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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형’ 손흥민 vs. ‘분데스형’ 가가와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2.04.18 08:19
수정

가가와 신지 EPL행 루머 모락모락

EPL, 힘-속도-기술 동시 요구..손흥민이 더 적합

'테크니션' 가가와가 살벌한 프리미어리그 중앙 미드필드에서 공격형 포지션으로 뛰기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 등 EPL 이적설에 휩싸인 가가와 신지(23·도르트문트)가 최근 박지성(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비교대상으로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그러나 유럽 무대 경력과 리그 수준, 나이 차이 등을 감안했을 때 거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차라리 박지성 보다는 분데스리가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20·함부르크)과의 비교가 차라리 더 자연스럽다.

손흥민과 가가와의 포지션은 다르지만, 향후 10년을 책임질 한일축구 간판이라는 점에서 비교해볼만 하다. ‘엘리트’ 손흥민과 ‘자수성가’ 케이스 가가와의 차이점은 임팩트다. 손흥민이 선천적 천재형이라면, 가가와는 후천적 천재형이라는 점에서 미세한 온도차가 있다.

손흥민과 가가와는 지난 15일(한국시각) ‘2011-12 독일 분데스리가’ 31라운드에서 나란히 공격 포인트를 올렸다. 특히, 손흥민은 하노버96전 결승골(시즌 4호)을 터뜨리며 1-0 승리를 주도했다. 핑크 감독은 지난해 12월 뉘른베르크전 이후 4개월여 만에 선발출전 기회를 줬고, 손흥민은 이 찬스를 제대로 살렸다.

가가와는 살케04전 피슈체크 동점골을 어시스트, 2-1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이날 도움 추가로 가가와는 리그 12골·10도움을 기록했다. 덕분에 도르트문트도 분데스리가 2연패를 향해 순항 중이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 개인기록만 놓고 봤을 때 가가와의 기량이 정점에 오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편, 손흥민은 ‘공포의 쌍권총’이라 불릴 만큼,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또 천혜의 피지컬로 전투적인 드리블과 스코어러의 싹이 보인다. 183cm·76kg의 체격에 100m를 11초대에 끊는 준족, 섀도·윙까지 소화 가능한 멀티재능은 타고 났다. 여기에 아버지이자 스승 손웅정(46)의 철저한 맞춤 훈련 아래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 극대화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가와는 멀티 기질이 다소 떨어진다. ‘2010 아시안컵’ 당시 일본 간판 혼다를 위한 맞춤전략 때문에 자신을 희생, ‘왼쪽 윙’으로 보직을 변경한 바 있다. 그러나 오른발을 즐겨 쓰는 탓에 다이렉트 크로스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가가와도 손흥민처럼 양발을 활용할 줄 안다. 하지만 세기보다 정확도를 강조한 슈팅은 철저히 오른발로 마무리한다. 손흥민이 오른발, 왼발 가리지 않고 쏘는 ‘미사일 슈팅’과 비교하면 차이가 있다. 여기에 손흥민은 하노버전 골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양발 드리블’까지 능숙하다.

이쯤 되면, 둘에게 어울리는 유럽리그 색깔이 보이기 시작한다. 손흥민과 가가와 중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스타일에 적합한 쪽은 손흥민에 무게가 실린다. 실력을 잣대로 평가한 게 아닌, 힘·속도·기술을 모두 요구하는 ‘프리미어리그 특성’에 맞춘 조심스런 예상이다.

영국 프로축구에서는 ‘피지컬·스피드·기술’ 3박자가 잘 어우러져야 생존할 수 있다. 어느 하나가 뛰어나고 다른 한 부분이 부족하면 버티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죽음의 스루패서’ 나카타는 가속도가 떨어져 지난 2005년 피오렌티나서 볼턴으로 임대된 이후 1년 만에 유니폼을 벗고 현역생활을 접었다. 아베 유키는 피지컬 약점을 노출, 잉글리시 챔피언십 레스터 시티에 진출한 지 1년 반 만에 원 소속팀 우라와 레즈로 컴백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일본을 사상 첫 16강으로 이끈 토다 카즈유키(35·마치다)는 ‘한국형 피지컬’이라는 찬사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2003년 토트넘에 임대됐다. 그러나 빠른 공수전환에 적응하지 못한 채 4경기만 뛰고 고국으로 돌아왔다.

한국도 이동국(전북 현대)이 미들스보로 시절 공수전환에 애를 먹었고, 설상가상 골운까지 따르지 않아 정신적·육체적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부상을 치유하지 못한 채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게 결과적으로 패인이었다. 조원희(광저우 에버그란데)는 위건 임대시절 자신을 데려간 스티브 브루스가 경질된 이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몸싸움이 잦은 중앙서 뛰기엔 피지컬이 떨어진다는 냉혹한 지적까지 들었다.

테크니션 가가와는 살벌한 프리미어리그 중앙 미드필드에서 공격형 포지션으로 뛰기엔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왜소한 체격이다. 파워와 지구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혹평 속에 벤치만 달굴 수도 있다. 덧붙여 도르트문트는 공수 역할분담이 명확하다. 그런 가운데 가가와 스스로 무리한 수비가담보단 공격 비중을 크게 하며 재능을 극대화했다. 독일리그가 가가와 스타일상 찰떡궁합인 이유다.

그러나 프리미어리그는 다르다. 최강 맨유도 공격수에게 강인하고 헌신적인 수비를 요구한다. 루니와 박지성, 웰백, 치차리토의 희생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모두 엄청난 활동량으로 공수 양면에서 기여도가 높다. 이처럼 맨유 퍼거슨이 요구하는 전술 핵심은 ‘이타적인 플레이’이고 박지성이 EPL 7년차 고참이 된 이유다.

손흥민은 의외로 잉글랜드 스타일과 어울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함부르크 입단 초기 윙어로 출전, 지속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움직임이 몸에 뱄기 때문이다. 과거 명성과 달리 약화된 소속팀 전력 탓에 공격에만 전념할 수 없었다. 이 비참한 현실이 손흥민을 ‘EPL 스타일 공격수’로 키운 전화위복의 씨앗이 될 수 있다.

또 손흥민의 전광석화 같은 발놀림과 가공할 득점력은 퍼거슨을 흡족하게 할 최대 무기다. 맨유의 장기가 바로 속전속결 원터치 역습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가와도 아시아를 대표하는 훌륭한 선수임에 틀림없다. 일본 J리그 2부 세레소를 디비전 1로 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가가와는 뒤늦게 만개한 노력파 천재다.

2010 남아공월드컵 본선행 좌절 이후 시련의 나날을 보낸 그는 독일로 진출해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었다. 남아공월드컵 16강 주역 혼다와 아시안컵 우승 주역 나가토모를 뛰어넘어 명실상부한 일본 간판얼굴로 자리매김할 조짐이다.

하지만 저마다 어울리는 환경이 있는 법이다. 프리미어리그는 가가와에게 상극에 가깝다. 부잣집 외동 샌님과 같은 이미지의 가가와는 분데스리가 최상위권 팀에서 ‘뱀의 머리’가 돼 독일무대를 호령하는 아시아 영웅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더 현명한 결단이다.

용의 꼬리부터 시작할 운명은 프리시즌 거함 첼시 1군과 바이에른 뮌헨 1군에 카운터펀치를 날린 ‘EPL 스타일’ 손흥민이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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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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