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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영화 '유작 마케팅' 결국 노림수는...

민교동 객원기자
입력 2013.09.29 09:57
수정 2013.10.23 11:56

넘쳐나는 극장가 '유작' 개봉

웹하드 다운로드 시장 공략?

고 박철수 감독의 '녹색의자 2013-러브컨셉츄얼리' 포스터

오는 10월 3일부터 열리는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지난 2월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박철수 감독을 추모하는 ‘박철수 추모전: 영원한 영화청년’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상영된다.

고인의 유작인 '녹색의자 2013-러브컨셉츄얼리'가 국내 최초로 상영되며 고인의 대표작인 ‘301, 301', '학생부군신위', '어미', '들개' 등 작품 5편이 상영된다. '학생부군신위'는 고인이 몬트리올영화제에서 최우수 예술공헌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어미'는 유명 드라마 작가 김수현 작가가 각본을 썼던 영화다. 또한 '들개'는 이외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마련된 추모전에서 최초로 상영되는 만큼 ‘녹색의자 2013-러브컨셉츄얼리’는 고인의 공식적인 유작이다. ‘녹색의자 2013-러브컨셉츄얼리’는 고인의 추모전은 물론이고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 부문에도 공식 초청됐을 정도다.

올해 초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날 당시 고 박 감독은 영화 '녹색의자 2013-러브컨셉츄얼리'의 후반작업을 막 끝낸 뒤였다. 사망 직전까지 작업했던 영화인만큼 고인의 유작이라는 타이틀이 당연한 영화로 보인다. 이 영화는 지난 2000년대에 고인이 만들었던 영화 '녹색의자'의 2013년 버전이다. 좀 더 에로스에 집중한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이 영화의 제작사인 씨네힐은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를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한 뒤 오는 10월 31일 극장 개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작사 측은 고인의 유작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는 '301 302' '녹색의자' '베드' 등에 이은 고인의 진화된 에로티시즘 완결편이라고 소개한다.

지난 2005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과 선댄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등 세계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바 있는 영화 '녹색의자'는 30대 유부녀와 10대 고교생이 역 원조교제라는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로맨스 드라마다. 고인은 유작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의 시나리오를 새로 써서 리메이크하면서 더욱 더 파격적인 남녀 관계를 묘사했다. 원작의 30대 유부녀와 10대 고교생이 역 원조교제가 이번에는 34살 미술학원 여선생과 19살 남학생이 벌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파격적 러브스토리가 됐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고 박철수 감독의 유작은 이미 극장에서 개봉됐다. 지난 3월 개봉한 영화 ‘생생활활’이 이미 ‘고 박철수 감독의 유작’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한 것. 당시 이 영화의 제작사 측은 "고 박철수 감독의 영화 '생생활활' 개봉을 3월 21일로 확정했다"며 “성을 모티프로 다양한 영화적 접근을 했던 고 박철수 감독이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영화 ‘생생활활’은 매춘, 원조교제, 노년의 성생활, 페티시 등 성에 대한 욕망을 인터뷰, 단막극, 토론, 노래 등으로 18개 에피소드를 묶여 표현한 영화다. 박철수 감독과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에서 호흡을 맞췄던 오인혜를 비롯해 오광록 김성민 이덕화 임백천 등이 출연했다.

사전적으로 ‘유작’이란 ‘문인이나 예술가의 생전에는 발표되지 않았다가 사후에야 발표되거나 공개된 작품’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고인이 연출한 ‘생생활활’과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는 둘 다 유작이다. 고인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을 당시 ‘생생활활’은 이미 완성돼 개봉을 기다리던 상태였으며, '녹색의자 2013-러브 컨셉츄얼리'는 영화 후반 작업이 마무리될 즈음이었다. 고 박철수 감독이 왕성하게 영화를 만들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 터라 유작이 두 개나 돼 버린 셈이다.

그런가 하면 유작으로 오인받고 있는 작품도 있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서 파격적인 드레스로 세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오인혜가 출연한 영화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속편인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고 박 감독의 작품을 평소 친분이 두텁던 최위안 감독이 만든 후속 시리즈일 뿐 고 박 감독이 제작이나 연출에 관여한 작품은 아니다. 결국 고 박 감독의 유작은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지난 9월 12일 개봉한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고인의 마지막 기획 작품으로 절반쯤 유작에 속한다. 이 영화의 연출자가 바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2’를 연출한 최위안 감독이다. 결국 최 감독은 고인의 마지막 기획영화의 감독이자 고인이 남긴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의 시리즈에 해당되는 2편 감독이 된 셈이다. 고인의 흔적이 친한 감독을 통해 또 한 번 영화에 남게 된 것. 두 감독은 이미 2009년 영화 ‘저녁의 게임’를 고 박 감독이 프로듀싱하고 최 감독이 연출하면서 인연을 만들었다. 이 영화는 제 19회 유바리 국제판타스틱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했다.

고인의 마지막 기획작품이자 최 감독과의 마지막 합작품인 영화 ‘낭만파 남편의 편지’는 작가 안정효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소설과 연극 그리고 영화를 혼합시킨 ‘3색 콜라보레이션 무비’이기도 하다.

문제는 각종 웹하드 업체의 영화 다운로드 시장에선 이 모든 영화가 ‘고 박철수 감독의 유작’으로 통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업로드해서 다운로드 건수에 따라 수익을 올리는 이들이 이들 영화를 모두 고 박철수 감독의 유작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고인이 한국 영화계에선 드물게 에로티시즘을 추구한 감독이다.

노출과 베드신이 많이 나오는 영화가 웹하드 다운로드 시장에선 각광을 받곤 한다. 그렇지만 7~8년 전에 제작된 에로비디오까지 새로운 영화인 양 다운로드 시장에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다운로드를 받으려 하는 네티즌들에겐 뭔가 믿고 다운받을 만한 보증이 필요하다. 최신 개봉작은 3500~4000원, 개봉하고 1~2년이 지난 영화도 1000~2000원을 내고 다운로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고 박철수 감독의 유작’이라는 타이틀로 주효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유작 마케팅’은 국내로만 한정돼 있는 것이 아니다. 에로티시즘 영화의 거장인 고 잘만 킹 감독의 유작 ‘섹슈얼 어딕션 : 꽃잎에 느껴지는 쾌락과 통증’은 최근 국내에서 전세계 최초로 개봉됐다. 6년여의 암투병 끝에 지난 2012년 2월 사망한 잘만 킹 감독은 세계적인 에로티시즘 영화의 거장이다. 고인은 ‘나인 하프 위크’ ‘투문정션’ ‘와일드 오키드’ 등의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에로티시즘 색채를 분명히 한 장르 영화로 전세계 영화팬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런데 고인이 사망하고 1년 반 가량이 지난 2013년 9월에서야, 그것도 하필이면 한국에서만 전세계 최초로 개봉됐다. 이로 인해 ‘섹슈얼 어딕션 : 꽃잎에 느껴지는 쾌락과 통증’은 잘만 킹 감독의 숨겨진 유작이라고 소개되기도 한다.

관능적이고 아름다운 여주인공 내면의 성적인 욕망을 통해 진정한 사랑과 쾌락, 그리고 통증 사이에서 방황하는 현대 여성의 섹슈얼한 욕망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영화 ‘섹슈얼 어딕션 : 꽃잎에 느껴지는 쾌락과 통증’은 잘만 킹 감독의 유작이라는 수려한 타이틀을 달고도 1년 넘게 개봉하지 못하고 있다가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로 개봉됐다.

한국 극장가가 이런 에로티시즘 영화에 열광하기 때문일까. 결코 한국 극장 관객들의 성형이 에로티시즘에 열광한다고 볼 순 없다. 이는 박스오피스 성적이 분명히 입증하고 있다.

반면 최근 급성장 중인 웹하드 영화 다운로드 시장에선 에로티시즘 영화가 각광받고 있다. 게다가 ‘고 잘만 킹 감독의 유작’이라는 타이틀로 돋보인다. 이런 까닭에 잘만 킹 감독의 숨겨진 유작 ‘섹슈얼 어딕션 : 꽃잎에 느껴지는 쾌락과 통증’은 극장 개복 직후 웹하드 영화 다운로드 시장으로 직행해 요즘 한창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다.

민교동 기자 (minkyodong@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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