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 NO!´ 이란은 브라질 아니다
입력 2011.01.23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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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력 ‘녹색완장 사건’ 이후 하향세
8강 앞두고 고개드는 비관론 부담작용
이번 아시안컵 8강서 만나는 이란의 전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한국의 역대 월드컵 참패 역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강팀들을 상대로 ´필승´이 아닌 ´무승부 전략´으로 일관했다는 것.
어설픈 수비전략은 필연적인 대참사를 초래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는 항상 공격축구를 추구했지만, 정작 본선무대에서는 시작부터 뒷걸음치며 수비에 치중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패의 빌미가 됐다. 유럽 언론들은 한국 선수들의 경직되고 위축된 움직임에 대해 "로봇이 축구한다"며 굴욕적인 혹평을 하기도 했다.
한국축구의 또 다른 고질적 문제는 연습과 실전의 차가 지나치게 심하다는 것. 한국은 브라질, 독일과의 A매치 친선경기에서 한 번씩 이긴 경험이 있다. 그러나 지난 2002 한일월드컵 전까지 월드컵 실전무대에서는 세계적인 강팀을 상대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1994 미국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독일과의 일전에서는 전반에만 3골이나 얻어맞고 2-3으로 무릎 꿇었고,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네덜란드전에서는 0-5로 참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기 전까지 세계무대만 나서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졸전을 거듭했다. 여기엔 일부 여론의 비관적인 사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일부 축구팬들은 태극전사들의 조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고, 이는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해 움직임이 둔화되는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란전을 앞두고도 이 같은 기류가 감지된다는 점이다. 일부 축구팬들은 한국-이란 역대전적과 아시안컵 징크스, 한국대표팀 비디오 분석관 출신 입신 고트비(이란 감독)의 존재감 등을 근거로 조광래호 4강 진출에 비관적인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일부 축구팬들의 과한 걱정은 그 정도가 심해 마치 이란이 브라질이나 스페인 정도 되는 것처럼 착각될 정도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아시안컵에 나서는 이란은 상당한 거품이 꼈다는 게 축구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란은 남아공월드컵 본선실패를 기점으로 확실한 내리막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란정권에 무언의 시위를 한 일명 ´녹색완장 사건´으로 인해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자의 반 타의 반,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이란 대표팀은 지난해 6월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도중 녹색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선 바 있다. 이는 2009년 마무드 대통령 재선과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이 일자 항의 차원에서 벌어진 일로 녹색은 이란에서 개혁파의 상징적 색깔이다.
당시 사건으로 이란의 차세대 에이스 ´호세비 카에비´를 비롯해 마다비키아, 하세미안, 알리 카리미 등 대표팀 주축이 모두 떠났다. 여기에 당시 녹색 완장 사건에 직접 가담하지 않았지만, 이란축구협회의 눈 밖에 난 독일계 이란 간판 수비수 페리둔 잔디도 이번 아시안컵에 불참했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앞으로 이란대표팀 10년을 책임질 ´85년생 아시아 톱 윙백´ 호세비 카에비의 이른 국가대표 은퇴 선언이었다. 카에비는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서 박지성을 전담마크하며 꽁꽁 묶었던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빠른 발과 개인기, 예리한 크로스, 강인한 체력, 멀티 플레이어 재능 등 여러 부문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이후 이란은 세대교체를 단행했다고 하지만, 팀 전력은 분명 약화된 게 사실이다.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서 이란과 맞붙었던 북한의 간판 미드필더 안영학도 "지난해 월드컵 예선에서 격돌했던 이란보다 수준이 떨어진다.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라고 평가했다.
아시안컵에 참가 중인 이란의 젊은 피들은 아시아청소년선수권 등 국제무대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는 한국에 역전패하기도 했다. 또 현 이란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소속팀 조바안도 2010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성남에 1-3으로 대패한 바 있다.
그만큼 이번 8강서 만나는 이란의 전력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조광래 감독도 이란이 전혀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며 승리를 자신했고, 일부 태극전사들은 조별예선서 만난 호주보다 약한 전력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다만, 언제 선제골을 터뜨릴 수 있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소지는 있다. 만약 한국이 이른 시간 선제골을 뽑아낸다면, 이란은 심리전술인 ´침대축구´를 실행할 수 없다. 오히려 대대적인 공격전술로 나서면서 한국의 역습작전이 한층 수월해 질 수 있다.
이란은 이번 대회서 ´구식 전술의 한계´를 드러낸 북한에게도 경기력에서 일방적으로 밀렸다. 상대를 분석하고 준비하는 것은 좋지만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시간을 허비할 필요는 없다.
한편, 한국과 이란의 2011 아시안컵 8강전은 23일 오전 1시 15분, 카타르 스포츠클럽 스타디움서 열린다. 한국이 이란전을 승리로 장식한다면, 수적 열세에도 강한 집중력을 앞세워 개최국 카타르를 3-2로 꺾은 일본과 4강에서 맞붙는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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