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감히 KIA팬이 사직구장 원정응원?
입력 2012.03.2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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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팬 후한 배려, 홈구장 장악까지
심지어 응원 중 화답하는 경우도 발생
원정팀 투수가 사직구장에서 견제구라도 던졌다간 사방에서 '마!' 소리를 듣게 된다.
롯데 자이언츠 홈 사직구장은 원정팀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기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있다.
견제구라도 던졌다간 곧바로 “마!”라는 함성으로 응징을 당한다. 타자들 역시 분위기 파악 못하고 길게 항의거나 롯데팬들에게 밉보였을 경우, 경기 내내 야유를 받곤 한다.
실제로 사직구장은 프로야구 구장 가운데 홈팀 응원이 가장 잘 발달된 곳으로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원정 응원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며 롯데 홈팬들 열정에 엄지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다른 구장 상황은 어떨까. 사직을 제외한 6개 홈구장에는 비공식이지만 암묵적 합의에 의한 ‘원정팀 응원석’이 존재한다. 잠실과 문학, 광주, 대전구장은 3루 측에, 홈팀 더그아웃이 3루 쪽인 대구와 목동구장은 1루 측이 그곳이다.
수도권 연고 구단, 특히 연고지에 뿌리 내린 지 얼마 안 된 SK와 넥센의 경우 어디가 홈팀인지 구분 가지 않을 때도 있다. 원정팀 응원하러 온 팬들은 아예 확성기까지 동원하는가 하면, 모 구단의 경우 꽃가루를 뿌려 주객이 전도되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벌어진 문학구장에서는 오히려 홈팀 SK 팬들의 숫자가 밀리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당시 만원이었던 문학구장에는 붉은 막대 풍선을 든 홈팬들이 1루 측에만 몰려있던 반면, KIA의 노란 풍선은 3루와 외야석, 그리고 본부석까지 장악해 홈팀 SK가 본의 아니게 원정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사실 한국 프로야구만큼 원정팀에 대한 배려가 후한 리그도 없다. 이는 반대로 홈팀이 가져야할 이점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홈 어드밴티지’라 부를 수 있는 사항은 ‘선 수비 후 공격(말 공격)'과 관중 수입, 독점 마케팅만이 전부다. 하다못해 홈팀이 방송 중계권을 독점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그러한 권한도 없다.
무엇보다 홈팀을 향한 일방적인 응원이 없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일본의 경우 북과 나팔 등의 도구를 이용해 응원전을 펼치지만 이는 어디까지 홈팀만을 위한 특권이다. 간혹 원정 응원단이 떼를 지어 경기장을 찾곤 하지만 막판 접전 상황이 아니고선 감히 목소리를 크게 낼 엄두를 못 낸다.
비교적 응원문화가 자유로운 미국에서조차 원정팀 응원은 찾아볼 수 없다. 가령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 모자와 유니폼을 갖춰 입고 양키스타디움을 방문한다면 곧바로 구장 경비 직원이 주변을 둘러싸게 된다. 그만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유럽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응원은 무조건 홈팀 위주로 진행되며 원정팀 응원석은 경기를 관람하기 불편한 구석으로 내모는 경우가 허다하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선수들이 홈에서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응원의 힘이 얼마나 큰지는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을 통해 국민들 모두가 알고 있다. 당시 기를 받은 태극전사들은 4강까지 오르는 신화를 썼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는 홈팀과 원정팀이 사이좋게 응원을 반반씩 나눈다. 어떤 경우에는 홈팬들이 야유를 보내면 반대편 원정팬들이 화답하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된다. 그러니 어디가 홈이고 어느 쪽이 원정인지 구분가지 않을 때가 많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에서의 홈팀 승률은 일본, 미국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떨어진다. 지난해 8개 구단의 홈 승률은 0.527(275승 247패 10무)에 불과한 반면, 원정팀의 승률은 0.473이나 됐다. 2010시즌에는 아예 홈팀 승률(0.494)이 5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미일 프로야구 홈 원정 성적.
일본 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각각 0.556과 0.526으로 홈팀 승률이 집계됐다. 최근 3년간을 따지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국은 승률 0.510에 그쳤지만 일본과 미국은 0.555-0.544로 홈팀의 승률이 월등히 높았다.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롯데가 지난해 홈에서 40승 24패 3무(원정 32승 32패 2무)로 강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홈팀의 응원문화를 확산시키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일단 홈-원정 응원석의 구분을 없애거나 원정 응원석을 아예 외야석으로 보내도 된다. 확성기 사용은 오직 홈팀만이 사용할 수 있고, 원정 응원단상도 홈팀의 전유물이 되어야 한다.
비록 프로야구가 애당초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지역 연고제로 출발했지만, 각 구단들은 30년을 지나오며 지역정서에 깊이 녹아들었다. 더 이상 ‘주거니 받거니’식의 응원문화보다는 사직구장처럼 홈팀에게만 힘을 불어넣어주는 일방적 응원방식의 도입도 색다른 볼거리가 될 수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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