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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장일치로 채택된 2094호, 꼼꼼 살펴보니...

김수정 기자
입력 2013.03.09 10:29
수정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사파이어 경주용 자동차 사치품까지

전문가들 "제재 수준 높아졌지만 근본적 틀 못바꿔 실효에 의문"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8일 성명을 통해 남북 간 맺은 불가침 합의를 전면 폐기하고 남북직통전화 등 판문점 연락통로를 단절한다고 조선중앙TV가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7일(현지시각, 우리시각 8일)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안 2094호에 이전의 결의안보다 강제성을 띠는 의무조항이 대폭 삽입됐다.

이번에 채택된 결의 2094호는 주로 대북 금융·무역 제재 등 북한의 경제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결의안은 “금지 활동, 결의 위반, 제재 회피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서비스와 대량 현금(bulk cash)을 포함한 어떠한 금융 또는 재원의 제공을 방지할 것을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의안은 또 “핵·탄도미사일·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되거나 제재를 회피하고 결의를 위반하는 개인이 북한인일 경우 의료나 안전 등의 인도주의적 목적을 제외하고는 북한으로의 송환을 위해 자국 영토에서 추방할 것을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기존 결의안의 ‘주의 촉구’에서 한발 더 나아간 ‘의무 조항’으로 제재의 수위를 높였다.

또한 우라늄 농축과 같은 핵이나 탄도 미사일 개발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물품의 대북 수출입을 전면 금지했으며 금수물품을 적재한 항공기는 긴급착륙의 경우를 제외하고 이착륙과 상공 통과를 허가하지 않는 등 항공관련 제재사안도 결의 2094호에 처음으로 포함됐다.

심지어 결의 2094호의 제재대상 목록에는 ‘사파이어, 루비,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같은 보석, 요트, 경주용 자동차’ 등 구체적인 사치품목까지 명시돼 있어 과연 이번 결의안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국제사회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기존의 결의보다 제재수위가 높아진 점은 인정하는 반면 결의안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재 효과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8일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의안의 항목이 총37개로 이전보다 대폭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김정일과 김정은이 고위층 간부들의 충성심을 독려하고자 ‘선물정치’를 행해왔는데 다이아몬드나 요트 등이 제재품목에 포함된 걸 보면 이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이번 결의안도 보다 강제성을 띌 뿐 내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효과를 거두려면 북한의 경제 및 금융 통로를 전면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북한의 모든 국경출입구를 봉쇄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역시 중국의 동조가 절실하다. 중국이 북한의 국경지대를 차단해버리면 북한은 그야말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조영기 북한학과 교수는 결의안의 주요 제재 항목인 ‘경제적 제재’를 뛰어넘는 ‘군사적 제재’도 동반돼야 한다는 견해를 펼쳤다.

조 교수는 “일단 이번 결의안에서 북한에게 가장 치명적일 수 있는 조항은 금융서비스와 대량 현금(bulk cash)제재 조항이라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과거에는 국제은행 등 금융제재를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불법 거래가 가능했는데 이제는 이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게 된 만큼 돈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 교수는 “하지만 북한은 그동안 국제사회의 강력한 규제에도 계속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는 등 국제 규범을 어겨왔다”며 “더 이상 북한과는 대화와 타협의 방법이 통하지 않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결국 마지막 남은 대북제재는 무력을 포함한 군사적 제재방안”이라며 “물론 국제사회 현실을 감안했을 때 관철되기 어려운 방안이긴 하지만 아예 배재할 수는 없는 사안이다. 이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은 제재 내용보다는 중국이 과거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북제재를 지지하는 모습에 상당한 심리적 위압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북한은 이런 심리적 불안을 대남위협이나 도발로 직간적적인 불만의 메시지를 계속해서 표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확실히 이번에 채택된 결의안이 이전의 것들과 비교했을 때 강제성을 띄는 만큼 북한에게도 일정부분 부담이 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북한에게는 이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연결고리가 있다. 국제사회가 공조해서 이란이나 아프리카에 나가있는 북한 간부들까지 추방시켜 북한을 완전히 고립시키지 않는 이상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제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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