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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웅인데 배트맨과 각시탈 진짜 다르네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2.08.30 09:30
수정 2013.05.22 14:57

<김헌식 문화평론가>가면 쓴 사람 바뀌어도 상징성 변함없는 '공동체성'

SBS 수목드라마 '각시탈' 포스터.ⓒSBS
영웅, 히어로는 가면을 쓴다. 배트맨, 스파이더맨, 조로, 아이언맨 등 가면을 쓰면 자신을 알리지 않으면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다. 가면을 벗은 영웅은 보통 사람이거나 그 이하다. 가면을 쓰고 쓰지 않음은 그의 능력에 더해 명성이 달라진다. 가면을 쓰는 사람은 똑같다.

배트맨은 브루스 웨인 한 명이다. 아이언맨도 토니 스타크 한명이다. 그런데 각시탈은 그 탈을 쓰는 사람이 여러 명이다. 1대 각시탈은 이강산(신현준 분)이었고 2대는 이강토(주원 분)로 이어졌다. 기무라 슌지는 이강토가 각시탈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이강토를 죽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다른 독립군들이 계속 각시탈 행세를 하기 때문에 그들까지 잡아야 한다고 보아서다.

이전에 각시탈을 모방 변장한 독립군이 온몸에 폭탄을 두른 채 자폭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 물론 진짜 각시탈은 아니었기에 각시탈은 다시 나타났다. 이는 폭탄을 갖고 자폭했어도 나중에 다시 살아난 셈이 되어 각시탈은 조선인들에게 불사신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각시탈이 갖는 상징성이다. 각시탈을 쓴 사람은 계속 바뀌지만 각시탈은 변함이 없다. 계속 활동하는 것이 많은 조선인들에게 희망을 준다. 이것이 가면 즉, 탈이 가진 힘이다. 서양의 영웅들은 그 안의 사람과 가면의 사람이 일치해야만 한다.

그러나 동양의 영웅은 그 안의 사람이 바뀔 수도 있다. 왜냐하면 공동체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즉 자기 자신 자아를 내세우기 보다는 집단의 가치를 유지 보존 발전시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각시탈에서 그 존재는 상징적 효과를 계속 누군가 이어간다는 게 중요한 것이다.

단군왕검도 마찬가지라고 익히 알려져 있었다. 단군왕검은 특정 인물이 아니라 상징체이다. 그 안의 사람은 계속 바뀌지만, 그 상징은 남아서 수천 년을 산 것이 된다. 서양식 영웅과 동양식 영웅의 차이를 단적으로 형상화 한 것이 각시탈이다.

다만, 이러한 영웅이 과거형인지 미래형인지 잘 가늠이 되는 건 아니다. 공동체 집단주의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많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사실 드라마 각시탈에서 신현준에서 주원 그리고 다른 독립군으로 이어지는 각시탈의 계승성은 매우 아름답지만, 현실적으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어차피 영웅담론이란 이상이고 심한 경우에는 판타지다. 서양의 영웅담론에서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근대적 인간의 탄생은 자기 자신이 중심이며, 그런 심리를 통해 현대적 문명의 이기를 불러왔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신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극심한 불안과 부담감에 시달린다. 자신의 이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의미있는 존재로 남아야 한다는 당위명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도 희생과 봉사를 자임하는 이들은 아무리 자아가 강하고, 개인의 자존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에도 여전히 있는 법이다.

익명의 독지가는 아직도 많은 불우이웃을 돕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위기가 오면 각시탈과 같이 계속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가 등장할 것이다. 한 사회는 그런 상징적 존재를 통해 정체성과 질서를 유지한다.

일본과의 독도 논란이 더 강화되면서 각시탈의 시청률은 상승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각시탈을 제약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게 한다. 각시탈은 한국인의 대일제에 관한 분노와 복수의 정서에 기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알지 못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깊이 있는 이해를 전해줄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편적인 관점에서 각시탈과 같은 영웅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영웅의 오래된 미래라는 점에서 각시탈의 공동체성이 갖는 새로운 의미일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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