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시골할머니들, "우리는 지금 한글공부 중!"
입력 2010.01.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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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과 편지 주고받는게 소원, 그 날 기대하며 공부 최선"
한글공부에 빠져 행복한 춘천 시골할머니들.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자식·손주들에게 자랑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강원 춘천시 남산면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산수1리의 시골할머니들이 한글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이웃마을 양지어린이집(광판3리)의 엄영미 원장(50)이 마을회관을 찾는 매주 목요일 오후 2시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 날은 한글교실이 열리는 날. "ㄱ 옆에 ㅏ는 가"…17명의 할머니들은 엄 원장 목소리를 따라 마치 유치원생(?)처럼 한글을 소리높여 읽으며, 칸 넓은 바둑판 공책에 서툴지만 정성스레 한자 한자 적어나간다.
15일 춘천시에 따르면 마을회관에서 한글교실이 열리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말 이 마을 이창석 이장이 한글을 깨치지 못한 동네 할머니들을 위해 글자 공부를 시켜줄 것을 남산면보건지소에 부탁한 것에 계기가 됐다.
이에 보건지소는 한 마을에 있는 양지어린이집 엄 원장에게 자원봉사를 의뢰했고, 흔쾌한 승낙 속에 할머니들의 한글 선생님이 탄생했으며, 이렇게 시작한 한글 교실은 처음 10명에서 재미가 있다는 입소문에 지금은 동네 할머니 모두가 학생이 됐다.
엄 원장은 할머니들이 공부 재미에 빠질 수 있도록 한글 공부는 물론 노래, 장구, 그림 그리기 등도 함께 진행했고, 이를 위해 크레파스 등 필요한 준비물은 후원을 받았다.
할머니들은 하루 백자씩 써야하는 숙제와 받아쓰기 연습 등 한글공부에 대한 강행군(?) 덕분에 요즘은 아직 모양은 서툴긴 해도 손수 적어가는 한글로 그림일기까지 쓰고 있다.
엄 원장은 "자식들은 도회지로 나가고 혼자 사는 할머니들이 자식·손주 등과 연락하고 싶어도 글자를 몰라 편지를 쓰지 못하는 답답함을 풀어 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아직 많이 서툴지만 80대 할머니까지 참여해 한 자 한 자 터득해 가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할머니들 모두 편지를 읽고 쓰게돼서 조금이나마 외로움을 덜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할머니들은 2월 말경 광판초등학교에서 그동안 배운 솜씨를 선보이는 발표회에 편지로라도 소식을 전하고 싶었던 자식·손자 모두를 초대하기로 했다.[데일리안 강원=김성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