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 한계' 긱스 위해 긱스 포기할 때
입력 2012.03.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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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 수비가담에 그쳐..출전도 잦아
급격한 체력저하..팀 전력도 하락
백전노장 긱스는 이제 체력적인 한계에 봉착해 힘겨운 현역 말년을 보내고 있다.
“공간을 지배해야 승리한다.”
압박 전술을 강조한 거스 히딩크 감독의 명언이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과거와 같은 막강 전력을 구축하지 못한 것도 공간 지배능력 저하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중심엔 라이언 긱스(38)가 있다.
긱스에겐 '이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게 맨유 안팎에서 도는 공통된 평가다. 소속팀을 위해 축구인생을 불살랐지만,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이 문제다. ‘전매특허’ 발재간과 프리킥은 여전하지만, 급격한 체력저하가 아킬레스건으로 떠올랐다.
‘신성’ 톰 클레버리와 ‘산소탱크’ 박지성이 긱스의 ‘형식적인 수비가담’ 약점을 메워주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들도 결국은 철인이 아닌 까닭이다.
맨유는 16일(한국시각) 스페인 빌바오 산 마메스에서 열린 아틀레틱 빌바오와의 ‘2011-12 UEFA 유로파리그’ 16강 원정 2차전에서 1-2로 패하며 1·2차전합계 3-5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로써 맨유는 올 시즌 현재진행형인 프리미어리그를 제외하고, 챔피언스리그·유로컵·칼링컵·FA컵에서 모두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패배의 원인은 크게 3가지. 세대교체 과도기라는 점과 주전급 슬럼프 및 부상, 챔피언스리그 탈락 후 목적의식 결여 등을 꼽을 수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올 시즌 영입한 애슐리 영은 기대만큼 못했고, 비디치와 플래쳐 등 맨유 베테랑들은 각각 인대파열과 장염으로 드러누웠다. 설상가상, 지난 수년간 맨유를 이끌어 온 백전노장 긱스는 이제 체력적인 한계에 봉착해 힘겨운 현역 말년을 보내고 있다.
문제는 맨유 코치진이 판단하기에 긱스를 대체할 자원이 마땅히 없다는 사실이다. 맨유는 올 시즌 개막 전부터 허리보강이 절실하다는 점을 감지했지만, 점 찍어둔 몇몇 스타플레이어 영입과정이 원활치 않아 ‘멀티 윙어’ 애슐리 영을 데려오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영은 시즌 초반 대활약 이후 부상으로 빠졌고, 돌아온 뒤엔 정상 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안데르손 등 전문 중앙자원도 잦은 부상으로 이탈과 복귀를 반복하면서 맨유 미드필더 선수층은 매우 얇아졌다.
이렇다보니 맨유 코치진은 긱스에게 숨 돌릴 여유를 주지 않은 채 자주 중앙을 맡겨야 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후유증은 컸다. 긱스는 나이를 감안할 때 평균 일주일 간격 45분만 뛰어야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여유로웠던 지난 시즌과 달리, 올해는 월차·연차도 쓰기 힘들만큼,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다.
설상가상으로 날개와 달리 중앙은 긱스의 장점보다 단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가장 큰 불안은 백코트가 느려 중앙에서 ‘1차 압박’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맨유는 탄탄한 조직력과 정교한 원터치 패싱을 자랑하는 빌바오와의 유로파리그에서 완전히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긱스는 분명 맨유의 보물이다. 그가 맨유에 안긴 우승 트로피와 무형의 찬란한 선물은 셀 수 없이 많고 모두가 고마워하고 있다. 그만큼 퍼거슨 감독과 팀 동료들은 아직 긱스가 해결사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러나 정작 긱스는 최근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 안타까운 참담한 말년을 노출하기 전에 이제는 그를 놓아줘야 한다. 긱스와 맨유의 미래를 위해 현재의 긱스를 포기하는 용단이 요구된다.
불사조로 불렸던 긱스도 결국은 인간일 뿐이다.
현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긱스를 ‘플레잉 코치’로 승격시키고, 박지성-클레버리-마이클 캐릭 등으로 선발 미드필더를 구성해 ‘조직력 완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긱스는 후반 조커 역할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선수들의 ‘교관’ 역할이면 충분하다는 얘기다.
영원한 것은 없다. 불사조로 불렸던 긱스도 결국은 인간일 뿐이다. 무엇이든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2000년대 초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박지성, 웨인 루니 등이 중심이 된 맨유는 세계를 호령했고 이들의 젊음을 감안할 때 당분간 맨유 천하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로 떠났고, 테베즈는 가련한 오리로 낙인찍혀 맨체스터 시티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만 했다. 루니는 20대 초반과 달리, 성장속도가 가파르지 못하다. 박지성은 ‘랜덤 출장’ 및 주로 ’수비형 윙어‘로 기용되다보니 디펜스나 압박전술 유용 유틸리티로 진화한 반면, 공격력은 정체 현상이 뚜렷하다.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보낸 맨유는 지금 한 템포 쉬어갈 타이밍이다. ‘백발 투혼’ 알렉스 퍼거슨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같이 세월의 힘을 실감중인 백전노장 긱스의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유로파 탈락으로 자존심을 구긴 맨유와 긱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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