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체력' 일본…한국축구에 열등감?
입력 2011.10.2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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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무대서 해외파들 희비 엇갈려
일본, 압도적 피지컬 자랑하는 한국에 질투
일본선수들이 유럽서 단명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질체력’에 있고, 박지성으로 대변되는 한국 선수들은 전 세계가 인정한 ‘압도적인 스태미나’ 덕에 축구종가 영국에서 전천후 자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영원한 맞수’ 한국축구와 일본축구가 사뭇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박지성으로 대변되는 한국은 길고 굵게, 가가와 신지로 대표되는 일본은 짧고 굵게 행보를 그리고 있다.
물론 최근 맞대결에서는 혼다 케이스케를 앞세운 일본이 박지성 은퇴 후 구심점을 잃은 한국을 3-0 완파하기도 했다. 그러나 8월의 악몽을 기점으로 한국 선수들과 일본 선수들은 유럽에서 상반된 입지를 굳히고 있다.
혼다의 경우, 오른쪽 무릎연골 손상으로 최소 3개월 부상 재활 판정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11월 조기복귀 확률이 높다고 예상했지만, 반월형 연골판 손상은 치유되더라도 재발 가능성이 커 ‘대표팀 현역 조기단축’을 우려하고 있다.
박지성이 한 예다.
지난 2003년 PSV에인트호벤(네덜란드) 시절 오른쪽 무릎 연골판 제거 수술을 받았고, 2007년 4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연골 재생 수술을 받은 뒤 9개월가량 혹독한 재활을 거쳤다. 문제는 피로도가 가중되면 짧아지는 연골수명 때문에 축구실력 완숙기인 서른 살에 ‘자의 반 타의 반’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는 사실이다.
25살 혼다로선 연골이 다친 것이 뼈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일전에서 보여 준 ‘무게감’과 ‘폭발적인 순간 움직임’을 꾸준히 보여주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혼다가 부상으로 신음 중이라면, 가가와 신지(22·도르트문트)는 일본 프로축구(J리그) 출신 선수들의 특징인 치명적인 약점 ‘초라한 피지컬’ 노출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종적을 감출 위기에 처했다.
도르트문트는 지난 시즌 우승 핵심 멤버 누리 사힌(23·터키)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선수층이 두껍지 못해 올 시즌 두 마리 토끼(리그·챔피언스리그) 모두 놓칠 위기에 봉착했다.
도르트문트 부진 중심에는 가가와 신지가 크게 자리한다. 분데스리가는 프리미어리그와 비교해 압박의 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리그 흥행을 위해 화끈한 공격축구를 기치로 내건 분데스리가에서 가가와는 그동안 압박과 피지컬에 따른 부담을 덜고 날렵한 몸놀림을 바탕으로 독일 초원을 누볐다.
그러나 올 시즌부터 상대팀에서 그의 이동 경로를 간파해 덮치는 바람에 가가와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둔화됐다. 결국, 올 시즌 간간이 선발과 교체출전을 반복하다가 최근 경기에서는 결장이 잦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반면 가가와가 빠진 지난 2경기서 도르트문트는 6골(아우크스부르크전 4-0 승, 브레멘전 2-0승)을 폭발하며 연승을 내달렸다.
도르트문트는 약점이 노출된 가가와보다 독일의 미래 마리오 괴체에게 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올 시즌 함께 선발 출전한 경기도 있었지만, 공존은 1+1=2가 아닌 1+1=-1이라는 부정적인 효과만 낳았다.
일본대표팀 가가와 신지.
자케로니호 궁극의 필살기 ´원투펀치´가 각각 정체 혹은 내리막길이라면, 일본대표팀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진출도 절대 낙관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떨이 가격´에 독일무대를 밟은 일본 초특급 유망주 우사미 타카시(바이에른 뮌헨)와 영국에 진출한 미야이치 료(아스날)마저 전력 외 취급 받으며 재능을 썩히고 있다.
한국에서 19살 우사미, 미야이치와 같은 ‘92년생 슈퍼 탤런트’를 꼽으라면 함부르크 에이스 손흥민을 들 수 있다. 또 우사미, 미야이치보다 고작 1살 많은 지동원(선덜랜드)과 남태희(발렝시엔)도 빼놓을 수 없다.
올 시즌 7경기 3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말할 것도 없고, 지동원(1골1도움)과 남태희(1도움) 역시 소속팀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 속 ‘비밀병기’로 활약 중이다. 특히 선덜랜드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지동원이 선더랜드의 내일을 책임질 것”이라며 끔찍하게 아끼고 있다.
현재 일본 유럽파 중 무난한 활약을 보이는 선수들은 오카자키 신지(25·독일 슈투트가르트)와 베테랑 하세베 마코토(27·볼프스부르크) 정도다. 오카자키는 지난 15일 분데스리가 9라운드 호펜하임 원정경기에서 선제 결승골(시즌 3호)로 2-0 완승에 기여했다.
하세베는 지난 9월 분데스리가 6라운드 호펜하임 원정서 후반 35분 골키퍼 퇴장으로 ‘임시 골키퍼’가 될 만큼, 펠릭스 마가트 감독(58)으로부터 절대 신뢰를 받고 있다.
오카자키와 하세베를 제외한 분데스리가 진출 일본 J리거들은 국내 축구팬들 사이에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오명까지 들으며 이렇다 할 종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 소수정예 유럽파들은 확실한 발자취를 남기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특히 영국에서 박지성, 이영표 등을 통해 검증된 ‘한국산 열정 피’에 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볼턴 에이스 이청용과 스코틀랜드의 차두리-기성용이 대표적이며 박주영도 본보기다.
이청용의 경우, 종아리 골절 부상으로 최소 9개월 재활이 요구됐다. 그러나 최근 믿을 수 없는 속도의 ‘치유 능력’으로 잉글랜드 팬들을 또 다른 의미로 매료시켰다. 볼턴 현지 관계자도 ‘한국산이 또 다른 영역에서 아시아에서 으뜸가는 명품임을 입증했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다.
박주영은 현재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 늦어지고 있지만, 아르센 벵거 감독 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믿고 쓰는 한국산’, ‘박지성 바통 이어받은 캡틴’이라는 이미지가 선명히 각인돼 있다. 교체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마케팅용 미야이치 료, 혹은 지난 2001년 아스날 입단해 정규리그 ‘0출장’을 기록한 전설 이나모토 준이치와는 출발선부터 다르다.
한국축구는 차범근에서 박지성으로 이어지는 거물 해외파들이 유럽서 큰 업적을 남겼다. 물론 일본축구도 지난 70년대 차범근보다 먼저 분데스리가를 밟은 전설 오쿠데라 야스히코가 유럽서 아시아축구 수준을 크게 높여놓았다.
같은 동아시아 출신이기 때문에 그의 공로를 잊어선 안 된다. 그러나 오쿠데라 성적(분데스리가 통산 26골)을 차범근 기록(308경기 98골)과 대조해보면 상대적으로 ‘아시아산 오쿠데라 희소가치’가 떨어진다. 오쿠데라가 그냥 커피라면 차붐은 탑이라는 비유가 낯설지 않은 이유다.
오쿠데라 이후 다카하라 등이 바통을 이어 독일을 누볐지만, 들쭉날쭉한 경기력 때문에 ‘일본선수들은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최근 하세베가 비교적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기복 없는 플레이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일본선수들이 유럽서 단명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질체력’에 있고, 박지성으로 대변되는 한국 선수들은 전 세계가 인정한 ‘압도적인 스태미나’ 덕에 축구종가 영국에서 전천후 자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일본이 여전히 한국축구에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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