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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번 거북이´ 송진우…기나긴 항해 접고 전설이 되다

이경현 넷포터
입력 2009.09.24 09:19
수정

´영원한 회장님´ 송진우, 23일 LG전서 공식 은퇴식

7-8위 게임에도 송진우 팬들 몰려 구장 북새통

송진우(사진)가 오픈카를 타고 그라운드를 돌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동안, 팬들은 내내 송진우를 연호하며 열광적인 환호로 화답했다.

프로야구 역사상 리그 7·8위팀간의 대결이 이렇게 큰 관심을 모았던 적이 있었을까.

23일 대전구장은 오랜만에 만원관중을 기록했고, 취재진이 운집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의 주인공은 바로 21년간의 선수생활을 마치고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는 ‘살아있는 전설’ 송진우(44)였다.

송진우의 현역 마지막 경기는 23일 오후 대전구장서 열린 LG 트윈스전이었고, 송진우가 마지막으로 상대한 타자는 박용근이었다.

당초 1이닝을 소화할 계획이었지만 은퇴식 전까지 오랫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못한 송진우의 몸상태를 감안해 한 타자만 상대하기로 변경했다. LG도 타격왕을 노리는 박용택 대신 박용근을 선발 기용하며 화답했다.

송진우는 투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박용근에게 실책성 내야안타를 주고 류현진에게 마운드를 물려주며 자신의 현역 마지막 등판을 마감했다.

경기장을 메운 팬들은 아쉬운 탄식을 뱉어냈고 본의 아니게(?) 안타를 쳐낸 박용근도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송진우는 그저 한번 멋쩍은 표정으로 씩 웃어보였을 뿐이었다.

단 3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송진우의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독수리 후배들은 선배의 마지막 은퇴식을 기념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전력을 다했다.

류현진은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며 송진우의 자책점을 막았고, 한화 타자들은 1회에만 3점을 뽑으며 승리를 향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한화는 4-2 승리로 대선배의 떠나는 길을 환송했다.


투혼 불사른 마운드서 함께한 20분간의 은퇴식

송진우의 등번호 21번을 프로야구 사상 여덟 번째로 영구결번되는 영광을 안았다. 한화 선수로는 장종훈(35번)·정민철(23번)에 이어 세 번째.

한국야구위원회(KBO) 유영구 총재와 한화 김승연 구단주 등 야구계 인사들에서부터, 은사인 조중협 전 증평초등학교 교장, 마라톤 선수 이봉주 등 그의 야구인생을 언제나 지켜봐준 지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송진우가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입을 맞추는 순간, 팬들은 눈물을 흘렸다. 한 시대를 풍미한 거인의 퇴장에 모두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송진우가 오픈카를 타고 그라운드를 돌며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는 동안, 팬들은 내내 송진우를 연호하며 열광적인 환호로 화답했다.

송진우는 울지 않았다. 21년간 정든 마운드를 떠나는 순간이 되어 만감이 교차할 법도 하건만, 송진우는 눈물 대신 웃음으로 작별을 고했다. 오직 마운드 위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온 이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여유와 홀가분함이 묻어났다. “나는 운이 좋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표현한 송진우는 “마지막까지 웃으면서 당당하게 퇴장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송진우는 통산 672경기에 출장해 3003이닝 210승153패 103세이브, 2718안타 2048탈삼진 1341실점(1170자책)을 기록하고 선수생활을 마쳤다.

현역 시절 내내 빛나는 천재성이나 화려함보다는, 기복 없는 꾸준함과 성실함을 앞세워 장수할 수 있었던 송진우는, 토끼 같은 천재들이 득세하는 프로야구판에서 거북이 같은 노력파가 1인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모범사례였다.

송진우는 단지 한 명의 야구 선수를 넘어,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살아있는 역사이자 아이콘이었다. ‘영원한 회장님´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지겠지만, 그가 남긴 불멸의 기록들과 마운드에서 불사른 투혼은 야구팬들 가슴 속을 오랫동안 적시기에 충분하다. [데일리안 = 이경현 객원기자]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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