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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우 몽키·눈찢기’ 유럽축구 인종비하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1.12.25 09:10
수정

수아레즈, 인종모욕 혐의로 중징계

동양인 주요 타깃..제도적 장치 미흡

더 심각한 것은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를 무겁게 바라봐야 할 축구계 고위층 인사들조차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종차별은 유럽 축구계에 만연된 고질적인 병폐다.

우루과이 국가대표 수아레즈(24·리버풀)는 지난 10월 15일 '2011-12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에브라에게 수차례 인종비하 발언을 퍼부었다. '피해자' 에브라는 경기 직후 프랑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언급하고 싶지 않지만, 인종 차별적 모욕을 10번 이상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수아레즈는 에브라 발언을 전면 부인했지만, 에브라가 잉글랜드축구협회(FA)에 제소하면서 FA는 전면 재조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FA는 지난달 17일 공식성명을 통해 "수아레스는 FA 규정에 어긋나는 모욕적인 발언 및 행위를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 사안에는 에브라의 민족 기원, 인종 등도 언급돼 있다"고 밝혔다.

결국, 수아레즈는 21일 잉글랜드 축구협회로부터 8경기 출장 정지 및 벌금 6만 2000 달러(약 7000만원) 중징계를 받았다. 리버풀 구단 측은 FA의 발표에 강력 반발하며 항소할 뜻을 나타냈지만, 결과가 뒤바뀔 확률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것은 인종차별에 관한 문제를 무겁게 바라봐야 할 축구계 고위층 인사들조차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은 최근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서 축구계 인종차별 문제와 관련 "경기 중 무언가 문제가 생겼더라도 끝나고 사과하고 악수하면 된다"라고 말해 전 세계인들의 공분을 샀다.

인종갈등 논란은 비단 프로축구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인의 눈이 모이는 ‘청소년 월드컵’에서도 중남미, 남유럽인들 동양인을 비하할 때 자주 하는 ‘눈 찢기 행위’가 아무런 제지 없이 자행되고 있다. 2007년 한국서 열린 ‘FIFA 17세 이하 월드컵’이 한 예다. 페루 바살라르와 토고 아타코라는 각각 한국과의 예선 1·3차전에서 골을 넣은 직후 카메라에 대놓고 눈 찢기 퍼포먼스를 시도해 동아시아 축구팬들의 분노를 샀다.

눈 찢기 행위는 농구에서도 나왔다. 2008년 8월 스페인 올림픽 농구대표팀이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찍은 광고가 문제가 됐다. 당시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에 실린 광고에서 스페인 농구대표 선수들은 양 손으로 눈을 길게 늘어뜨린 채 웃는 포즈를 취했다. 이 사진을 접한 전 세계 언론사들은 “아시아인 비하 의도가 짙다”며 마르카에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유럽서 뛰는 한국 축구선수들도 인종차별 희생양이 되고 있다. 셀틱의 기성용은 지난해 10월 세인트 존스턴 원정경기에서 공만 잡으면, 상대팀 관중들은 원숭이 울음소리를 냈다.

구자철(22·볼프스부르크)은 최근 브라질에서 온 팀 동료 조슈에 올리베이라(32·브라질)에게 일방적인 폭행을 당할 뻔했다. 연습경기 도중 조슈에가 구자철 발목을 향해 연신 거친 태클을 일삼았고, 화가 난 구자철이 조슈에에게 다가서자 적반하장으로 양 훅을 휘둘렀다.

단순히 해석하면 주전경쟁을 펼치느라 신경이 날카로워진 팀 동료들 간 주먹다짐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동양인을 쉽게 보는 중남미인의 뿌리 깊은 고질병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구자철이 토종 유럽인이었다면 조슈에가 적반하장 태도로 나섰을까.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격 때문에 ‘약골 아시아인(선입견)’을 깔보는 심리가 은연중에 깔려있다.

해외에서 10년 넘게 뛴 설기현(32·울산)은 유럽에서는 착한 선수보다는 독한선수가 돼야 한다면서 감독이나 동료들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기 위해선 “분명한 자기 의사 표현, 확실한 주장”으로 스스로 신변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아무리 노력하고 단련해도 부수지 못하는 장벽이 있다. 존 테리, 수아레즈 등 사회적 모범을 보여야 할 세계적인 축구스타들도 버리지 못한 ‘인종편견’이 바로 견고한 장애물이다. 유럽무대서 편견에 맞서 자기 능력 이상을 발휘하는 축구스타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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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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