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묻지마 등판'으로 돌아본 한화 자화상
입력 2013.06.04 09:07
수정 2013.06.05 07:53
6경기 중 4경기 투입시기 갸우뚱
구위 하락 우려 현실로..성적도 미래도 불투명
한화 마무리 투수 송창식(28)의 '묻지마 등판'이 도를 넘어섰다.
송창식은 지난주 팀이 치른 6경기 중 4경기에 등판했고 총 5이닝을 던졌다. NC와의 1·2일 경기는 연투였다. 이미 1일 경기에서 1.1이닝 3실점으로 부진했고 무려 35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뒤라 휴식을 예상했지만, 2일 5-1로 앞선 9회 1사 1루에서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기고 다시 등판했다.
세이브 상황도 아니었고 점수차도 여유 있었다. 하지만 NC전 연패로 조급해진 한화는 추격의 불씨가 보이자 또다시 송창식을 호출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송창식은 탈삼진 1개를 곁들이며 아웃카운트 두 개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승리를 지켰다.
한화 코칭스태프에도 변명거리는 있다. 마침 한화는 이날 경기를 끝으로 다시 4일 휴식기에 들어간다. 하루하루 연패를 끊는 것도 힘에 부치는 데다 가뜩이나 양과 질 모두 열악한 한화 불펜진에 송창식보다 믿을만한 투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송창식은 기계가 아니다. 피와 살로 이루어진 어깨는 많이 던질수록 피로를 느끼는 게 당연하다. 더구나 송창식은 투수에게 치명적인 버거씨병(폐쇄성 혈전혈관염)이라는 희귀병을 극복한 경험까지 있어 더더욱 신중한 관리가 요구되는 투수다. 지나치게 자주 등판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우려는 투입 시기와 기용 방식에 도무지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송창식 보직은 마무리지만 사실상 전천후 계투나 마찬가지다. 7회나 8회에 조기 등판하는 경우도 많았고, 1이닝 이상이나 2일 연투 정도는 예사로 던졌다. 확실한 세이브나 홀드 상황이 보장될 때만 등판한 것도 아니었고,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뒤에도 충분한 휴식기간이 보장되지 못했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송창식이 지금의 구위나 컨디션을 꾸준히 유지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송창식 이전에 한화 마운드의 마당쇠 역할을 담당했던 박정진이나 양훈 등도 불펜에서 혹사 논란에 시달리고 다음 시즌에는 예외 없이 고생을 했던 전력이 있다.
실제로 송창식은 아직 6월임에도 벌써 시즌 초반에 비해 구위가 많이 떨어졌다. 최근 다섯 번의 구원등판에서 세 차례나 실점을 허용했다. 상대팀도 이제 박빙의 승부에서는 무조건 송창식이 등판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구종과 패턴에 대한 분석이 많이 노출된 상황이다.
송창식은 확실히 팀이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만 활용해야할 카드다. 4~5점 차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1이닝을 믿고 맡길 투수가 없다는 것은 크나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무더운 여름 들어 송창식 마저 체력적으로 흔들리거나 구위가 무너질 경우, 한화 불펜은 그야말로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다.
김응용 감독과 한화 코칭스태프는 올 시즌 자신들의 목표와 사명이 무엇인지 분명히 자각할 필요가 있다. 올해도 한화는 일찌감치 꼴찌로 추락하며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미 예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성적은 성적대로 거두지 못하면서 미래의 희망도 기약할 수 없다면 김응용 감독을 선임한 의미도 사라진다. 당장 올 시즌의 1승보다도 지금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잘 관리해 성장시키는 것도 코칭스태프 임무다. 신생팀 NC가 올 시즌 한화보다 더 미래가 밝다고 평가받는 이유가 바로 팀 순위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