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SM3로 서울-부산 왕복하니 연비가...
입력 2013.02.12 09:09
수정
<시승기>13만원이면 서울·부산 왕복+시내관광 OK…운전 재미는 떨어져
뉴 SM3
'뉴 SM3'는 르노삼성의 준중형 세단 SM3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풀체인지 모델과 달리 페이스리프트는 기존 모델에서 특정 부분에만 수정을 가한다. '껍데기'만 바꾸거나, 혹은 '알맹이'만 바꾸거나.
'뉴 SM3'는 후자에 가깝다. 겉모습도 일부 변경했다지만, 얼핏 봐서는 구형과 확연한 차이점을 알아채기 힘들다. 대신 알맹이는 큰 변화를 줬다. 가장 중요한 파워트레인(엔진, 변속기)를 교체했으니 말이다.
파워트레인을 교체하면서 르노삼성이 앞세운 것은 '연비'다. 엔진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기술로 개발된 연비개선형 엔진 'H4Mk'를 르노그룹 내 최초로 장착했고, 변속기도 연비가 높은 무단변속기의 개량형인 X-CVT를 적용했다.
과연 르노삼성은 뉴 SM3에 이같은 변신을 가해 고객들의 기름 아끼기에 어느 정도 기여했을까.
최근 뉴 SM3를 타고 서울과 부산을 왕복해 봤다. 공인연비가 신뢰성이 있다느니 없다느니 따지기보다 장거리 운행의 상징적 구간인 서울-부산간 왕복에 들어간 연료량으로 가늠해보는 게 현실적일 듯하다.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서울을 출발, 영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등을 경유해 부산에 도착하는 코스를 택했다. 서울 및 부산의 도심 구간도 각각 1시간가량씩 주행했다.
고속도로 주행 시점은 정체 시간을 피해 하행선은 설 연휴 2주 전 금요일 오후, 상행선은 토요일 저녁으로 잡았다. 예상대로 막히는 길은 거의 없었으니, 도로 정체에 따른 연비 손실을 감안해줄 필요는 없을 듯하다.
90km/h 정속 주행하니 22.5km/ℓ…더 밟아도 공인연비 이상
올해부터 새로 적용되는 신공인연비 기준으로 '뉴 SM3'의 제원상 복합연비는 15.0km/ℓ, 도심연비는 13.2km/ℓ 고속도로연비는 17.9km/ℓ다.
흔히 CVT에 대해 '신연비측정 기준에 유리해 자동변속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비가 높아 보이는 착시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한다.
하지만, 실제 구간 연비측정을 통해 체험한 바로는 썩 신뢰가 가는 소리는 아닌 듯하다. 그보다는 구연비측정 기준이 자동변속기의 맹점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했고, 신연비측정 기준이 좀더 현실에 가까워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뉴 SM3'의 고속도로 연비는 주행 환경이 좋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인연비보다 높게 나왔고, 도심연비는 악조건 속에서도 공인연비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우선, 차량 운행이 뜸한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90km/h로 맞춰놓고 약 30km가량 정속주행하며 측정한 연비는 22.5km/ℓ가 나왔다. 공인연비보다 ℓ당 4km 이상 더 달린 셈이다.
경사로의 오르내림 등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좀 더 긴 구간을 달려보려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고속도로를 달려본 사람이라면 속도제한 110km/h의 도로에서 90km/h로 장시간 운행하는 게 얼마나 뒤통수가 따끔한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더구나 크루즈컨트롤은 운전자의 졸음을 유발하는 몹쓸(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기능이다.
나머지 고속도로 구간은 때로 급가속으로 추월도 했다가 과속단속카메라 앞에서 속도를 줄이느라 아까운 기름을 공중으로 날려버리기도 하는 식으로, 대략 100km/h에서 150km/h 정도를 오갔다.
휴게소를 들르지 않고 연속운행으로 약 130km 구간의 연비를 측정한 결과 18.7km/ℓ가 나왔다. 역시 공인연비보다는 조금이나마 높은 수치였다.
무단변속기+큰 덩치+경쟁모델 대비 저출력 = 운전 재미 떨어져
이 과정에서 잠시 '운전 재미'에 대해 언급하자면, 역시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에 있어서는 무단변속기에 대한 통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자동변속기에 비해서는 조금 처진다는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르노삼성은 뉴 SM3에 적용된 X-CVT가 일반 무단변속기와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조 기어박스를 추가 장착해 초기 가속성능이 떨어지는 무단변속기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속도가 조금 쳐진 상태에서 정체가 풀리며 속도를 높이는 앞차를 쫓는 데 다소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순간 응답성은 떨어졌다.
통상 자동변속기는 급가속시 변속단이 저단으로 곧바로 변속돼(5단 주행중 급가속시 4단으로) 순간 가속도가 좋게 느껴지는 반면, 무단변속기는 순차적으로 낮은 변속비로 바뀌면서 순간 가속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난다. 자동변속기는 계단식으로, 무단변속기는 경사로식으로 변속이 되는 특성 때문이다.
뉴 SM3의 경우 무단변속기의 단점을 보완했다지만, 체감상으로건 실제로건 '운전의 재미'를 자동변속기만큼 끌어올리진 못한 것 같다.
변속기의 차이 외에 동력성능 면에서 동급 경쟁모델 대비 다소 떨어지는 것도 뉴 SM3를 굼뜨게 만든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뉴 SM3의 최고출력은 117마력, 최대토크는 16.1kg·m으로 현대·기아차의 아반떼·K3(최고출력 140마력, 최대토크 17.0kg·m)보다 낮다.
더구나 뉴 SM3는 준중형 세단 중 가장 큰 덩치(전장, 전폭, 전고 모두 최고)에, 공차중량은 경쟁모델보다 100kg가량 무거운 1250kg에 달한다.
하지만, 가장 넓은 실내공간을 제공하면서도 기름은 가장 적게 먹는 셈이니, 운전 재미 면에서는 조금 아량을 베풀어줘도 될 듯하다.
서울-부산 무급유 왕복 실패했지만...
부산 도착 100여km를 남겨두고 총 8칸의 연료게이지 중 절반인 4칸이 닳았다. 부산에 도착해서도 나머지 4칸이 유지됐지만, 부산 시내를 조금 돌아다니니 금방 3칸으로 줄었다.
도심연비는 공인연비보다 다소 낮은 11km/ℓ대가 나왔다. 하지만 시내 주행은 워낙 변수가 많은 터라 딱히 연비가 나쁘다는 평을 내리기도 애매하다. 그나마 서울보다 덜 막힐 것 같아 도심연비 측정 장소로 부산을 택했지만, 부산도 서울 못지않은 교통지옥이었다. 특히나 금요일 밤에는.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정속주행까지는 아니지만 가능한 연료를 아끼며 주행했다. 사실 연료의 절반 이상을 이미 소모해 버렸으니 재급유 없이 서울-부산 왕복은 물 건너간 일이었다.
중부내륙고속도로를 달리는 도중 연료게이지가 마지막 한 칸만 남기니 마음이 불안해져 인근 괴산휴게소에 들러 3만원어치를 주유했다. 서울에 도착하고 주행가능거리를 체크해 보니 100km 이상 남았다. 2만원만 주유했어도 중간에 멈추는 일은 없을 듯 했다.
결국, 뉴 SM3로 추가 주유 없이 서울-부산 왕복에는 실패했지만, 2~3만원 더 추가하는 정도로는 충분했다. 두 도시의 도심 구간을 제외하고 양쪽 톨게이트를 시작점으로 잡았더라면 왕복을 하고도 한참은 남을 뻔했다.
다만, 동급 경쟁차종 대비 뉴 SM3의 연비가 실제 이상으로 지나치게 부각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한 가지 밝혀둘 할 점이 있다. 뉴 SM3의 연료탱크 용량은 60ℓ로 아반떼·K3(50ℓ)보다 크다는 점이다. '추가 주유 없이 일정구간 주행'이 테스트 조건이라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면 불공평한 평가가 될 수 있다.
이번 시승에서 주유 당시 휘발유 가격이 1900원 내외였던 점을 감안하면, 뉴 SM3로 서울-부산을 왕복하고 두 도시의 시내를 돌아다니는 데 약 70ℓ의 휘발유, 금액으로는 13만원 정도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거 다른 1.6ℓ급 가솔린 준중형 세단을 몰고 비슷한 환경에서 주행했을 때보다 체감되는 연비는 확실히 뉴 SM3가 우수했다. 비록 그 차이가 크진 않다지만, 오너 입장에서 월간으로 쌓이고 연간으로 쌓이면 적지 않은 금액일 수 있다.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실적이 나타내주듯 '뉴 SM3'의 국내 시장 반응은 썩 좋지 못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껍데기'의 변화를 최소화한 탓이다. 하지만, 대중이 선호하는 '껍데기'보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알맹이'를 바꾸는 데 집중한 르노삼성의 결정은 한편으로 미련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특해 보인다.
'알맹이'를 바꾼 결과로 얻어진 '고연비 장점'이 분명한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뉴 SM3'의 가치를 재조명해 볼 필요성은 충분해 보인다. 엔트리카와 패밀리카의 중간에 걸친 준중형 세단에서 연비만큼 중요한 가치가 어디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