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박찬호, 친근한 ´감성해설´로 야구팬 공감
입력 2013.03.0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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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현장경험과 야구지식, 열정적인 해설
솔직한 감정 분출 눈길..영어 발음도 화제
해설가로 변신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왼쪽).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야구팬들의 눈길을 끄는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코리안특급´ 박찬호의 해설위원 데뷔다.
초대 WBC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4강 신화에 기여했던 박찬호는 풍부한 현장 경험과 야구지식을 바탕으로 친근하면서도 열정적인 ‘감성해설’을 선보이며 야구팬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박찬호는 본선 1라운드 두 경기에서 임경진 캐스터, 송재우 해설위원과 호흡을 맞추며 재치 넘치는 입담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한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베테랑답게 박찬호는 누구보다 정보의 깊이와 폭이 넓다. 재기 넘치는 입담까지 갖춰 그야말로 준비된 프로 해설위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찬호 해설의 특징은 최근까지 현역 선수로 활약했던 경험을 십분 활용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처럼 경기 상황에서 선수들의 심리상태나 수 싸움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전문성과 현장감이 장점이다. 국제대회의 특성을 살려 다소 주관적이지만 한국팀 시각에서 흐름을 분석하고 플레이에 따라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솔직함도 눈길을 끌었다.
벌써부터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박찬호 해설어록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정이 경기에서 연이어 사구를 맞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에서는 캐스터가 투수출신인 박찬호에게 사구를 맞아본 경험이 없을 것이라 추측하자 "저도 공 맞아봤다. 정말 숨이 꽉 막히더라"며 몹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 투수들이 상대 선수들에게 사구를 내줬을 때는 "기왕 내보낼 거 타자를 아프게라도 했어야 한다"고 짓궂은 농담을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야구용어를 구사할 때는 유독 영어를 많이 섞어 쓰는 소위 박찬호식 ‘번데기 영어발음’도 빼놓을 수 없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활약했던 만큼 영어가 제2의 모국어나 다름없다. 하지만 뒤늦게 배운 영어라 미국식 본토 발음과 한국식 영어가 뒤섞여있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보크(Balk)를 ‘뽁’이라고 한다든지 ‘명예의 전당’을 ‘홀옵펨(hall of fame)’이라고 발음해 눈길을 끌었다. 야구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시청자들이 언뜻 들으면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들이었다. 가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으면 ‘엄~엄~’ 하는 박찬호 특유의 문장을 이어가는 추임새도 여전했다.
가끔씩 경기 상황에 지나치게 몰입하다가 적절한 방송용 표현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짜증나네요" "저건 아니죠"하고 마치 해설위원보다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듯한 장면도 눈에 띄었다. 마치 실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경기를 뛰고 있는 듯 몰입한 박찬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앞으로도 WBC에서 한국대표팀의 주요 경기를 모두 해설할 예정이다. 한국대표팀이 2라운드에 진출해 팬들이 앞으로 좀 더 박찬호식 감성해설을 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