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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우완시대···‘우완 에이스’ 멸종 위기?


입력 2010.07.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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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완 에이스 동반 몰락 ‘충격’

배영수-손민한 우완 전성시대 ´옛말´

지난 시즌 우완투수의 자존심을 지켰던 조정훈(왼쪽부터), 윤석민, 윤성환 등 3인방은 올 시즌 들어 약속이나 한 듯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은 배영수-손민한-박명환으로 이어지는 우완 전성시대였다.

이 시절 야구팬들은 셋 중 누가 국내 최고의 투수인가를 침을 튀겨가며 토론에 열을 올렸다.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나란히 발탁되는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현재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최고의 자리에서 잠시 물러나 있다.

이윽고 좌완시대가 도래했다. 류현진, 김광현, 장원삼 등 혜성처럼 나타난 좌완 영건들의 활약은 빛났고,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봉중근까지 합세하자 좌완투수들의 기세는 하늘 높은 줄 몰랐다.

특히,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좌완투수들의 명성을 드높이는데 더욱 큰 역할을 했다. 류현진은 올림픽에서 캐나다와 쿠바를 상대로 최고의 피칭을, 김광현과 봉중근은 각각 올림픽과 WBC에서 일본킬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올 시즌 KIA를 사실상 홀로 이끌고 있는 양현종과 2000년대 후반 가장 꾸준했던 투수 중 한명인 롯데 장원준이 광저우 아시안게임대표팀 합류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당최 우완투수의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지난해까지 우완투수들의 활약은 나쁘지 않았다. 우완 영건의 대표주자 KIA 윤석민은 2008년 평균자책점 1위(2.33)를 기록했고, 지난해 WBC 4강 베네수엘라전에서도 역투하며 대표팀을 결승전으로 이끄는 공을 세웠다.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우완투수로 성장한 것.

지난 시즌에는 롯데 조정훈의 활약이 눈부셨다. 명품 포크볼을 주무기로 2008년 가능성을 보였던 조정훈은 결국 지난 시즌 14승으로 로페즈, 윤성환과 함께 공동 다승왕에 오르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삼성의 늦깎이 스타 윤성환도 2008년 데뷔 첫 두 자리 승수(10승)를 거두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14승을 챙기며 공동 다승왕까지 올라 삼성 마운드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급부상했다.

이에 올 시즌 많은 이들은 좌·우완 에이스들의 치열한 경쟁을 기대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빗나갔다. 기대를 모았던 우완 에이스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윤석민은 올 시즌 지독한 불운에 시달렸다. 14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3.72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했다. 허나 승리투수가 된 것은 단 4차례. 자신이 스스로 무너졌던 경기도 있었지만 팀 타선은 유독 윤석민이 등판할 때만 허공을 갈랐다.

설상가상으로 시즌 아웃이 염려되는 부상까지 입었다. 지난달 18일 SK전에서 강판된 뒤 팀이 역전을 당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라커의 문을 손으로 가격했던 것이 전치 6주의 부상으로 이어진 것. 회복이 생각만큼 빠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정규시즌 복귀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조정훈의 부진도 뜻밖이다. ‘포스트 손민한’을 넘어 국내 최고 우완의 자리를 넘봤던 그의 올 시즌 성적은 5승3패, 평균자책점 4.94. 부상 복귀 후 첫 두 경기에서 합계 1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에 대한 부담이 커진 것이 부진의 이유였다.

지난달 2군으로 내려간 조정훈은 팔꿈치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재활을 택했다. 생애 첫 올스타전 선발은 수포로 돌아갔고, 이제 광저우행 티켓만이 목표로 남았다.

윤성환 역시 지난해의 구위를 상실하며 올 시즌 3승4패, 평균자책점 5.53에 그쳐 있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오른쪽 어깨의 피로가 누적된 것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지난달 2군행을 통보받고 재활 중인 윤성환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를 복귀 시점으로 잡고 있다.

이에 비해 좌완 에이스들의 활약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괴물’ 류현진은 다승(12승), 평균자책점(1.67), 탈삼진(138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며 지난 2006년 3관왕을 재현할 기세다. SK 김광현도 다승 공동 1위와 함께 평균자책점, 탈삼진 부문에서 류현진에 이어 2위에 올라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이 밖에 좌완 트로이카 입성을 노리는 양현종(11승), 봉중근(8승), 장원준(9승) 등이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우완 에이스의 멸종 위기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현 상황에도 희망은 있다. 넥센의 기대주 고원준, SK 송은범, 두산 김선우가 그나마 우완투수의 자존심을 살리고 있다.

고원준은 현재 4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고졸 2년차 답지 않은 농익은 피칭을 선보이며 한국 프로야구의 새로운 우완 에이스 탄생을 알렸다. SK 김성근 감독과 삼성 선동열 감독도 극찬한 만큼 될성부른 떡잎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승을 올린 송은범은 올 시즌도 7승4패, 평균자책점 2.66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해주고 있다. 다만 최근 팀 사정상 마무리나 중간계투로 나오는 일이 잦아지면서 선발승을 올리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 아쉽다.

‘이닝이터’로 변신한 김선우의 활약도 인상적이다. 꾸준히 승수를 쌓아올리더니 어느새 9승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기록했던 11승을 충분히 넘어설 기세다. 올해로 33살, 노장에 속하는 나이지만 시즌을 치를수록 한국야구에 적응해나가는 모습이 놀랍다.

하지만 차고 넘치는 좌완 에이스들에 비해 기대했던 우완 에이스들의 모습은 야구팬들 성에 차지 않는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국제경험이 풍부한 윤석민을 제외하곤 당장 활용할 만한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뭅? 게다가 윤석민은 부상여파로 발탁여부 조차 불투명하다.

류현진, 김광현이라는 거물급 투수가 있는 한 좌완시대가 계속될 것은 자명하다. 다만, 팬들은 2000년대 중반 우완시대만큼은 아니지만 그 시절의 향수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우완 에이스들의 꾸준한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멸종 위기에 몰린 우완 에이스들이 이 난관을 앞으로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광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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