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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으로 인한 세계종말 시계 시침을 늦추다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2.03.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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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핵안보정상회의 '서울코뮈니케' 핵무기 수천개 만들 HEU 감축

워싱턴회의에 비해 '실천단계' 성과…핵군축 비확산 문제도 다뤘어야

전세계 53개국 정상과 4개 국제기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6, 27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 2차 핵안보정상회의가 막을 내렸다. 회의에서는 ‘서울코뮈니케’가 채택됐다. 13개 실천사항이 담긴 '서울선언‘에는 무기급 핵물질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고, 원자력 시설에 대한 물리적 보호를 강화하며, 핵물질의 불법적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이 담겨졌다.

이번 서울회의는 2010년 1차 워싱턴회의에서 각국이 확인했던 핵테러 방지에 대한 의지를 실천 단계로 끌어올렸다는데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서울회의를 계기로 2009년 5월 체코 프라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핵 없는 세계’를 주창하며 제안한 핵안보정상회의가 바야흐로 ‘실천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2년 전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회의에서는 핵 안보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 속에 고위험 핵물질 감축ㆍ폐기, 불법적 거래 방지 노력 등에 합의했지만 다분히 선언적 수준에 머물렀었다. 그러나 이번 서울회의는 워싱턴회의의 약속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 평가하고, 논의를 확장 발전시켜 보다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내놓은 자리였다. 그 점에서 2차 서울회의는 1차 워싱턴회의와는 다른 의미를 지닌다.

실제로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0년 약속한 대로 핵무기 3천여 개 분량의 고농축우라늄(HEU)을 저농축우라늄(LEU)으로 전환했다. 각각 7톤, 48톤의 HEU를 폐기한 것이다. 지난 2년간 아르헨티나 등 8개 나라가 480kg의 민수용 HEU를 제거했고 멕시코, 우크라이나는 자국 내 있는 모든 HEU를 없앴다. 스웨덴이 수 kg의 플루토늄을 정상회의 직전인 3월25일 미국으로 반출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년간 14개 국가가 국제 핵테러억제협약(ICSANT)에 새로 가입하여 79개국으로 늘었고, 세계핵테러방지구상(GICNT)은 6개국이 늘어 82개국으로 되었다. 개정 핵물질방호협약(CPPNM)은 20개국이 더해져 현재 55개국이 비준했다. 유엔의 글로벌 파트너십, 안보리 결의안 1540 위원회도 2012년, 2021년까지 임무가 연장됐다. IAEA의 핵안보 기금 확대도 약속됐고, 한국을 포함한 6개국이 핵안보 교육훈련센터를 만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제1세션에서 잠시 멈칫 한 뒤 다가가 악수를 하자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이 웃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2013년까지 핵무기의 원료인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최소화하기 위한 계획을 자발적으로 마련키로 합의했다. 이는 핵무기 수천 개 제조 분량의 HEU 감축으로 이번 회의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성과들이 나왔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2개 이상의 국가가 공동이행약속 형태로 핵물질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방식이 새롭게 등장했다. 미국,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는 지난 26일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제공에 관한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을 제외한 3개국이 현재 쓰고 있는 의료용 HEU를 LEU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핵에너지 분량을 미국의 방사성 동위원소로 충당키로 했다. 궁극적으로는 의료용 HEU를 완전히 제거하고 지속 가능한 의료용 동위원소를 만들기로 했다.

이어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은 27일 핵ㆍ방사성 물질의 운송보안을 강화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국가의 첫 실무회의는 내년 일본에서 열리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운송과 원자력 관련 기구들도 참석한다. 또 국가별로 핵물질 재고 관리소와 국내용 핵물질 추적 시스템을 마련하고 더욱 강력한 대비책을 위해 군사훈련도 고려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를 통해 핵물질 확산방지와 핵의 평화적 이용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확보된 것도 큰 의미 중 하나다. 전 세계에 산재한 핵물질은 군사용과 민수용, 연구용 의학용을 합쳐 HEU가 약 1600톤, 플루토늄은 약 500톤에 달한다. 핵무기 약 12만6500개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서울 회의는 이 같은 핵시설의 무분별한 확신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렸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갖는 또 하나의 큰 의미는 북한의 핵문제다. 북한은 다음 달 중순 장거리로켓 '광명성 3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3차 핵실험까지 들먹이고 있다.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의 평화를 한순간에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상황에서 서울 개최 핵안보정상회의는 북한의 무모한 핵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 형성과 함께 엄중한 경고자리로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명박 대통령과 양자 정상회담을 가진 미국, 중국, 러시아, 호주, 이탈리아, 뉴질랜드, 인도, 그리고 태국 등 16개국 정상·국제기구 대표 중 11개국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취소를 촉구했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 등 소위 북한의 전통적 우방들까지 '미사일 발사를 취소하고 주민의 민생 향상에 힘써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은 개별국가 문제가 이처럼 부각된 것은 양자 수뇌회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명박 대통령의 주도면밀한 노력의 결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국제안보 분야의 세계 최대 정상회의를 주관해 큰 탈 없이 마무리한 것도 우리의 국제적 위상과 외교 역량을 한 단계 높인 소중한 성과다. 2010년 G20 서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우리나라가 세계 경제 분야에서 주도적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국제안보 분야의 최고위급 포럼인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리에 마무리하면서 다시 한 번 G20 국가로서의 면모에 걸맞은 책임과 리더십을 보여 줬다.

그러나 '핵 없는 세상'의 비전은 핵안전만으로는 실현되기 어렵다. 핵보유국들의 핵 군축과 더불어 핵무기 확산을 막는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핵 군축과 비확산 문제를 제쳐놓고 오로지 핵안전 문제만을 다루는 것은 핵안보정상회의의 근본적 한계다. 합의 결과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이번 ‘서울선언’은 각국 정상들이 토의하여 이뤄낸 합의니만큼 약속한 합의는 반드시 실천돼야 한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광명성 3호’ 장거리로켓 발사를 강행할 모양이다. 이미 예고한 장거리 로켓의 동체를 평안북도 철산군에 있는 동창리 기지로 운반하는 등 발사 준비를 계속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내가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이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런 여유가 있으면 민생 챙기기에 전념할 일이다.

글/김영명 칼럼니스트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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