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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 지옥화' 명장 채집·자르기 놀이?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12.03.07 09:06
수정

근시안 첼시 또 감독 경질

이름값만 보고 불렀다가 자르기 반복

지난해 6월 첼시와 3년 계약을 체결했던 보아스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3승7무7패(승점46)로 5위에 머무는 등 첼시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막강한 자금력과 넘쳐나는 스타들, 촉망받는 미래에 이르기까지..

한때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던 유럽의 ‘뉴 명문클럽’이었다. 하지만 이제 명문은 고사하고 내로라하는 일급 지도자들이 모두 기피하는 ‘감독들의 무덤’으로 전락했다.

정점을 지나 하향세를 그리고 있는 주축 선수들과 지지부진한 세대교체, 그리고 ‘헛돈쓰기’를 마다하지 않고 감독을 장난감 갈아치우는 것처럼 여기는 무모한 구단주 덕에 클럽의 미래는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바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얘기다.

첼시는 지난 4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구단 이사회에서 보아스 감독을 경질하기로 했다. 관계가 일찍 끝나 유감스럽다”며 “성적과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고 올 시즌 중 발전할 조짐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첼시와 3년 계약을 체결했던 보아스 감독은 프리미어리그에서 13승7무7패(승점46)로 5위에 머무는 등 첼시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계약 파기에 대한 보상금으로 첼시로부터 1,000만 파운드(약 177억 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포르투의 리그 무패우승과 트레블을 이끌며 '리틀 무리뉴'라는 애칭을 얻었던 34세의 젊은 명장은 ‘첼시 재건’이라는 숙제를 이루지 못한 채 쓸쓸히 스탬포드 브리지를 떠나게 됐다.

사실 올 시즌 보아스 감독이 보여준 행보만을 놓고 보면 경질 자체에는 할 말이 없다. 우승권은커녕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수성도 어려운 처지다. 게다가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까지 겹쳐 사면초가에 몰려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보아스 감독 개인의 능력문제를 떠나 첼시가 현재 처한 상황과 역대 감독들의 운명이다.

2007년 첼시의 첫 황금시대를 열어젖힌 조세 무리뉴(레알 마드리드) 감독 이후 첼시는 무려 5명의 감독들이 거쳐 갔다. ‘임시직’ 거스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면 나머지 감독들은 모두 임기를 마치지못하고 불명예스럽게 경질됐다.

한 시즌도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감독들이 부지기수였다. 특히, 보아스 감독의 퇴진은 여러 면에서 2008년 첼시 지휘봉을 잡았던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브라질)과 비교된다.

스콜라리는 포르투갈 감독시절 ‘애제자’ 데쿠와 조세 보싱와(이상 포르투갈)를 영입했고, 첼시에 자신만의 공격적인 축구색깔을 덧입히려 했다. 그러나 기존 주축 선수들은 스콜라리 지도방식에 불만을 품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 와중에 성적 부진까지 겹치며 입지가 좁아진 스콜라리 감독은 결국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지휘봉을 내주고 불명예스럽게 하차했다. 스콜라리 전 감독은 보아스 경질 소식을 접한 뒤 현지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첼시의 행보는 이상할 것이 없다. 늘 그래왔다“면서 "첼시의 감독이 되는 일은 지옥과 다름없을 것“이라고 강력 비난했다.

보아스 감독은 첼시에 부임하면서 당장의 성적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팀의 체질개선과 리빌딩이라는 숙제를 안고 투입됐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도 보아스 감독의 팀 개편 작업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다.

하지만 보아스 감독도 세대교체 과정에서 주축 선수들의 불만과 저항이라는 악재에 부딪혔고, 지지부진한 팀 성적으로 입지가 급격히 좁아졌다. 보아스 감독이 기대했던 수준의 전력보강이 이뤄질 만큼 충분한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된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벼랑 끝에 몰리자 아브라모비치가 선택한 카드는 또다시 손쉽게 감독을 ‘자르는’ 것이었다.

아직 감독경력이 짧고 빅클럽을 이끌어본 노하우가 부족한 보아스 감독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세대교체 과정에서 유연하지 못한 팀 운영방식으로 노장들과의 불협화음을 초래한 것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감독 능력에 대한 검증이나, 확실한 지원사격도 없이 이름값만으로 선임해놓고,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만만한 감독만 갈아치우는 것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근시안적 행보가 첼시의 위기를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첼시의 감독 수집은 여전히 멈추지 않는다. 일부 영국언론에서는 무리뉴 전 감독의 복귀는 물론 펩 과르디올라(바르셀로나), 라파엘 베니테즈(전 리버풀), 파비오 카펠로(전 잉글랜드) 등 유명 감독들이 첼시의 차기감독군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예전 같은 강호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는 데다 구단주와의 관계, 부진한 팀 리빌딩 등이 도마에 오르고 있는 첼시는 더 이상 예전처럼 일급 지도자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클럽과는 멀어지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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