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아프지만 김치와 오이시 데스네"
입력 2010.08.2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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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대학생 15명 경북 문경으로 음식연수 진행
경북농가맛집 ´문경새재오는길´에서 김치 체험
“유비가 아뜨꾸떼 이따이, 데모 기무치와 오이시소우 데쓰네”
(손가락이 뜨겁고 아파요, 그렇지만 김치는 맛있어 보여요.)
지난 26일 일본대학 식품경제학과 학생 15명이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문경새재 오는 길´을 찾아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웠다.
손가락 사이사이에는 고춧가루가 한가득 묻어있다. 고춧가루는 어느새 손톱 밑까지 파고들었고, 손 전체가 빨갛게 달아오른다.
소금에 흠뻑 절여진 배추는 붉게 물들어 가면서 제법 김치의 모습으로 변한다. 배추가 김치로 변하는 만큼 고춧가루가 묻은 손은 따가워지고 맵다.
입에는 어느새 침이 고이고 매운 기운은 눈에서 눈물을 고이게 만든다. ‘씨익’거리며 침을 삼킨 뒤 양념이 묻은 손으로 눈을 비벼댄다.
지난 26일 오전11시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각서리 ‘문경새재 오는 길’에는 일본대학 식품경제학과 학생 15명이 김치 담그기 체험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것은 방학을 이용해 해외 농업과 음식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서다. 8박9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이들은 김치와 전통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문경새재 오는 길’을 택했다.
일본대학 식품경제학과 가와테 도쿠야 교수는 “지난 3년 동안 태국으로 학생들과 함께 해외 연수를 다녀왔는데 올해부터는 역사적으로 깊은 교류가 있었던 한국을 택하게 됐다”며 “김치는 우리가 잘 알고 있고 인기 있는 음식이라 담그는 방법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보니 손맛이 김치의 맛을 좌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치는 일본의 츠케모노(채소를 다양한 조미료에 절인 음식의 통칭)와 비슷한 면이 있지만 맛과 영양 등에서는 훨씬 뛰어난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앞으로 학생들과 함께 한국의 농업과 음식에 대한 연구를 위해 자주 찾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본대학 식품경제학과 학생들이 김치를 직접 담그면서 우리 음식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일본 대학생들이 가장 먼저 체험한 것은 배추김치를 직접 만들어 보는 것.
미리 준비된 소금에 절인 배추와 양념을 버무리는 작업을 처음 해 본 학생들은 저마다 아우성이다. 양념에 베인 손은 따갑고 화끈거려 움츠려 들지만 배추를 만들겠다는 학생들의 의지는 꺽을 수 없었다.
양념에 섞인 맵싸한 고추는 눈을 괴롭혀 배추에 양념을 제대로 묻힐 수는 없지만 어느새 모양은 김치가 되어갔다.
다카하시 료스케(22)씨는 “일본에서도 김치는 인기 있는 음식 중 하나로 자주 먹는 편”이라며 “먹어보기만 했던 김치를 힘들지만 직접 만들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김치담그기가 끝난 후 돌아온 점심시간에는 한국의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식이 차려졌다. 학생들이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뷔페로 마련됐다.
이날 일본 대학생들을 위해 차려진 음식 대부분은 문경에서 재배된 재료들로 만들어졌다.
문경의 대표 특산물 중 하나인 문경약돌돼지를 재료로 한 한방수육은 7년 된 된장과 참깨를 이용해 만든 양념으로 수육의 맛을 한층 더 살렸다.
´문경새재 오는 길´을 운영하는 박지윤(44)씨가 일본 대학 식품경제학과 학생들을 위해 준비한 여러가지 음식을 소개하자 대학생들이 주의깊게 듣고 있다.
문경하면 떠오르는 오미자로는 막걸리와 식혜, 양파 장아찌를 만들어 냈다. 또 오미자를 먹고 자란 오리냉채와 오미자와 표고를 절묘하게 배합해 만든 초밥 등은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문경에서 재배된 모시 잎으로 요리된 송편, 도토리가 아닌 밤으로 만든 묵 등은 일본 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오타 사치코(여·22)씨는 “일본에서 먹었던 한국음식의 맛과 전혀 다른 고소하고 향기로운 맛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며 “오늘 나온 음식 가운데 불고기가 가장 맛있다”고 말했다.
이 날 학생들은 우리나라 전통주인 막걸리와 오미자가 절묘하게 배합된 오미자 막걸리를 맛보며 은은한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입을 모았고, 일본 음식과는 다른 새로운 맛과 멋을 알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했다.
‘문경새재 오는 길’을 운영하는 허만진(47), 박지윤(44)부부는 “일본 대학생들에게 한국의 음식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음식 마련에 다른 날보다 많은 노력을 했다”며 “앞으로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음식을 알리는데 많은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 이 기사는 경상북도인터넷신문 ´프라이드 i뉴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