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미친...' 몸싸움 떠난 자리 '막말 국회'?
입력 2013.07.10 09:54
수정 2013.07.10 10:09
<기자수첩>미국은 인격모독발언에 명예훼손죄, 우리는...
국회의원의 막말수준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가정보원 개혁촉구 광주시당-전남도당 당원보고대회’에서 현직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이라고 지칭하는 등 거친 막말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이 자리에서 민주당 국정원개혁운동본부장을 맡은 추미애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공범을 감싸는 ‘당신’도 또한 공범이기 때문에 공범을 감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신경민 최고위원은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해서 “국정원장이란 자가 NLL(서해북방한계선) 문건을 국회에 와서 뿌렸는데, 이런 ‘미친X’이 어디 있느냐”며 욕설을 퍼부었다.
국회의원의 막말은 주로 SNS를 통한 온라인 공간에서 문제가 되곤 했지만, 오프라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 특히 인사청문회나 대정부질문, 상임위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댄 자리에선 드러내놓고 상대방 깎아내리는 발언을 일삼는 등 설전을 벌이고 있다.
한 의원은 본회의 의사진행 전 의례적으로 말하는 “존경하는 국회의장, 국민여러분”이라는 발언에 대해 “존경하는 이유를 대세요”라고까지 캐묻기도 했다. 본질을 뒤로 한 채 ‘정쟁을 위한 정쟁’을 벌이는 셈이다.
최근 여야 간 어렵사리 합의된 끝에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첫 상견례자리에선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여직원 감금사건으로 고발된 김현-진선미 민주당 의원의 제척사유를 들어 반발하는 김태흠-이장우 새누리당 의원을 향해 “니네 둘이 왜 그러니”라며 반말을 내뱉기도 했다.
‘몸싸움 국회’ 떠난 자리에 ‘막말 국회’ 대신하는 건 아닌지...
특히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한 현안에 대한 의사진행이 시작되면 상대진영에 대한 야유와 고성으로 의사진행을 하는 의원의 목소리는 이내 묻히기 십상이다. 오히려 양당 의원들 간의 공방으로 회의진행이 어려워지면 국회의장이 직접 교통정리에 나서는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됐다.
무엇보다 대화와 토론 대신 거친 발언 등으로 정치적 조명을 받으려는 일부 인사들이 문제다.
미국의회의 경우 상대의원에 대해 인격모독에 해당되는 발언을 한 경우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의회모독죄로 고발할 수 있고, 해당 발언의 수위가 심한 경우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민사처벌을 받도록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몸싸움으로 얼룩진 구태정치를 청산하겠다는 일환으로 도입된 국회선진화법으로 국회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에 대해서는 엄격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으나 ‘막말’에 대해선 심각성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는 국회의원”이란 타이틀이 훈장처럼 여겨지고, 당을 위한 희생으로 비쳐지던 시절도 저물어 가고 있다. ‘공중부양’, ‘최루탄 투척’ 등으로 대표된 몸싸움 국회가 떠난 자리에 막말 국회가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