티안 비에리(이탈리아)가 트라파토니 감독의 주문을 가장 먼저 실행에 옮겼다. 비에리는 팔꿈치로 김태영의 코뼈를 골절시켰다. 프란체스코 토티도 ‘격투축구’에 동참했다. 헤딩경합 중 손바닥으로 김남일 머리를 때렸다. 톰마시는 은근슬쩍 팔꿈치 휘두르다가 팀 동료 코코가 맞아 이마가 찢어지기도 했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 수비수‘ 파올로 말디니는 박지성과 안정환 발목을 노린 태클을 자주 시도했다.

한국에서는 이천수가 맞대응에 나섰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천수는 문전에서 혼전 중 말디니 뒤통수를 때렸다. 훗날 이천수는 “형들이 자꾸 얻어맞아서 속상했다”며 말디니 헤드 샷에 고의성이 있음을 내비쳤다. 뒷날 히딩크 감독은 이천수에 대해 “순둥이 태극전사들 중 유일하게 ‘유럽형 용기’를 지녔다. 그래서 내가 에인트호벤 감독을 맡았을 때 가장 먼저 데려가고 싶었다”고 회상한 바 있다.

연장전 토티의 퇴장도 사전 치밀하게 계획된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의 합작품이다. 당시 히딩크는 선발 수비진 최진철-홍명보-김태영을 따로 불러 “토티에게 거친 반칙을 자주 하면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이탈리아전을 회상하다 보면 자연스레 최근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평가전(0-2패)도 떠오른다. 일각에선 이날 한국 선수들이 지나치게 거친 플레이로 브라질 선수들을 위협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거친 경기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전을 떠올려 보면 한국팀을 향한 화살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과 브라질의 경기는 공식 A매치였다. 연예인 초청 자선 축구대회가 아니다. 당연히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교묘한 반칙, 위험한 태클이 나오는 건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이청용과 한국영이 네이마르를 거칠 게 수비한 건 사실이지만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태권축구’란 비아냥거림은 지나치게 과장된 면이 있다.

브라질 스콜라리 감독조차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반에 한국 반칙수가 많았지만, 후반엔 브라질 반칙수가 많았다. 결국 90분이 끝난 후 두 팀의 반칙 숫자는 비슷해졌다. 그만큼 대등하고 열정적인 경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네이마르에 대한 한국 선수들의 집중 견제에 대해선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이 전력을 기울였음을 의미한다”며 “한국은 장래가 촉망되는 팀이다. 브라질에 아주 좋은 실전 파트너가 돼줬다”고 오히려 칭찬했다.

홍명보 감독도 이를 모를 리 없다. 홍명보는 경기 후 “브라질을 상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며 “선수들도 맡은 임무를 잘 소화했다. (이청용 반칙 장면에 대해선) 괜찮다”고 제자의 기를 살려줬다.

혹자는 한국축구가 다시 80년대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월드컵이었다면 일발 퇴장카드도 나왔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어불성설이다. 이날 경기에선 퇴장카드 받을만한 반칙은 나오지 않았다. 브라질 스콜라리 감독 표현 그대로 ‘기세(샅바) 싸움’이었을 뿐이다. 이 정도의 반칙으론 퇴장카드가 나올 수 없다. 오히려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양 팀 주장을 불러 ‘열정을 다스려라’라고 제안하는 편이다.

히딩크는 이날 브라질전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직접 지켜본 뒤 제자인 홍명보 감독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가르친 보람이 있다’는 암묵적 칭찬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한국 브라질전을 취재한 바르셀로나 지역 언론의 잔소리가 있었지만, ‘수백억대 명품 네이마르’를 보유한 팀이 FC 바르셀로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국내 축구팬들이 필요 이상의 자성의 목소리를 내거나 자격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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