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손잡은 일본군은 수시로 한반도 들락날락
입력 2013.10.05 10:07
수정 2013.10.05 13:27
미국 지지 얻은 일본 집단적 자위권 최악 시나리오
호사카 유지 "한국 정부 대책 안세우면 독도 침탈"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요구를 지지하고 나선 가운데 이와 관련한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전략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일 양국의 외교·국방 담당 장관은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안전보장협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양국은 성명에서 “미국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된 사항을 포함한 법적 기반의 재검토, 방위 예산의 증액 등 일본의 노력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집단적 자위권은 자국이 공격받지 않아도 동맹국 등이 공격받았다는 이유로 공격한 국가에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그동안 일본은 전쟁·교전권·군대 보유를 부정하는 평화헌법 제9조 제약에 의해 유엔이 인정하고 있는 집단적 자위권의 ‘권리’는 갖되 ‘행사’는 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러나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정권을 잡으면서 평화헌법(헌법 제9조) 개정을 통한 자위대의 ‘국방군’ 전환과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 등을 전 방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물론 현재까지 일본 내 이 같은 움직임을 반대하는 세력도 적지 않지만 국제·안보 전문가들 상당수는 중의원에 이어 참의원 장악에도 성공한 집권 자민당이 머지않아 집단적 자위권을 비롯해 평화헌법 개정을 이뤄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심각한 재정위기에 놓인 미국이 국방비 삭감 기조 속에 아태지역 방위를 위한 동맹국의 기여확대 측면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고 있는 터라 아베정권이 자국 내 여론의 반대에도 이를 추진할 경우 ‘미일동맹을 통한 안보확충’이라는 명분도 적잖이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한일관계전문가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정치학 교수는 4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일본은 이번 미국의 지지를 발판으로 그동안 숙원과도 같았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호사카 교수는 이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은 국제법상으로 허용할 뿐만 아니라 현재 다수당인 자민당이 평화헌법 개정안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늦어도 내년 후반기에는 구체적인 윤곽(집단적 자위권 행사여부)이 드러날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이처럼 일본 집단적 자위권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른데 비해 우리 정부가 향후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한반도에 수시로 일본군이 출몰하는 참극도 벌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호사카 교수는 “가령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며 동맹국인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경우를 상상해 보자”며 “일본은 즉시 한반도를 겨냥, 반격을 시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군대를 우리나라에도 주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심지어 이런 일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빈번하게 이뤄진다면 일본군의 독도 침범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며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기 전 우리 정부가 조속히 미국과 일본을 상대로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제약조건을 협의해 두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집단적 자위권 가시화되지만 정부는 여전히 미온적
이에 대해 배정호 GK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의 핵심은 중국에 대한 견제”라며 “만약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이 행사된다면 동북아에서 미일 대 중국 간의 대립 관계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배 이사장은 또 “물론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한미일 공조 체제가 강화되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며 “특히, 그동안 대북문제마다 빈번히 우리에게 견제구를 던졌던 중국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G2로 불리는 중국과 등을 돌릴 수 없는 만큼 최대한 우리 정부가 미일 대 중국과의 갈등에는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배 이사장은 “더불어 미국에도 이번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 우리의 요구상황도 관철시켜야 한다”며 “특히 아베 정권의 왜곡된 역사 논쟁에 대해서는 미국도 지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 정부는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공식화한 것에 대해 “일본이 주변국들의 우려를 고려해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 했다.
정부 당국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과 일본 간 공동성명 이행과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관련한 내용에 대해선 앞으로 미일 간 협의 내용이나 일본 내 논의동향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방위·안보 분야와 관련한 논의가 과거사에 기인하는 주변국들의 우려를 해소하면서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진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향후 한반도나 역내 평화와 안정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선 우리 측 입장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