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울이 접은 꿈…비야가 이룰까?
입력 2010.07.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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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간 스페인 핵심 라울...영광의 중심에서 밀려
등번호 7 받은 비야, 월드컵 우승 꿈 눈앞
10년 동안 찬란한 커리어를 쌓으면서도 정작 스페인 축구 영광의 중심에 서지 못한 라울(왼쪽)의 한을 비야가 대신 풀어줄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스페인 축구영웅’ 라울 곤잘레스(33·레알 마드리드)는 18세였던 1995년 레알의 프리메라리가 우승 멤버로 활약, 스페인 축구를 빛낼 기대주로 촉망받았다.
이듬해인 1996년 10월 9일 체코전을 시작으로 A매치에 출전했고 이후 굵직한 대회에서 스페인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그러면서 레알에서 맹활약하며 가치를 더욱 높여갔다.
라울은 A매치에서 10년 동안 102경기 44골을 기록했다. 역대 스페인 선수 가운데 세 번째로 출전이 많았고 가장 많은 골을 터뜨렸다. 2006년에는 스페인 왕실로부터 ‘스포츠 황금메달’을 받으며 스페인 축구의 레전드로 거듭났다. 스페인 대표팀 핵심은 ‘등번호 7’ 라울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스페인의 영광은 라울이 대표팀에서 제외되면서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당시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은 전술상의 이유를 들어 라울을 발탁하지 않았다. 따라서 라울은 스페인의 유로2008 우승 멤버가 되지 못했고, 지난 시즌에는 슬럼프까지 겹쳐 이번 남아공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라울이 아쉬움을 곱씹을수록 등번호 7을 꿰찬 다비드 비야(29·FC바르셀로나)는 그의 존재를 지워갈 만큼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비야는 ‘2010 남아공월드컵’ 6경기에서 5골을 폭발,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네덜란드)와 득점 공동선두에 올라있다.
조별리그 1차전인 스위스전에서 부진했지만 이후 4경기 연속골을 몰아치며 스페인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원톱 페르난도 토레스의 침체 속에도 스페인이 사상 첫 월드컵 결승까지 오른 것은 비야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물론 비야가 4강 독일전에서 다소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었을 때와 부진했을 때의 포지션은 명백히 다르다. 전자에서는 4-2-3-1의 왼쪽 윙어를 맡았지만 후자에서는 원톱으로 뛰었다.
스페인은 미드필더진이 중앙에 치우치는 공격을 펼쳐 원톱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전술적 문제를 드러낸 상태다. 여기에 스페인과 상대하는 팀들이 실점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중앙을 기반으로 압박 전술을 강화, 원톱으로 나서는 비야와 토레스의 부진을 부채질했다.
이러한 스페인 전술의 약점은 비야가 왼쪽 윙어로 뛰며 상쇄시켰다. 조별리그 2차전 온두라스전부터 8강 파라과이전에 이르기까지 왼쪽 측면과 중앙을 수시로 오가며 감각적인 발재간과 사비와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 뒷공간 침투에 주력했다.
월드컵 결승전을 앞둔 스페인의 핵심 화두는 비야의 포지션이다. 원톱을 맡길지, 아니면 왼쪽 윙어에 두고 토레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것인지 델 보스케 감독의 고민이 커졌다. 비야가 왼쪽 윙어로 뛰게 되면 골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데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최전방에서 상대 수비의 집중적인 압박을 받기보다는 측면이나 2선에 활동적으로 움직이며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를 펼치는 타입이라 현 시점에서는 왼쪽 윙어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물론 토레스의 현재 상태를 감안하면서 고민할 부분이다.
비야는 2005년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이후 지금까지 A매치 63경기에서 43골을 기록했고, 남아공월드컵 6경기에서 5골을 터뜨리는 순도 높은 득점력을 자랑한다. 스페인은 월드컵 본선 6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는데 그 중 5골이 비야의 몫이었다. 득점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듣는 스페인 입장에서는 비야의 발끝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더욱이 A매치에서 2골만 더 추가하면 라울이 보유한 스페인 선수 A매치 최다골(44골) 기록까지 새로 쓰게 된다. 네덜란드전에서 2골을 터뜨리면 ‘남아공월드컵 골든슈’와 스페인 최고의 공격수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물론 사상 첫 우승을 이끄는 영웅으로 부상하게 된다.
1998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2002 한일월드컵 8강 탈락, 2006 독일월드컵 16강 탈락. 10년 동안 찬란한 커리어를 쌓으면서도 정작 스페인 축구 영광의 중심에 서지 못한 라울의 한을 비야가 대신 풀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상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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