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문재인은 어디로 갔을까
입력 2013.07.25 20:06
수정 2013.07.25 23:24
<기자수첩>'친노 수장' 대화록 실종 사건 터진 뒤 나흘 간 침묵
특히 정치권은 문 의원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이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대통령비서실 직제 제3조에 따르면,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대통령 비서실의 사무를 처리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돼있다.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깊게 파악함은 물론, 청와대의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받아보는 ‘제2의 권한’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이었던 김현 민주당 의원도 비서실장을 ‘제2의 권력자’로 높게 칭한 바 있다. 그는 일전에 기자와 만나 비서실장에 대해 “대통령 다음으로 청와대를 책임지는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경우, 국정운영은 국무총리가 하지만 청와대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권한은 비서실장”이라고 설명했었다.
이렇게 살펴봤을 때 문 의원이 참여정부 최대 업적으로 치는 ‘정상회담 대화록’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바꿔 말하면 이 때문에 문 의원이 “노 전 대통령의 ‘NLL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국가기록원에 있는 대화록 원본을 열어보자”고 주장한 것은 참여정부 당시 대화록을 기록원에 제대로 이관했다는 매우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문 의원은 어쩐 일인지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이 터진 뒤 나흘 간 침묵했다. 그간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의 위·변조 가능성을 점치며 대화록 원본 공개를 주장해 민주당의 강경 노선을 이끈 것과는 상반되는 움직임이었다.
더군다나 이 사건으로 인해 참여정부 당시 많은 관계자들이 ‘고통’ 받고 있는 터였다.
앞서 여야 열람위원 및 참여정부 당시 관계자까지 대동된 ‘기록원에서 대화록 찾기’는 무위로 돌아갔다. 최근에는 당시 대화록 작성에 관여했던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지난 1~2월 NLL관련 고소-고발 사건 수사 때 참고인 조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대화록 삭제 지시가 있었단 진술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로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도 그는 침묵했다.
이후 침묵을 깨고 내놓은 문 의원의 입장은 “대화록 유무 논란으로 문제의 본질이 가려져서는 안된다. 국회가 국가기록원의 기록을 열람하려 한 목적은 ‘NLL논란’을 조기 종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화록이 없다고 하는 상황의 규명은 여야가 별도로 논의하면 될 일”이 끝이었다. 사실상 대화록 실종 논란에서 손을 떼겠다는 선언이었다. 그게 다였다.
이른바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은 수장인 문 의원의 강경한 움직임에 따랐을 터다. 하지만 ‘수장’은 일순간 손을 떼버렸다. 24일 자신의 트위터로 또다시 “참여정부 사람들이 2008년 기록물 사건에 이어 또 고생할 것”, “민주당에도 큰 부담을 주게 됐다”는 말과 다시금 ‘NLL논란 종식’을 주장한 게 끝이었다. 이제 ‘부하들’의 앞길은 누가 책임지는가.
아울러 문 의원의 입장표명 방식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도 든다. 문 의원은 의원으로서 자신의 정견을 대중에게 명료하게 밝힐 수 있는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을 놔두고 매번 ‘얼굴 없는’ SNS나 보도자료를 통해서만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논란을 증폭시키지 않으려는 의도겠지만, SNS와 보도자료 뒤에 숨은 문 의원이 떳떳하지는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