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5자회담 거부에 "유감…문 열고 기다릴 것"
입력 2013.08.07 12:58
수정 2013.08.07 13:02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서 의견 밝혀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6일 춘추관 기자회견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 등이 참석하는 5자회담을 제안하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홍보수석비서관은 7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기춘 비서실장이 이날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야 당대표로부터 대통령과의 회담 제의가 있어서 대통령이 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민주당이 또 거절을 해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 만나는 것이고 만나서 산적한 현안을 논의하는 게 좋겠다고 보는데 안타깝다”면서도 “청와대는 문을 열어놓고 기다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실장은 지난 6일 브리핑을 갖고 “이번에 여야가 같이 국정 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고자 회담을 제의해온 데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각종 국정현안이 원내에 많은 만큼 여야의 원내대표를 포함한 5자회담을 열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대통령-야당 대표 간 단독회담 제안과 지난 5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의 대통령-여야 대표 간 3자회담 제안에 대한 답이었다.
하지만 민주당 측은 청와대의 5자회담 역제안을 김 대표의 단독회담 제안에 대한 사실상의 거절로 보고 김 대표 측 노웅래 비서실장을 통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청와대, 왜 5자회담인가
당초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과 김 대표 간 단독회담을 제안했다. 여기에 새누리당 측은 황 대표가 참여하는 3자회담을 제안했고, 여기까진 민주당 측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 측은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내대표까지 참여하는 5자회담으로 판을 키웠다.
쟁점은 청와대 측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담에 왜 원내대표를 포함시키려 하느냐다.
당초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단독회담을 제안한 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관련, 박 대통령에게 민주당의 입장을 전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다. 국정조사 증인 채택 문제를 둘러싸고 새누리당과 접점을 찾지 못하자 박 대통령과 직접 협상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입장은 다르다. 민주당의 대화 상대를 박 대통령으로 보고 있다면, 박 대통령은 상대를 민주당이 아닌 국회 자체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개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닌 국정원과 NLL(북방한계선) 사태를 포함해 산적한 원내 현안과 관련, 여야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 대통령이 올 후반기 국정기조를 ‘새로운 변화, 새로운 도전’으로 제시한 만큼, 의회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실제 김 실장은 임명 당일인 지난 5일 새누리당 지도부를 예방한 자리에서 최경환 원내대표에게 “당 차원에서 입법을 통해 현안 등에 많이 협조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결국 청와대는 정부 정책에 대한 협조를 약속받기 위해 여야 대표와 회담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세개편, 네거티브 방식으로의 규제개혁 등 경제정책과 지방공약 이행, 복지확대 등 민생정책 모두 국회의 입법과 협조, 예산안 처리 등이 담보돼야 한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청와대의 5자회담 제안은 의회에 대한 요청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청와대의 제안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이 변화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당초 민주당 측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건 국정원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사과, 수사기관 개혁 의지 표명 등이다. 단독회담이 5자회담으로 확대될 경우 민주당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민주당 입장에선 5자회담에 참석할 경우, 협상 주도권을 박 대통령에게 내어주는 꼴이 된다. 단독회담과 3자회담의 주인공은 사실상 김 대표가 될 공산이 크지만, 5자회담은 박 대통령이 여야 대표단을 상대로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는 자리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