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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제2의 김승현’ 될 수 있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10.11.12 14:42
수정

KBL로부터 임의탈퇴 처분 중징계

보호장치 없는 상황 제2의 사태 우려

´천재가드´ 김승현(33·대구 오리온스)이 이대로 농구계에서 영영 사라지고 말 것인가.

김승현은 프로농구 국내선수로는 처음으로 한국농구연맹(KBL)으로부터 임의탈퇴 처분을 받았다.

11일 오후 신사동 KBL센터에서 열린 재정위원회에서는 이면계약과 관련한 보수지급 문제로 법정 분쟁을 일으킨 김승현과 대구 오리온스의 사태를 심의한 결과, 작년 이사회서 결정했던 의결사항에 불복한 김승현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KBL 규정에 따르면, 임의탈퇴로 공시된 선수는 타 구단 영입이 불가능하다. 선수계약이 정지되는 것은 물론이다.

김승현이 뒷돈을 받는 게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처럼, 함께 불법을 자행해놓고서는 상황이 바뀌자 일방적으로 신의를 저버린 오리온스 구단의 ´꼼수´ 역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김승현, 자기관리 실패로 몰락한 이카루스?

김승현은 2001-02시즌 신인드래프트 3순위로 오리온스에 지명돼 프로에 데뷔했다. 신인왕과 MVP를 동시 석권하며 전년도 꼴찌의 굴욕을 뒤집어 쓴 팀을 리그 정상으로 견인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해 부산 아시안게임에서는 태극마크를 달고 한국에 20년만의 금메달을 선사하며 병역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하지만 2007년부터 김승현은 고질적인 허리부상이 악화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김승현의 몰락과 함께 팀 성적도 3년간 꼴찌만 두 번에 리그 최악의 승률을 기록하며 하향세로 치달았다. 일각에서는 김승현이 2006년 FA 대박 이후 자기관리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다.

김승현은 2006년 구단과 5년간 52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으며 FA 대박을 터뜨렸지만, 2009년 구단이 김승현의 부진을 이유로 더 이상 계약조건을 이행할 수 없다는데 항의하며 이면계약 문건을 언론에 폭로해 논란을 일으켰다.

우여곡절 끝에 구단과 합의에 성공했지만 KBL의 출전징계와 부상 등이 겹쳐 지난 시즌도 25경기 출장에 그쳤고, 올 여름 또다시 연봉문제와 KBL의 조정신청까지 가는 갈등을 벌이며 올해는 1군 경기에 단 한 차례도 출장하지 못했다.


▲ 오리온스 구단의 ´막가파´식 행보

하지만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간 가장 큰 책임은 오리온스 구단에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도 크다.

2006년 FA로 몸값이 폭등한 김승현을 잡기위해 무리한 뒷돈거래를 저지른 오리온스 구단은 김승현의 부진을 핑계로 말을 바꿔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이 과정에서 강압적이고 감정적인 일처리로 김승현과의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시작은 ´돈´에서 출발했지만 본질은 ´신의´의 문제다. 연봉 10억을 받던 선수가 하루아침에 3억으로 삭감 당했다. 이면계약이라 할지라도 양자 간 합의에 따른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오리온스 측이었다.

김승현이 뒷돈을 받는 게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것처럼, 함께 불법을 자행해놓고서는 상황이 바뀌자 일방적으로 신의를 저버린 오리온스 구단의 ´꼼수´ 역시 정당화되기는 어렵다.

명예와 실리를 모두 잃은 김승현에 비해 오리온스 구단이 받은 처벌이라는 것은 솜방망이 징계에 불과했다. 오리온스 구단이 과연 이런 상황에서도 선수가 구단에 충성심과 의욕을 가지고 뛸 수 있다고 믿었을까?

김승현은 올 시즌 1군 경기에 한 차례도 나서지 않았다. 김승현의 ´태업설´ 혹은 오리온스 구단의 ´선수 죽이기´가 아니냐는 흉흉한 소문이 농구계에 나돌았다.

확실한 것은 이미 김승현과 오리온스 구단이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는 사이가 됐다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오리온스 구단 측은 비시즌 김승현에 제시된 타구단의 비공식적인 트레이드 요구도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력으로 FA 자격을 얻을 수도, 타구단의 트레이드도 불가능한 김승현이 처음부터 손발이 꽁꽁 묶여있는 상태라 구단에 백기투항을 강요받는 입장이었다.

물론 김승현이 영웅이나 독립투사는 아니다. 그러나 농구계의 어두운 관행이나 법과 원칙 위에 군림하는 ´구단 이기주의´의 일방적인 희생양이 되어 홀로 불명예를 다 뒤집어쓰고 추방당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처럼 선수 개인이 구단과 리그에 대항해 자신의 권익을 항변할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가지지 못한 농구계 현실 속에서 그 어떤 스타라도 미래에 ´제2의 김승현´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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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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