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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수비’ KCC…문태종 제압 원동력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입력 2011.04.10 10:52
수정

열세인 포워드진, 가드진 협력 수비 보완

상대 에이스 문태종, 거친 수비로 제압

KCC는 끊임없이 괴롭히는 전술로 문태종을 봉쇄하는데 성공했다.

´형님먼저 아우먼저, 진흙탕 싸움에 서열 없다!´

'2010-1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에서 전주 KCC의 기세가 무섭다. KCC는 5전 3선승제로 벌어지고 있는 이번 대결에서 인천 전자랜드에게 먼저 1패를 허용하고도 무서운 뒷심으로 2연승을 챙기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당초 일반적인 예상은 6강전을 치르고 올라온 KCC보다 4강에 직행한 상태에서 철저한 준비를 마친 전자랜드가 다소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전자랜드 혼혈 에이스 문태종(36·196.5㎝)을 제어할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KCC의 불안요소였다.

1차전에서 2차 연장 끝에 문태종의 대활약으로 전자랜드가 먼저 1승을 가져갈 때까지만 해도 이러한 전망은 그대로 들어맞는 듯 했다.

하지만 프로농구 최다 우승에 빛나는 ´명가(名家)´ KCC의 저력은 위기에서 빛났다. 포워드진의 열세를 풍부한 가드진을 활용해 메워나가며 승부의 추를 뒤집어버린 것. 약점에 흔들리기보다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KCC에서 가장 돋보였던 것은 가드진의 엄청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숨 막히는 ´압박수비´였다. 당초 우려했던 대로 문태종은 매 경기 펄펄 날며 KCC의 내·외곽을 맹폭했다. 유럽무대 상위클래스 슈터답게 어떠한 자세에서도 안정적으로 꽂히는 외곽슛을 비롯해 부드럽고 유연한 돌파는 승부처에서 전자랜드가 가장 믿는 구석이었다.

문태종이 더욱 무서웠던 것은 그는 단순한 ´득점머신´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태종은 자신에게 수비에 몰린다싶으면 어지간한 포인트가드 못지않은 솜씨로 팀 동료들에게 정확하고 날카로운 패스를 전해주었고 KCC 수비진은 매 경기 알면서도 번번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CC는 경기가 거듭될수록 문태종의 위력을 조금씩 줄여나가는데 성공했다. 어차피 1대1로는 완벽하게 막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가드진의 원활한 수비전술을 통해 공격의 맥을 하나둘 끊어나가는 모습이었다.

KCC 가드진에서 가장 돋보였던 광경은 이른바 ´진흙탕 수비´였다. 경기 내내 악바리처럼 뛰어다니며 수없이 몸을 날렸던 그들은 공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기본적으로 수비에 혼신의 힘을 다하며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데 일등공신이 됐다.

KCC 주축 가드들 중 전태풍(31·178cm)을 제외한 임재현(34·182㎝)-강병현(26·193㎝)-신명호(28·183cm) 등은 하나같이 공격 이상으로 수비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는 선수들이다.

임재현은 어느덧 노장 축에 들어선 선수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그야말로 시리즈 내내 엄청난 활동량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를 먹어서 더욱 악바리가 됐다는 말이 들려올 정도로 전자랜드 가드진을 맞아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앞선을 장악했다.

특히 베테랑 특유의 노련미를 바탕으로 패스의 동선을 미리 파악해 순간순간 공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수비는 전자랜드 가드진과 문태종 사이의 연결고리를 어렵게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임재현이 앞선에서 문태종에게 들어가는 공의 흐름을 어렵게 하는데 집중하는 수비를 했다면 강병현은 장신의 이점을 살려 자신이 직접 대인마크에 나섰다. 사실상 외국인선수나 다름없는 문태종은 노장 추승균이 홀로 막아내기 어려운 상대다. 그런 상황에서 강병현은 수시로 문태종과 매치업되면서 그의 엄청난 파워와 테크닉을 온몸으로 제어했다.

3차전부터는 신명호가 수비에서 한몫 해줬다. 당초 부상으로 인해 4강 출전이 불투명했던 그는 온전치 못한 몸임에도 불구하고 팀을 위해 ´조커´로 경기에 나섰다. 예전 같은 몸놀림과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워낙 수비에 능한지라 그가 잠깐씩 코트에서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전자랜드는 상당한 압박을 받는 모습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장면중 하나는 신명호가 문태종을 1대1로 막아서는 광경이었다. 문태종은 자신과 비슷한 신장의 대형 포워드들조차 제어하기 힘든 국내최고의 테크니션이다. 그런 그를 상대로 몸도 온전치 못한 단신가드가 일대일 수비를 감행한다는 것은 얼핏 상상이 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신명호는 문태종을 잘 막아주었다. 워낙 신장차이가 나고 본인의 몸 상태도 좋지 않은지라 다른 선수들을 막아설 때처럼 철벽마크는 힘들었지만 최대한 공을 까다롭게 받게 하는 ´디나이 디펜스(Deny Defense)´와 돌파는 허용해도 외곽슛은 어렵게 하는 수비를 통해 그의 위력을 최대한 반감시켰다.

보통 다른 선수들 같으면 문태종을 수비하게 되면 다른 플레이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문태종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따라가기조차 벅차기 때문. 하지만 신명호는 문태종을 막아서면서도 틈틈이 동료들의 상태를 체크하며 도움수비를 들어가는 엽기적인(?) 플레이까지 보여줬다. 몸 상태가 정상일 때의 신명호가 얼마나 놀라운 수비수인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이렇듯 임재현-강병현-신명호의 몸을 아끼지 않는 ´진흙탕 가드진´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포워드진의 열세를 훌륭하게 메워줬고 그로 인해 KCC는 경기의 흐름을 자신들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문태종을 이런 식으로 막아줄 수 있는 가드진이라면 어떤 팀의 포워진과도 한판 붙어볼 수 있다는 평가다.

과연 KCC는 허슬가드진의 ´인파이팅 수비´를 바탕으로 이번 4강전을 승리로 이끌 수 있을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양 팀의 ´진흙탕 싸움´에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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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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