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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 뒤집은 용덕한 ‘한국판 Mr. October’

이일동 기자
입력 2012.10.10 09:08
수정

백업 반란 일으키며 MVP 급부상

인식 뒤집은 깜짝 스타 출현

1,2차전 타석에서의 용덕한 활약상은 강민호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1977년 10월 18일 미국 메이저리그에선 가을 사나이가 탄생했다.

바로 'Mr. October'라는 최고의 가을 찬사를 집어삼킨 월드시리즈의 영웅 레지 잭슨이다.

뉴욕 양키스 소속이던 레지 잭슨은 그해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무려 3개의 홈런포를 뽑아내며 승리를 안겼다. 버트 후튼과 엘리어스 소사 그리고 찰리 휴의 공을 양키스타디움 담장 너머로 날려버렸다.

이 시리즈에서 양키스는 다저스를 시리즈 전적 4-2로 제압, 15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다. 당시 월드시리즈 MVP가 바로 '10월 사나이' 잭슨이었다. 잭슨은 월드시리즈에서 20타수 9안타 타율 0.450 9타점 10득점 5홈런의 괴력쇼를 펼쳤다. OPS가 무려 1.792였다. 믿기 힘든 대기록이다.

월드시리즈 한 경기에서 3개의 홈런을 때린 건 베이브 루스 이후 최초였다. 월드시리즈에서 5개의 홈런을 기록한 이는 잭슨이 월드시리즈 역사상 최초다. 그래서 10월 사나이는 가을만 되면 미국은 물론 태평양의 서쪽 끝 한국에서도 다시금 회자된다.


'10월 사나이' 용덕한의 등장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도 한국판 10월 사나이가 탄생했다. 잭슨처럼 처음부터 유명한 선수가 아니라 주목받지 못한 무명 선수의 스타 탄생이다. 바로 롯데의 백업 포수 용덕한(31)이 그 주인공이다.

두산과의 1차전에서 주전 포수 강민호의 눈부상으로 인해 급하게 포수 마스크를 쓴 그에게 기대를 건 이는 별로 없다. 하지만 침착하게 투수를 리드하고 안정된 수비로 그라운드를 조율했다. 여기까지는 그의 본래 임무다. 바로 수비형 포수.

여기서 그쳤다면 용덕한의 가을 이야기는 없었다. 자신의 주 임무가 아닌 공격에서 주전 포수 강민호보다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차전 5-5 동점으로 연장으로 접어든 10회초 좌월 2루타로 포문을 열며 8-5 승리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9일 잠실구장서 열린 2차전에서 그의 활약상은 더 극적이었다. 용덕한은 1-1 동점이던 9회 초 2사 후 두산 홍상삼의 4구째 높은 직구(146km/h)를 잡아당겨 좌측담장을 넘기는 결승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이전에 0-1로 뒤지던 7회초 황재균에 이어 연속안타를 터뜨리며 문규현의 동점 적시타에 다리를 놓아준 선수가 바로 용덕한이다. 두산 선발 노경은의 강판에 일조했던 그다. 2차전 데일리 MVP는 당연하다.

1,2차전 타석에서의 활약상은 강민호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블로킹 등 수비력도 강민호에 절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이 추세로 가면 용덕한은 2년 전처럼 시리즈 MVP를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두산-롯데' 용덕한의 기묘한 인연

두산에서 올 시즌 김명성과 맞트레이드로 거인 유니폼을 입은 그였기에 이 홈런 한 방은 친정 두산에 비수를 꽂는 홈런포였다.

하지만 2년 전이던 2010년 두산 시절에는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9타수 6안타 4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준플레이오프 MVP에 등극했던 그였다. 2년 만에 뒤바뀐 유니폼을 입고 10월 사나이급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2년 전엔 롯데를 울린 두산 용덕한에서 지금은 두산을 울린 롯데 용덕한으로 변했다. 참 기묘한 인연이다. 올 시즌 강민호의 백업 포수로 용덕한을 택한 롯데는 2년 전 준플레이오프에서의 용덕한의 강렬함을 떠올리고 영입했을 것이다. 반면, 두산은 롯데 용덕한의 올 가을을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가을만 되면 공격형 포수로 대변신을 꾀하는 용덕한의 장타 본능은 잭슨급이다. 12개의 안타 중 무려 5개가 장타다. 잭슨은 이미 알려진 슬러거였지만 용덕한은 타격과는 거리가 먼 후보 선수다. 그래서 그의 가을 이야기는 더욱 드라마틱하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롯데는 뒤집기에 능하다. 롯데는 경기를 뒤집고 용덕한은 인식을 뒤집었다. 가을 잔치에서 극적인 반전은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전혀 뜻하지 않은 깜짝 스타의 출현은 차가운 가을날 야구 관전의 묘미를 배가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10월 사나이' 용덕한의 재발견은 서늘한 가을바람만큼이나 신선함 그 자체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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