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두뇌' 류현진, 괴물 본능은 소프트웨어
입력 2013.05.26 12:06
수정 2013.05.27 11:22
K/9 지표서 탈삼진 떨어져..노련한 운용능력이 핵심
연착륙 비결..득점권 주자 있을 때 급락하는 피안타율
류현진 ⓒ MLB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류현진(26·LA다저스)도 하나의 논란에 휩싸였다.
지쳤다와 지치지 않았다는 논란이다. LA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은 지난 18일(한국시각) 애틀란타전 직후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지쳐 보여 교체했다"고 밝히기도.
지난 23일 밀워키전에서 시즌 5승째를 수확했지만, 구위는 여전히 가장 좋았던 때와는 차이가 있었다. 류현진은 밀워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이래 가장 긴 이닝(7.1)을 소화했다.
하지만 구위의 가장 객관적 지표로 볼 수 있는 탈삼진 개수, 경기당 탈삼진 수치를 보면 류현진의 피로도가 구위 감소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시즌 개막 후 한 달 동안 류현진의 K/9(경기 당 탈삼진 개수)가 7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10을 상회한 것이 무려 3경기. 지난달 14일 애리조나전과 26일 메츠전, 그리고 지난 1일 콜로라도전이었다. 콜로라도전에서는 최고 수치가 나왔다. K/9가 무려 18.
이후 경기는 분명 급격한 하락세다. 샌프란시스코전에서 3이 나왔고 마이애미전에서 4.05, 5승을 올린 밀워키전에서도 4.91에 불과했다. 가장 긴 이닝을 소화했지만 류현진이 힘을 앞세운 투구를 했다기보다는 노련한 경기운영을 통해 이닝 이팅에 성공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5월 들어 류현진 포심의 무브먼트가 다소 무뎌진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도 있다.
밀워키전에서 분명 5승을 달성했지만 포심의 위력으로 거둔 승리가 아닌 경기운용의 힘이었다. 밀워키전 평균 포심 구속은 류현진이 등판한 10경기 중 최저였다. 평균구속 88.6마일(약 143km)에 불과했고 포심 구사 비율 역시 50.9%로 최근 5경기 중 최저 수치였다. 류현진의 경기 당 평균 포심 구속이 가장 높게 나온 경기는 지난 1일 콜로라도전에서 기록한 91.2마일(약 147km)이다.
아무리 괴물이지만 류현진은 역시 메이저리그의 신인이다. 홈과 어웨이 경기에서 투구 성적이 사뭇 다르다. 홈경기 평균자책점은 2.13에 불과한 반면 원정경기 평균자책점은 4.10으로 치솟는다. 아직 동부와 중부로 옮겨 다니는 장거리 이동에 몸이 적응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류현진은 밀워키전 승리를 거둔 후 "잠을 잘 잤다"라며 숙면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은 낯선 장거리 이동과 그로 인한 잠자리 바뀜에 류현진의 적응이 완벽하지 않다는 얘기.
하지만 장거리 이동 중에도 힘을 앞세운 피칭보단 상대 타자와의 수싸움을 통해 시즌 5승을 거뒀다는 점은 분명 장기 페넌트레이스 적응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다. 큰 덩치 뒤에 여우의 두뇌를 숨겨뒀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신인이지만 투구 요령이나 경기 운용 능력은 베테랑급이다. 데이터에 묻어난다. 주자가 없을 때 피안타율은 0.256이지만, 주자가 있을 때는 0.221로 낮아진다. 그런데 득점권에 주자가 있을 때는 피안타율이 0.167로 급락한다.
득점권에서 류현진이 더 집중력을 발휘하는 투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포심과 슬라이더,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어떤 상황에도 자유자재로 오차 없이 구사할 수 있다. 류현진의 경기 운용 능력은 신인이 아닌 베테랑 이상이다. 매팅리 감독이 마이애미전 승리 후 '마스터 크래프트맨(Master Craftman)'이라고 표현한 이유도 다 이런 데서 나온 것이다.
데이터로 보면 분명 류현진은 시즌 초에 비해 포심의 구속과 볼끝 무브먼트가 다소 무뎌진 게 사실이다. 이런 구위의 감소를 다양한 변화구와 완급 조절, 그리고 상황별 구위 조절 등으로 노련하게 극복하고 있다. 류현진의 진정한 괴물 본능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서 더 잘 묻어난다는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