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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장사’ 악순환 LG…차라리 꼴찌가 답?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2.03.17 11:33
수정

FA·트레이드 등 선수영입 대부분 실패

'유망주 발굴 및 육성' 본격적 리빌딩?

김기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재능을 꽃 피워줄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프로야구 LG 트윈스가 언제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까.

LG는 팬들 사이에서 ‘선수 장사’를 가장 못하는 팀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동안 큰돈을 들여 영입한 대어급 FA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부진의 늪에 빠져들었고, 트레이드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0년 4년간 18억원에 계약한 홍현우를 시작으로 진필중(4년 30억원), 박명환(4년 40억원) 등의 굵직한 FA 계약은 모두 참담한 실패작들이다. 또한 전력보강을 위해 내준 선수들은 이적하자마자 펄펄 날아 속을 애태웠다. KIA 이용규와 김상현, 두산 이성열, SK 안치용, 넥센 박병호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팀의 미래라 할 수 있는 신인지명에서는 어땠을까. LG는 야구계의 큰 손답게 특급 유망주들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1997년 임선동은 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 최고액인 7억원을 받았고, 서승화(5억원), 박경수(4억 3000만원), 박병호(3억 5000만원), 이형종(4억 3000만원)도 역대급 계약금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이들 모두 LG에서의 활약은 미미했다.

팀 성적 추락은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프로야구 역사의 기록이며,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이를 끊기 위해 이광환-이순철-양승호-김재박-박종훈 등 무려 5명의 감독들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모두 5할 승률을 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구단 안팎에서도 적지 않은 잡음이 일었다. 선수단 내에서는 개인주의와 파벌문화가 만연했고, 저마다의 개성을 내세운 스타플레이어들은 하나로 뭉쳐지지 않았다. 감독에 대한 항명, 선·후배간의 구타 사건, 경기 도중 포수와 투수의 말다툼 등이 이를 대변한다. 또한 밖에서는 선수와 팬들 간의 충돌, 그리고 성적 부진에 대한 팬들의 항의에 직면해야 했다.

물론 구단 측도 손을 놓고 방관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신연봉제를 도입해 어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아주는가 하면, 성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리빌딩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연봉제는 선수들의 개인주의를 더욱 부추겼고, 리빌딩 역시 당장의 성적에 눈이 먼 구단 프런트로 인해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LG의 악재는 지난 겨울 정점을 찍었다. 김기태 감독이 야심찬 포부와 함께 새로 부임했지만 전력의 핵심이던 안방마님 조인성을 비롯해 마무리 송신영, 골든글러브 외야수 이택근이 FA로 팀을 떠났고, 급기야 경기조작 사태가 불거지며 박현준과 김성현이라는 에이스급 투수를 둘이나 잃었다.

물론 김기태 감독은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김 감독은 주전 선수 5명이 한꺼번에 빠져나간 것에 대해 “대체할 선수들은 있다. 길이 없는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어야 하고, 다리가 없는 강을 만나면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공백선수들로 인해)오히려 일자리 창출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김기태 감독의 말처럼 지금의 위기는 LG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주전 선수들의 빈자리는 당장의 고민이겠지만 새로운 얼굴들을 발굴해 육성해 나간다면 향후 10년 농사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리빌딩을 해야 한다는 일각에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행히 LG에는 팀의 기둥이 될 유망주들이 득시글하다. 최근 3년간을 살펴봐도 팀 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오지환(2009년 1차)을 비롯해 2010년 전체 1순위 신정락, 이듬해 전체 2순위로 입단한 투수 임찬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선수들이다. 또한 FA 보상선수로 받아온 윤지웅, 나성용, 임정우도 당장 1군에서 뛰어도 손색없는 기량이라는 평가다.

역대 LG에 입단한 고액 계약금 신인. 제대로된 활약을 펼친 선수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동안 LG는 1차 지명 선수들의 무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체적으로 육성된 선수들을 손에 꼽을 정도다. 타 구단에 비해 스타플레이어가 많아 유망주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린 나이에 거액의 계약금을 손에 쥔 이들도 지나친 부담감으로 인해 스스로 경기를 그르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지난해 LG 2군 감독을 역임한 김기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의 재능을 꽃 피워줄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이미 검증된 명장 대신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감독을 임명한 이유도 이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LG는 지난 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선수들은 펄펄 날았고, 지는 날보다 이기는 횟수가 더 많았다. 팬들도 이번만큼은 가을잔치에 참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결국 구단 프런트도 기회는 이때라며 리빌딩을 과감히 포기하는 대신 또다시 선수를 영입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다.

올 시즌 LG의 화두는 또다시 리빌딩이다. LG가 진정한 재건을 원한다면 차라리 시즌 초반부터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젊은 유망주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제공해 빈자리를 메워나가는 것이 LG에 던져진 숙제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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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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