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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신께 경의' 누가 이만수에게 돌을 던지랴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1.11.01 00:44
수정

어려운 상황에서 팀 맡아 KS 진출

김성근 컬러에 이만수 스타일 녹여

´야신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만수 감독은 팀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위업을 달성했다.

2011년 프로야구의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스였다.

삼성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강병규의 결승 솔로 홈런에 힘입어 1-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 1패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4경기에 나와 무실점으로 호투, 3세이브를 챙긴 ‘끝판 대장’ 오승환이 한국시리즈 MVP에 올랐고, 류중일 감독은 2005년 선동열 감독 이후 신임 감독으로는 역대 두 번째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반면, 준우승에 머문 SK도 시리즈 내내 투혼을 펼쳤다.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가운데 선발 라인업을 구성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이만수 감독대행은 팀을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값진 성과를 얻어냈다.

사실 시즌 막판 갑작스레 지휘봉을 잡게 된 이만수 감독대행의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선두경쟁을 펼치던 팀 성적은 3위로 내려앉은 상황이었고, 핵심 선수들의 대부분은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게다가 짙게 깔려있던 전임 김성근 전 감독의 그늘은 가장 큰 부담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성근 전 감독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던 SK팬들은 쉽게 이만수란 이름을 새로운 수장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문학 홈경기에서는 연일 이만수 감독대행과 구단 프런트를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특히 이 감독대행은 야신 경질 과정에서 입방아에 올랐다는 이유로, 감독직을 맡고 첫 기자회견에서 웃었다는 이유로, ‘인천 예수’를 몰아냈다는 오해 등으로 인해 ‘인천 유다’라는 말도 안 되는 비아냥거림에 시달렸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SK 지휘봉을 잡은 뒤 단 한 번도 김성근이라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그는 팀을 잘 이끌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짓고, 한국시리즈에 오르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했다. 스승이자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 때문이었다.

결국 3위를 확정지은 SK는 2003년 이후 8년 만에 준플레이오프라는 낯선 무대에서 출발했다. 상대는 KIA였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KIA의 승리를 점쳤다. 그러나 이만수 감독대행의 ‘믿음의 리더십’은 1차전만 내줬을 뿐, 나머지 3경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펼쳐 플레이오프에 손쉽게 올랐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팀은 타격의 팀, 정규시즌 2위 롯데였다. 역시 전문가들은 롯데의 우세를 점쳤다. 이만수 감독대행은 이번에도 ‘선수들이 하는 야구’를 주문했다. 특히 불펜진이 롯데의 불방망이를 힘으로 이겨냈고,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SK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1승 4패로 완패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5경기 가운데 4경기가 2점 차 이내의 접전일 정도로 매 경기 치열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보름 넘게 힘을 비축한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의 위용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선발부터 마무리 오승환까지 1점을 뽑아내기 어려울 정도의 막강 투수진은 SK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하지만 마운드 싸움이라면 SK도 지지 않았다. 박희수-엄정욱-정우람-정대현의 필승조는 정현욱-권혁-권오준-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삼성 불펜에 맞서 실점을 최소화했다.

문제는 타력이었다. 삼성은 SK 투수들에게 눌리면서도 찬스 때 적시타 한 방만을 터뜨려 승리에 필요한 점수만을 뽑았다. 반면 SK 타자들은 고된 강행군을 이어가느라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었다. 포수 정상호는 팀 훈련에서 아예 빠졌고, 박진만과 정근우, 김강민 등도 체력 고갈을 호소했다. 타자들은 경기를 치를수록 배트 스피드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실제로 SK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준플레이오프 4경기-플레이오프 5경기-한국시리즈 5경기 등 14경기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한 시즌 포스트시즌 최다 경기 신기록이었다. SK는 어려운 상황에서 기적을 일궈낸 이만수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했다.

이만수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끝나자 비로소 스승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 감독은 “전임 감독님이 좋은 선수들을 키워서 그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게 됐다. 김성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비록 준우승했지만 우리 선수들이 진정한 챔피언이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준우승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우리 선수들은 주사 맞아가면서 야구했다. 경기 후 그들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진짜 고맙다고. 선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SK는 규정이닝을 넘긴 투수가 단 1명도 없는 유일한 팀이다. 13명이나 기록한 10승 투수도 보유하지 못했다. 규정타석을 넘긴 선수도 3명에 불과하다. 이 역시 8개 구단 중 최소다.

하지만 SK는 선수 개개인보다 팀으로 뭉쳐졌을 때 비로소 ‘강함’을 발휘해왔다. SK의 강함은 지난 5년간 한국시리즈에서 충분히 입증됐다. 이제 이만수 감독은 자신의 선 굵은 야구로 팀의 새로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욱 강해져 돌아올 SK의 내년 시즌이 기대된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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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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