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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씹는' 가가와…외톨이 벗어나려면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3.01.27 09:10
수정

박지성·이청용 등 태극전사와 사뭇 다른 가가와

팀 내 친화력 문제점..맨유 동료들 신임 못 얻어

가가와 신지

유럽파 태극전사들의 '친화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동갑내기 친구인 퀸즈파크 레인저스(QPR)의 박지성(32)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파트리스 에브라(32)다.

둘은 맨유 시절 자타공인 단짝으로 널리 알려졌다. 에브라는 맨유 파티장에서도 같이 온 아내 대신 박지성을 옆에 끼고 앉아 우정을 과시했다. 영국 언론은 이런 둘을 가리켜 할리우드 영화 '러시아워'의 명콤비 청룽(成龍·재키 찬)·크리스 터커에 비유하기도 했다.

'볼턴의 아들' 이청용도 짝꿍 스튜어트 홀든을 비롯해 케빈 데이비스, 파브리스 무암바(은퇴), 맷 테일러(웨스트햄), 요한 엘만더(갈라타사라이), 알 합시(위건) 등과 두루두루 친하다.

심지어 지난해 2월 아스날에서 볼턴으로 잠시 임대 온 미야이치 료(위건)조차 이청용을 가장 친한 친구로 꼽았을 정도다. 미야이치는 볼턴 시절 트위터를 통해 "나를 애지중지 보살펴 준 동료는 이청용뿐이다"며 "볼턴에서 가장 친해 함께 맛있는 음식도 먹고 쇼핑도 다닌다. 착하고 자상한 사람"이라고 일본 팬들에게 소개한 바 있다.

이밖에 손흥민은 톨가이 아슬란(터키), 기성용은 대니 그레엄(영국), 지동원은 선덜랜드 시절 엘모하마디(이집트)와 붙어 다녔다. 그리고 '마당발' 구자철은 은젱, 하세베, 호소가이, 산코, 데용, 우치다, 베르너 등과 우정을 쌓았다.

'세계적인 명문' 맨유 일원이 된 가가와 신지의 최근 행보가 안타까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가와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대표 반열에 올라섰지만, 현실은 암울하다. 맨유 이적 반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맨유의 '원터치 패스 구성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폄하할 정도다. 결정적 순간엔 패스를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한 것. 확실한 입지를 굳히지 못한 탓일까. 언어소통의 어려움에다 단짝 결핍증까지 더해져 가가와는 무리에서 튕긴 고독한 가젤 신세다.

두려움을 덜어줄 짝꿍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전 11명 중 패스를 주고받을 콤비 플레이어가 두 명 이상 있어야 한다. 도르트문트 시절엔 지원군이 넘쳤지만, 맨유에선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설상가상으로 여전히 맨유엔 '박지성 잔상'마저 드리워져 있다. 최근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을 좋아했던 손자가 토라져 나에게 말을 안 건다”고 박지성에 대한 그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에브라와 발렌시아, 루이스 나니 등도 박지성 향수에 젖어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웨인 루니는 박지성에 대해 남다른 호감을 드러낸 바 있다. 루니는 지난 시즌 맨유 통산 200경기에 출장한 박지성을 추억하며 "팀원 전체의 신뢰를 받는 유일한 선수였다. 모두가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인간적으로도 훌륭한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가가와는 맨유 이적 반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팀에 완전히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

가가와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맨유 팀원에게 존경받는 선수, 귀염둥이가 될 자질이 충분하다. 맨유 내 유일한 동양인이라는 희소가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난달 크리스마스 파티서 동료를 북돋은 강남스타일 댄스 '열정'을 평상시에도 노출해야 한다. 알코올 도움 없이 맑은 정신으로 먼저 동료에게 다가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언어 약점도 지나치게 의식해선 안 된다. 인간은 청각의 동물인 동시에 시각의 동물이다. 에콰도르 출신 '차가운 도시 남자' 발렌시아에게 손짓 발짓 총동원해 '패스 지원'을 부탁한다면 통하기 마련이다. 연민 가득한 '빈틈'을 노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소하지만 큰 감동인 저녁식사 대접도 필요하다. 훈련이 끝난 후 슈퍼스타 로빈 반 페르시와 주먹대장 루니를 데리고 맨체스터 시내 유명 일식집을 갈 필요가 있다. 가가와가 '맨유 라커룸 분위기 메이커'에게 잘 보인다면 다른 동료 또한 가가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스페인 셀타비고에서 뛰는 박주영이 본보기다. 박주영은 동료에게 꿀 피자 한턱내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 중이다. 진심 어린 호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받아들여진다. 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팀 동료들과의 관계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가가와도 깨달아야 한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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