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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눈물’과 달콤한 과실 이명주 출현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3.06.12 11:10
수정 2013.06.1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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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패해 사실상 탈락..한국, 신예 활약 바탕 조 1위

열악한 이라크 축구 환경과 부강한 한국이 배출한 이명주 대비

일본과의 최종예선을 지켜보는 이라크 관중들. ⓒ FIFA

이라크 응원단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라크는 11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서 열린 일본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오카자키에 결승골을 얻어맞고 0-1 패배, 조 최하위로 떨어져 사실상 월드컵 꿈을 접었다.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현재, 이라크 대표팀의 정신력은 사뭇 다르다. 1990년대엔 후세인 아들 우다이의 무소불위 횡포가 두려워 ‘쫓기듯’ 달렸다. 축구 마니아 우다이는 이라크 대표팀을 애완동물처럼 다뤘다. 지고 돌아오면 선수단 전원을 불러놓고 학대했다.

우다이가 사라진 지금, 이라크 선수단은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 되고자 ‘스스로’ 달린다. 그러나 ‘뿌리’가 부실하면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고 해도 버티는데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세대교체 실패 후폭풍이 거세다. 2004 아테네 올림픽 4강, 2007 아시안컵 우승 주축 7명이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까지 무리하게 책임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라크 축구협회의 재정난까지 겹치며 지코 감독이 중도하차했다. 유망주 정책은 꿈도 못 꾸고, 대표팀 노장은 무보수로 조국에 봉사하고 있다. 불안정한 치안도 문제다. 평가전마저 타국서 치를 정도로 홈 이점을 누리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이라크 관중들은 일본전 패배 후 눈물을 훔쳤다. 중계 카메라는 이라크 중년 남성의 이슬 맺힌 눈을 클로즈업, 이라크 스포츠 현실을 적나라하게 비췄다.

애석하게도 축구도 국가의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확률적으로 부강한 국가가 축구도 잘한다. 레바논은 한국의 월드컵 경기장을 부러워했다. 테오 뷔커 레바논 감독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 갔을 때 이곳이 ‘천국’이라 느꼈다. 최첨단 시설에서 공을 차는 한국 선수단이 진심으로 부럽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축구의 경우, 막강한 물량 투하로 선진 환경을 조성했다. 바르셀로나, 리버풀, 첼시 등 세계적 클럽과 파트너십을 맺고 유소년 정책을 직수입, 축구 발전에 전력을 기울인다.

탄탄한 내실 속에 건강한 유망주가 자란다. 우즈베키스탄전 수훈갑 이명주(23)가 대표적 열매다. 포항 유소년 정책의 수혜자로 축구전용 잔디구장서 기본기를 익혔다. ‘터미네이터’ 이명주 존재감에 우즈벡 자랑 아흐메도프-카파제 콤비도 지워졌다. 그 덕에 오는 18일 이란전도 편하게 치를 수 있게 됐다.

2002 한일월드컵 개최 이전까지 한국 유소년도 ‘시련’을 겪었다.

특히 잔디구장 시설이 매우 부족했다. ‘맨땅세대’ 박지성은 어린 시절 완충 없는 땅바닥에서 공을 찬 까닭에 지금도 발목 상태가 좋지 않다. 발목뿐만 아니라 연골수명이 다한 무릎에다 신체 관절 곳곳은 실금가고 아물기를 반복했다.

황선홍, 홍명보, 안정환 등은 맨땅 더하기 ‘강압적 선후배 관계’를 견디며 축구를 해왔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황선홍과 홍명보는 일선 감독이 돼 승부집착-구타 등의 병폐 축구를 버리고, 존중하고 즐기는 축구 문화 안착에 힘쓰고 있다. 유상철, 최진철, 안정환, 박지성 등은 자비를 털어 전국에 잔디구장을 심고 있다. 이들이 존재하기에 지금의 ‘기술파’ 기성용과 구자철이 탄생할 수 있었다.

아직도 경기장 주변에 포탄이 날아드는 이라크와 레바논에 비하면 한국축구는 행복하다.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있다. ‘옥토’를 바탕으로 이명주 같은 축복의 열매가 영글고 있는 현실에 감사할 때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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