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전성기 김남일, 주홍글씨 지울까
입력 2013.06.04 10:42
수정 2013.06.04 10:45
3년 만에 대표팀 발탁,,레바논전 출격대기
뛰어난 활약만큼 치명적 실수도 많아 ‘힐링?’
5일 레바논전을 앞둔 최강희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발은 베테랑 김남일(36·인천)이다.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인 김남일은 최근 K리그에서의 활약을 인정받아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 만에 ‘2014 브라질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에 복귀했다.
김남일은 설명이 필요 없는 K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중 하나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대표팀에서는 최고령이자 몇 안 되는 30대 선수다. 최강희 감독은 보직 면에서는 기성용-구자철 대체자 임무를, 최고참으로서는 후배들을 아우르는 리더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비록 노장이지만 기량은 오히려 전성기인 20대 시절보다 지금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에는 힘으로 중원을 압박하는 전투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였다면, 최근에는 공수조율과 경기운영 능력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인천 경기를 보면 김남일이 후방에서 사실상 플레이메이커에 가깝게 경기 전체를 컨트롤하고, 전방으로 찔러주는 침투패스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경우가 많다.
기성용이 빠진 대표팀에서는 중원에서 패스로 경기를 풀어갈 선수가 필요하다. 현재로서 최적의 대안은 김남일이다. 그라운드 컨디션이 열악한 레바논 원정에서 짧은 패스보다는 김신욱-이동국 등의 머리를 활용한 제공권과 세컨드볼 다툼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중원에서 강력한 압박으로 상대 역습을 차단하고 최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할 김남일의 임무가 막중한 이유다.
불안요소도 있다. 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간 대표팀 경기에서 뛰지 못해 ‘국제경기 감각이 떨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다. '실수'에 대한 트라우마도 극복해야할 부분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김남일은 과거에 뛰어난 활약만큼이나 치명적인 실수도 꽤 있었다.
아직도 많은 팬들에게 각인된 2010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 백태클 참사뿐만 아니라, 2003년 아시안컵 예선 오만전, 2008년 월드컵 최종예선 북한전에서 김남일은 치명적인 실수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아픈 기억이 있다. J리그 빗셀 고베서 활약하던 시절에는 드리블 역주행에 이은 45m 장거리 자책골로 현지에서도 오랫동안 웃음거리가 된 적이 있다.
대표팀과 월드컵에 대한 의지가 남아있는 김남일에게 레바논전은 힐링의 무대다. 3년 전 2010 남아공월드컵의 트라우마를 깨고 건재를 알려야하는 임무가 김남일에게 주어졌다. 최종예선을 통해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입증한다면, 2014 브라질월드컵을 향한 도전도 꿈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