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창립 60주년 앞두고 패션사업 넘긴 이유?
입력 2013.09.23 15:42
수정 2013.09.23 16:28
내년 60주년 앞두고 글로벌 초일류 소재 기업 육성
삼성에버랜드, 골프 등 기존 사업과 패션사업 시너지 기대
패션전문가인 이서현 부사장 향후 역할 관심 집중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오른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왼쪽)이 지난 2012년 6월 1일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2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한 후 다정한 모습으로 행사장을 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삼성에버랜드는 기존 사업에 패션사업을 추가해 종합문화기업으로 재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창립 60주년을 앞두고 있는 제일모직은 모태사업인 패션을 에버랜드에 넘기는 대신 전자재료 등 소재사업에 주력함으로써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에버랜드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패션사업을 삼성에버랜드에 양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양도가액은 총 1조500억원으로 제일모직은 향후 주주총회 등을 거쳐 오는 12월 1일자로 패션사업의 자산과 인력 모두를 에버랜드에 이관하게 된다.
제일모직은 이번 사업 양도로 확보된 재원을 전자재료, 케미칼 등 소재사업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초일류 소재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제일모직, 모태사업인 패션사업 왜?
지난 1954년 설립된 제일모직은 직물사업을 시작으로 1980년대 패션사업, 1990년대 케미칼사업에 진출했으며 2000년부터는 전자재료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해 왔다.
특히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의 핵심 재료인 폴리카보네이트 생산라인 증설, LCD용 편광필름 제조업체인 '에이스디지텍'을 합병하는 등 대형 투자를 통해 소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 왔다. 또, 지난 8월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 소재 사업의 역량 강화를 위해 세계적인 OLED 소재업체인 독일의 '노바엘이디'를 인수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의 결정으로 제일모직은 지난 1980년대부터 진행해 온 패션 사업을 모두 접게 됐다.
이와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째 계속된 패션·의류산업의 저성장 기조로 인한 만성적인 실적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 분위기다.
실제 신사복 등 전체적으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14년 전통의 힙합패션브랜드 ‘후부’와 여성브랜드 ‘데레쿠니’를 잇따라 철수했다. 이서현 부사장의 야심작이었던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출범 1년 6개월을 넘겼지만 이렇다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소재 사업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제일모직의 캐시카우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1990년대 화학(케미컬) 사업에 뛰어든 이후 2004년에 이미 매출 비중 1위 자리를 화학에 넘겼다. 화학 및 전자재료 등 소재사업은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액의 72를 차지하는 주력사업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제일모직 관계자는 “이번 양도결정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며 “패션사업은 시장자체는 저조한 상황가운데서도 브랜드력이 탄탄한 덕분에 자체 실적은 괜찮은 편이지만 소재부문이 전체사업의 72%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어 이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제일모직-글로벌 소재기업 발돋움, 에버랜드-종합문화기업 육성
제일모직은 이번 패션사업 영업 양도가 미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주주가치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는 제일모직은 향후 소재분야 기존 라인 증설 등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등 주주가치를 더욱 키워나갈 방침이다.
박종우 제일모직 소재사업총괄사장은 "이번 패션사업 양도 결정은 핵심 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차세대 소재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의 시너지를 획기적으로 높여 선도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윤주화 패션사업총괄사장은 "패션은 무엇보다 소프트 경쟁력이 중요한 사업“이라면서 ”리조트와 레저사업 등을 통해 소프트 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에버랜드가 패션사업을 맡게 돼 앞으로 더욱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에버랜드는 이번 패션사업 인수로 건설과 리조트, 패션을 아우르는 종합 문화기업으로 발돋음하게 될 전망이다.
제일모직이 보유한 글로벌 디자인 역량을 기존 사업에 접목, 사업의 질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특히 테마파크, 골프장 운영 등에서 축적한 노하우와 결합하면 패스트 패션, 아웃도어, 스포츠 분야 등에서 새로운 시너지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봉영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패션 사업을 중장기 성장의 한 축으로 적극 육성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멘텀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부진-이서현 역할 구도는?
이번 양도 결정과 관련해 주목되는 인물은 이서현 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 부사장이다. 패션 사업을 떼면서 어떤 역할을 부여받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사장은 그동안 본사 소속에 있으며 패션, 케미칼, 전자재료의 중장기 기획 경영관련 업무를 관장해왔다.
이 부사장은 패션사업에서 당장 손을 떼지는 않고, 영업 양도일인 12월 1일까지는 현 직책과 직무를 그대로 수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속 업무 역할 등에 관련해서는 12월 사장단 인사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대해 삼성 관계자는 “올 연말 정기인사때 가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두 자매(부진-서현)가 수직서열화되진 않을 것이다”면서 “하지만 패션전문가인 이서현 부사장이 패션부문을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제일모직의 사명변경과 에버랜드의 조직개편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관련, 양사 모두 당장 서두를 일은 아니다면서 추후 필요에 따라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