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류현진 같은’ 박희수 앞에서 꺼진 롯데 불꽃

이일동 객원기자
입력 2011.10.20 10:10
수정

SK 박희수, 이대호-홍성흔 줄줄이 삼진

체인지업성 투심에 롯데 우타들 고개

3차전 분수령은 8회초 롯데 공격이었다.

'불꽃 타선'을 자랑하는 롯데는 19일 문학경기장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초반 많은 기회를 잡고도 선취점을 뽑는 데 실패했다.

4회말 SK 최동수에게 적시타를 맞고 0-1로 끌려가던 롯데는 8회초 무사에 득점 찬스를 잡았다. 선두타자 3번 전준우가 SK의 좌완 박희수를 상대로 좌전안타를 뽑아내며 무사에 출루, 황금 같은 동점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4번 이대호와 5번 홍성흔. 우타 거포가 줄줄이 나왔다.

좌투수와 우타 거포의 맞대결은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선 플래툰에 어긋나는 이색 매치업. 하지만 성사됐다. 그래서 더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서로 피하지 않았다.

우타자를 상대할 때 박희수가 즐겨 쓰는 구질은 바깥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성 투심이다.

8회초 최대 승부처, 이색적인 '좌투우타 정면승부'

SK는 박희수를 그대로 끌고 갔다. 이대호를 상대로 박희수는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펼쳤다. 초구 직구를 노린 이대호의 배트는 헛돌았다. 박희수의 절묘한 투심성 체인지업에 속은 것.

이후 이대호는 풀카운트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다. 운명의 7구 째, 이대호는 한 가운데로 들어오는 투심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스트라이크존 내곽과 외곽, 그리고 140km대 후반의 묵직한 패스트볼과 투심성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는 박희수와의 수 싸움에서 밀린 것이다.

다음 타자는 5번 홍성흔. 역시 롯데가 자랑하는 해결사다. 박희수는 홍성흔과의 대결도 역시 정면승부였다. 정교함에서 둘째가면 서러워 할 홍성흔이 박희수의 투심성 체인지업에 연속 허공을 갈랐다. 마지막 6구째 헛스윙 역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속았다.

마치 서클 체인지업처럼 떨어지는 투심에 이대호와 홍성흔, 롯데가 자랑하는 우타들이 줄줄이 밀려났다. 7회 김주찬과 조성환, 문규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롯데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셈이다.

구위만 좋은 게 아니다. 견제 능력도 수준급이다. 전준우의 결정적인 도루 실패 역시 박희수의 보이지 않는 견제능력에서 나온 것. 포수 정상호의 원바운스 송구와 풀카운트의 유리함, 그리고 전준우의 빠른 발 3박자가 갖춰졌음에도 실패한 이유는 박희수의 간결한 슬라이드 스텝과 견제 능력에 있다.


8회 SK 선택 '왜 좌완 박희수 였나'

절체절명의 동점 위기에서 왜 이만수 SK 감독 대행은 좌완 박희수를 내세웠을까. 첫 번째 이유는 박희수 구위에 대한 자신감이다. 시즌 초 패전처리에 불과했던 박희수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SK 필승조로 급성장했다.

시즌 초 김태훈이라는 좌완 유망주마저 제치고 1군 엔트리에 살아남았다. 급기야는 좌완 왕국 SK에서 작은 이승호를 제치고 '홀드왕' 정우람과 어깨를 견줄 만한 좌완 필승조로 급성장했다.

140km대 후반의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과 제구력, 그리고 안정감 있는 운영 능력 게다가 루상 주자 견제능력까지. 필승 좌완에 필요한 덕목을 두루 갖춘 박희수는 KIA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구위에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

박희수로 롯데 우타자와 정면 승부를 펼친 두 번째 이유는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다. 박희수의 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135에 불과하다.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0.232보다 훨씬 낮다. 특히, 롯데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무려 0.076에 불과했다.

롯데 우타자를 상대로 좌완 박희수로 끌고 간 이유는 철저한 데이터 분석에 의한 기용이다.

SK에는 정대현과 이영욱이라는 언더핸드와 사이드암이 있다. 그럼에도 박희수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끌고 갔다. 이영욱은 1,2차전에서 연속 등판했고 정대현은 마무리로 보직 변경된 상태. 정우람도 있었지만 이만수 감독대행의 선택은 박희수였다. 현재 구위만 놓고 보면 정우람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카드였다.

3차전 최대 승부처의 아이러니였던 좌투수와 우타 핵타선의 맞대결. 좌우 플래툰의 상식을 벗어난 듯한 무리수 같았지만 알고 보면 과학적 데이타에 의한 투수 기용이었다.


류현진 같은 박희수의 '체인지업성 투심'

우타자를 상대할 때 박희수가 즐겨 쓰는 구질은 바깥쪽으로 휘면서 떨어지는 체인지업성 투심이다. '괴물' 류현진의 서클 체인지업과 궤적이 아주 흡사하다. 이 체인지업성 투심이 올 시즌 무명 박희수를 일약 SK의 불펜 핵으로 급성장시킨 주무기다.

그립은 투심 그립인데 움직임은 체인지업처럼 떨어진다. 투심처럼 약간 가라앉는 게 아니라 서클체인지업처럼 낙폭이 크다. 그래서 타자들도 무슨 구질에 당했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8개 구단 최고의 좌완 왕국 SK에서 정우람보다 더 위력적인 구위를 뽐내고 있는 박희수. 가을 잔치를 통해 무명의 꼬리표를 떼고 SK 마운드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2패로 궁지에 몰린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 위해선 일단 박희수의 체인지업성 투심을 우타자들이 공략해야만 가능하게 됐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관련기사]

☞ [PO]핵타선 롯데도 거스르지 못한 ‘가을의 변비’

이일동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