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지하 만인지상이 책임총리? 글쎄...
입력 2013.02.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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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헌법엔 이미 명시돼있는 총리의 권한 결국 문제는 대통령 의중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홍원 전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인수위 공동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뒤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측 관계자와 점심을 했다. 어렵게 만 들어진 자리다. 일체의 질문도 삼갔다. 혹시 폐가 될까 싶어서다.
그래서 밥만 먹었다.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조용히 숟가락만 드는 게 이상했다.
결국 질문을 했다. 미안했지만 말이다.
“정홍원 지명자가 책임총리가 될 것 같아요?”
“정 지명자는 책임총리가 대통령을 잘 보필하는 거라고 하던데, 좀 문제 있지 않나요?”
“책임총리가 뭐요? 그냥 해본 이야기요?”
그냥 씩~ 웃기만 한다. 투철한 보안의식이다. 한번 더 꼬집어서 물었다. 오히려 나에게 질문한다.
“어떤거 같아요?”
철저하게 교육(?)받은 모양이다. 할 수 없었다. 주절주절 내가 이야기를 쏟아냈다. 한동안 듣더니, 그는 “감사합니다”고 했다.
뭔가 싶었다. 얻는 게 없으니 밥값은 내가 내지 않았다.
한시간 동안 이야기한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책임총리제, 무슨 뜻일까. 내각을 책임지고 이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세형 총리, 의전형 총리, 관리형 총리 등등 총리에 대한 별칭이 많다. 그러나 이번 책임총리라는 말은 처음 등장했다.
대통령 중심제에서의 책임총리제. 선언적 구호일까 아니면 실행가능한 일일까. 대통령과 호흡을 같이 하며 국정을 이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정홍원 내정자는 책임총리에 대해 “대통령을 잘 보필하는 것”이라고 했다. 법리에 밝은 정 내정자의 책임총리의 정의는 의미심장하다.
책임총리를 굳이 구분해서 생각해보니 이렇다. 명시적 책임총리와 정서적 책임총리로 봐야 하지 않나 싶다.
먼저 명시적 책임총리다.
이는 법률상 부여된 총리의 권한을 두고 하는 말이다. 총리의 권한은 대통령의 인사권에도 개입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인수위법 5조에 따르면 대통령 당선인은 임기 시작전 국회 청문회 절차를 거치기 위해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하여는 국무총리 후보자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고 명시되었다.
이는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지명하더라도 총리 후보자와 협의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해석이다. 나아가 추천을 명시함으로써 내각 구성의 공동책임을 부여한 것이다.
즉 총리 후보자가 되는 순간부터 내각구성에 대한 개입이 가능하다. 최근 일부 부처 장관인선이 있었다. 이 과정에 박근혜 당선인이 정 후보자로 인선 추천을 받았다는 얘기가 전해졌다. 법률상으로 보면 당연한 얘기인 것이다.
한편 헌법상에도 총리의 권한은 명시되어 있다. 국무위원은 총리의 제청으로 장관에 임면된다는 조항이다. 헌법 제92조 2항과 3항이다.
이 같은 내용은 박 당선인이 대선때도 언급한 내용이다. 책임총리제를 두고서 말이다.
이런 명시적 내용만 보면 책임총리는 이미 법률상 보장되어 있다. 다만 대통령 중심제하에서 요식적 절차로만 인식된 것이 문제다. 굳이 책임총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논의할 필요도 없다. 명시된 권한만 이행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정서적 의미의 책임총리다.
까다로운 이야기다. 법률상 부여된 권한을 이행한다고 가정해보자. 대통령의 의지와 태도가 중요하겠지만 자칫 심각한 대립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대통령이 맘에 드는 각료를 임면하는데 총리가 딴지를 건다? 이것을 순수한 총리의 권한행사로 볼수 있는가 말이다. 대부분 대통령에게 반기를 드는 것으로 해석한다. 그래서 명시적 권한 행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헌법 92조 2항에 명시된 내용은 이렇다.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고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명시됐다. 대통령 중심제를 강조한 내용이다. 총리의 역할이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명을 받고 보좌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정홍원 내정자의 책임총리 정의가 맞다. 잘 보필하는 것이다. 다만 내각을 통할하는데 있어 책임총리답게 이끌어 가는게 관건이다. 대통령의 대안적 비판자로서 또는 행정각부의 조정자로서 역할 말이다. 이것을 본인의 신념과 철학으로 끌고 가야 하는 것이다. 즉 정서적 의미의 책임총리인 셈이다.
명시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을 다 함축시킬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싶다
결론은 간단하다. 대통령의 의지다. 총리가 되는 사람의 성향과 태도다.
양쪽이 다 맞아 떨어져야 한다. 한 사람은 만인지상이고 또 한 사람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다. 대통령은 법률상 명시된 총리의 권한에 대해 최대한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총리는 법률상 권한을 행사하기에 앞서 대통령의 국정전반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해와 용기가 동시에 수반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두 사람의 공통된 교감이 없이는 책임총리도 없다. 흔한 정치적 레토릭이 불과할 뿐이다. 책임총리를 만드는 것도 없애는 것도 두 사람의 몫이라는 의미다.
당선인측 관계자에게 한 시간 동안 이야기한 내용이었다. 밥값 대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