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름 받은’ 이근호에게 월드컵이란
입력 2013.08.10 09:34
수정 2013.08.11 08:44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키워드
경쟁자 많고 책임질 몫도 커져
이근호 ⓒ 연합뉴스
이근호(28·상주 상무)에게 '월드컵'이라는 단어에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이근호는 2008년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예선에서 깜짝 스타로 부상했다. 최종예선 UAE-사우디-이란전 등 월드컵 진출을 향한 고비마다 이근호의 발끝에서 골이 터졌다. '허정무호 황태자' '중동킬러'같은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붙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근호는 정작 남아공월드컵 무대는 밟지 못했다. 월드컵을 불과 1년 앞두고 원인 모를 슬럼프에 빠진 이근호는 최종엔트리 발탁을 눈앞에 두고 제외됐다. 당시 이근호가 느낀 상실감은 매우 컸다.
절치부심한 이근호는 2012년 최강희호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동국과 대표팀의 최전방을 책임지며 맹활약했다. 득점은 물론 좌우 측면 미드필더에서 처진 스트라이커까지, 동료들의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근호는 2회 연속 월드컵 예선에서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소속팀에서도 울산의 ACL 우승을 이끌며 아시아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는 등 축구선수로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나 2013년, 월드컵 징크스는 또 이근호를 찾아왔다. 최종예선에서 꾸준히 대표팀에 발탁됐지만 지난해에 비해 기대에 못 미치는 활약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군복무 문제로 올해부터 K리그 챌린지(2부리그)에서 활약, 경기감각과 기량이 떨어진 것도 한 원인이었다.
최종예선이 끝난 후 7월부터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감독이 바뀌면 가장 먼저 선수구성과 스타일도 바뀐다. 월드컵 본선을 불과 1년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이지만, 과연 누가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될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최종예선 내내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한 이근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근호는 동아시안컵에서 홍명보호 1기에 승선하지 못했다. 자연스럽게 이근호가 설 자리를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근호를 잊지 않았다. 6일 페루와의 평가전을 대비해 대표팀 명단에 다시 이근호 이름을 올렸다.
이근호에게는 지금부터가 원점에서부터 새로운 경쟁의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이근호 자리에는 이제 유럽파들은 물론 쟁쟁한 국내파 유망주들까지 새롭게 가세했다. 조찬호(포항), 백성동(주빌로 이와타), 임상협(부산) 등은 언제든 이근호의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선수들이다. 3년 전 탈락의 쓴맛을 본 아픈 경험이 있는 이근호로서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채찍질할 시간이다.
홍명보호에서는 이근호도 어느덧 후배들이 더 많은 베테랑의 반열에 올라섰다. 월드컵을 향한 생존경쟁에서 중견급으로 후배들을 아우르는 구심점의 역할까지,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이근호가 책임져야할 몫도 늘었다. 2010년의 아픔을 딛고 이근호는 다시 한 번 월드컵의 꿈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