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장외투쟁서 촛불단체, 기자실 난입
입력 2013.08.01 22:09
수정 2013.08.02 11:24
간이천막 속 기자실 급습해 욕설 삿대질
민주당이 서울시청 광장으로 장외투쟁에 나선 1일 오후 7시 약 20여명의 신원을 알 수 없는 촛불단체 회원들이 등장, 취재기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붓는 등 난동을 피우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자신들을 자칭 ‘진보주의자’라고 주장하며 최근 서울시청 앞에서 진행된 ‘촛불집회’를 언론이 다루지 않았다면서 취재기자들을 몰아붙였다.
심지어 이들은 민주당이 설치한 간이 천막 기자실에 급습, 주로 방송국 기자들을 수색해 무단으로 기자들의 얼굴을 찍고 갖은 욕설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채널A기자와 MBC기자에게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말과 함께 기자들 바로 앞에서 삿대질까지 서슴지 않으며 연신 휴대전화 사진기 버튼을 눌렀다.
마치 마녀사냥을 하듯 이들은 “저 XX 찍어서 공개해”, “사람 같지도 않은 XX들 다 죽여버려”, “니들이 언론이냐”며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일부 기자들과 민주당 당원들이 이들을 만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인근 경찰 10여명이 출동 진압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기자들이 있는 천막 바로 옆에서 오후 8시 50분 현재까지도 ‘그들만의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대선 불법 개입 의혹에 대해 언론이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과 민주당을 비롯해 정치권에서 촛불집회를 하는 자신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의 폭력성은 심각했다. 이날 밤 난동을 피웠던 이들과 함께 있던 한 노인의 경우, 오후 3시부터 기자들 곁을 배회하며 험담과 모욕적인 말들로 기자들을 괴롭혔다.
그는 “기자들 다 죽어버려야 한다”며 “인간의 탈을 쓴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다”고 고성을 질러댔으며, 본격적으로 해당 단체 회원들이 등장한 7시 이후에도 끊임없이 능욕적인 말들을 쏟아냈다.
해당 촛불모임에 참석한 한 노인(남·65)은 이날 ‘데일리안’ 기자와의 만남에서 “우리는 특정한 정치세력도 아닐뿐더러 명확하게 이름이 있는 단체도 아니다”며 “그저 사회문제에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일종의 자발적인 시민모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 역시 일반 시민이다. 우리는 그저 후대의 자손들에게 좋은 세상을 남겨주고 싶을 뿐이다”며 “작금의 상황을 보면 그야말로 민주주의 붕괴, 헌정질서 파괴 등 문제가 심각하다.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뜻에서 자연스럽게 이 모임에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방법이 잘못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물론 여기에도 강성분자들이 있다. 지나친 부분도 있을 수 있겠다”면서도 “그러나 나쁜 의도는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꼭 전하고 싶은 마음에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본보 기자가 해당 단체를 취재한 결과, 이들은 ‘좋은 어버이연합’ 등 여러 시민단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촛불단체’였다.
김한길 "촛불집회 동참해달란 제안은 고맙게 생각하지만..."
한편,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후 7시부터 장외투쟁 현장에서 시민단체 260여개 모임인 시국회의 간사단체 대표단과 만나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다졌다.
김 대표와 만난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는 “오늘이 국정원 국정조사가 시작된 지 딱 한달 되는 날”이라며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달동안 허송세월했다며 비분강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대표는 이어 “이렇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범죄 집단을 비호하면서 발버둥을 치는 현상에서 시작됐고, 제1야당인 민주당이 국민들이 바라는 수준의 전투력을 보여줬는지 실망도 있다”며 오는 3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5차 국민 촛불대회를 비롯해 10일 전국에서 열리는 10만 국민촛불에도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김 대표는 “시민단체 간사들의 말씀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의견을 수렴해 지도부에서 논의하겠다”며 직접적인 참여의사를 표하는 것에는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