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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잡을까, 뒤로 갈까…BMW i7에선 어디 앉아도 '상석' [시승기]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11.07 07:00
수정 2026.11.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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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선 덩치 잊게 하는 특유의 가속감

조수석엔 14.6인치 전용 화면…각자의 디지털 공간

뒷좌석 31.3인치 8K 스크린·마사지로 VIP 라운지

완전변경급 변화…오너·쇼퍼 드리븐 경계 허문 플래그십

BMW 더 뉴 i7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대형 플래그십 세단의 상석은 오랫동안 뒷좌석으로 정해져 있었다. 운전석은 누군가를 모시기 위한 자리였고, 가장 편안한 시트와 화려한 기능은 응당 뒤에 앉은 사람의 몫이었다.


BMW는 이 오랜 공식에 ‘뒤에만 앉기 아쉬운 차’로 도전장을 던졌다. 플래그십 세단 7시리즈를 부분변경하면서도 완전변경에 가까울 만큼 대대적으로 손보고, 운전하는 사람과 뒷좌석에 앉는 사람 모두가 탐낼 차로 바꿨다.


과연 어느 자리가 더 좋은지 직접 확인해봤다. 기착지까지는 운전대를 잡고 직접 몰았고, 돌아오는 길에는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시승 모델은 7시리즈의 전기차 모델인 더 뉴 i7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출발할 때도, 돌아올 때도 다른 자리가 자꾸 눈에 밟혔다.


BMW 더 뉴 i7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날렵해진 왕의 얼굴. 더 뉴 i7을 마주하고 든 생각이다. 호랑이 뺨치는 존재감이야 이미 7시리즈 완전변경 직후부터 뽐내왔지만, 여기에 선과 장식이 정리되면서 날렵한 인상까지 추가됐다. 거대한 덩치에 보석과 조명을 더하되 지나치게 복잡해 보이지 않도록 다듬으면서, 완성형에 더욱 가까워졌다.


전면부에서는 역시 BMW의 새로운 상징처럼 자리잡은 ‘키드니 아이코닉 글로우’, 이른바 빛나는 콧구멍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릴의 윤곽을 따라 빛이 들어오고, 새롭게 디자인한 분할형 헤드램프가 양옆을 채운다. 특히나 고급감 만큼 널찍한 크기 덕에 멀리서봐도 단연 7시리즈임을 알아챌 수 있다.


전 모델에 기본 적용되는 ‘BMW 크리스털 헤드라이트 아이코닉 글로우’에는 다이아몬드 커팅한 12개의 크리스털 글라스가 들어간다. 낮에는 보석처럼 빛을 반사하고, 밤에는 조명과 결합해 화려한 표정을 만든다. 차에 가까이 다가가면 조명과 바닥 프로젝션이 순서대로 켜지며 탑승자를 맞는다.


도어 아래에서 펼쳐지는 ‘세리모니얼 라이트 카펫’에는 19만4000여개의 픽셀이 사용됐다. 단순히 문 아래를 밝히는 조명을 넘어 자동차가 탑승자를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주는 듯하다. 아직 차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VIP 대접부터 시작된다.


측면에서는 길게 뻗은 캐릭터 라인이 차체의 긴 비율을 강조한다. 뒤쪽에는 수평형 리어램프와 깔끔하게 다듬은 범퍼를 적용해 넓고 안정적인 자세를 만들었다. 거대한 차체를 화려한 선으로 쪼개기보다 하나의 조형물처럼 보이게 만드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앞좌석에 먼저 앉았다. 아무리 회장님, 사장님들의 차라지만 BMW가 운전의 재미를 놓치지는 않았을 터다. 운전석에 앉으니 플래그십 세단의 무게부터 의식하게 됐다. 긴 차체와 넓은 폭, 커다란 배터리를 품은 전기 세단인 만큼 움직임도 묵직할 것 같았으나, 가속페달을 밟자 예상은 빠르게 빗나갔다.


가속 페달에 지긋이 힘을 실으면, 커다란 차체가 발끝을 따라 가볍게 앞으로 미끄러진다. 전기모터의 힘이 쏟아지며 속도계 숫자가 빠르게 올라가지만, 운전자를 거칠게 잡아당기지는 않는다. 폭발적인 가속을 이름값 만큼이나 고급스럽게 다듬어낸 느낌이다. 빠른데 소란스럽지 않고, 강한데 부담스럽지 않다.


속도가 붙은 뒤에도 힘은 여유롭다.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조금 더 밟으면 묵직했던 차체가 다시 한번 가볍게 앞으로 튀어나간다. 엔진음이 커지고 변속기가 단수를 고르는 과정 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순간 곧바로 힘을 내준다. 전기차 특유의 가속감을 플래그십 세단에 맞게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BMW 더 뉴 i7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큰 차를 몬다는 부담도 예상보다 작았다. 뒷바퀴를 최대 3.5도까지 돌리는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덕분에 저속에서는 회전반경이 줄어든다. 좁은 골목이나 지하주차장에서 방향을 바꿀 때 차체가 실제보다 짧게 느껴졌다. 속도가 높아지면 뒷바퀴가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차체의 안정감을 높인다.


자동 차고 조절 기능과 전자제어식 댐퍼를 갖춘 에어 서스펜션은 묵직한 차체를 단단하게 받치면서도 노면 충격을 부드럽게 걸러냈다. 빠르게 방향을 바꿀 때는 거대한 차체가 흐느적거리지 않도록 붙잡고, 평소에는 플래그십 세단에 기대하는 편안함을 지켜준다.


운전자 보조 시스템도 사람과 주도권을 두고 다투지 않는다. ‘BMW 심바이오틱 드라이브’는 보조 기능이 작동하는 도중 운전자가 직접 가속하거나 조향해도 즉시 해제되지 않는다. 운전자의 개입을 방해로 판단하지 않고 의도를 반영해 다시 자연스럽게 주행을 이어간다. 차가 운전자를 대신하기보다 함께 움직이는 방식이다.


BMW 더 뉴 i7 인테리어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운전석에서 가장 큰 변화는 디지털 화면의 위치다. 계기판을 크게 세우는 대신 앞유리 하단 전체를 정보 표시 공간으로 활용했다. ‘BMW 파노라믹 비전’은 속도와 주행 정보, 내비게이션 안내 등을 운전자의 전방 시야에 길게 펼쳐 보여준다.


그 위에는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BMW 3D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필요한 정보가 앞유리 곳곳에 자연스럽게 배치돼 시선을 아래로 내릴 일이 크게 줄었다. 화면을 많이 넣었지만 운전자가 봐야 할 곳은 오히려 전방으로 모았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운전석 쪽으로 17.5도 기울어져 있다. 운전자가 몸을 뻗지 않아도 손에 닿고, 화면을 확인하기도 쉽다. 티맵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BMW 내비게이션도 적용돼 익숙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스티어링휠에는 필요한 기능의 버튼만 빛나는 ‘샤이 테크’를 적용했다.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면 햅틱 반응이 돌아와 조작 여부를 알려준다. 미래적인 기능을 늘리면서도 운전 중 어느 버튼을 눌렀는지 헷갈리는 문제를 줄였다.


운전석만 디지털 경험을 독점하지 않는다. 조수석에는 BMW 최초로 14.6인치 풀HD 전용 디스플레이를 기본 적용했다. 별도로 로그인하지 않아도 영상과 게임, 음악을 즐길 수 있고 주행 중에도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다.


운전자가 조수석 화면을 지나치게 오래 바라보면 실내 카메라가 이를 감지해 콘텐츠를 일시 정지한다. 조수석 탑승자의 즐거움과 운전자의 안전을 동시에 챙긴 기능이다. 플래그십 세단에서 조수석은 더 이상 운전자를 보조하는 자리가 아니라 독립된 상석이 됐다.


BMW 더 뉴 i7 뒷좌석에서 스크린을 내리고 영상을 시청해봤다.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운전대를 넣기 아쉬울 정도로 즐거웠으나, 7시리즈에서 뒷좌석을 타보지 않고 시승했다고 말할 수 없는 법.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널찍한 시트에 몸을 기대면 운전석에서 느꼈던 속도와 민첩함은 금세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이동하는 방법보다 이동하는 동안 무엇을 할지가 중요해지는 공간이다.


천장에서는 31.3인치 크기의 ‘BMW 시어터 스크린’이 내려온다. 8K 해상도를 지원하고 화면 전체를 터치로 조작할 수 있다. 별도의 로그인이나 이심 없이 차량의 무제한 데이터 또는 스마트폰 테더링을 통해 영상과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500만화소 카메라도 화면에 내장했다. 덕분에 이동 중 화상회의를 할 수 있고, 센터콘솔의 HDMI 단자에 노트북을 연결하면 거대한 확장형 모니터로도 활용할 수 있다. 영화를 보는 극장에서 이동식 회의실로 역할이 넓어졌다.


스크린의 위치와 각도, 공조장치, 조명과 시트는 뒷좌석 도어에 놓인 ‘BMW 터치 커맨드’로 조절한다. 작은 스마트폰처럼 화면 구성이 단순해 처음 타도 기능을 찾기 어렵지 않다.


스크린의 위치와 각도, 공조장치, 조명과 시트 등을 조절할 수 있는 '터치 커맨드'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상위 트림의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는 동승석을 앞으로 밀고 레그레스트를 펼친다. 등받이는 최대 43도까지 젖혀지고 마사지 기능이 몸을 풀어준다. 아무리 개방감 좋고 넓은 SUV가 대세라지만, 세단에서 느끼는 비행기 퍼스트 클래스 서비스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콤하다.


귀까지 호사를 누린다. 바워스앤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은 최대 36개 스피커와 1965W 출력을 지원한다. 돌비 애트모스와 결합해 소리가 앞뒤와 좌우뿐 아니라 머리 위에서도 내려오는 듯하다.


머리 위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에는 40개 이상의 발광다이오드를 넣었다. 시트의 퀼팅 무늬를 따라 빛이 퍼지고, 앞좌석 헤드레스트 뒤편의 헤일로 라이트와 대시보드 조명이 실내를 은은하게 감싼다. 뒷좌석에 누워 영화까지 틀면 자동차 안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게 된다.


BMW 더 뉴 i7 ⓒ데일리안 편은지 기자

더 뉴 i7은 뒷좌석만 화려한 전통적인 쇼퍼 드리븐 세단도, 운전석의 재미에만 몰두한 오너 드리븐 세단도 아니다. 운전석에서는 전기차의 즉각적인 가속과 BMW다운 움직임을 즐길 수 있고, 조수석에는 별도의 디지털 공간이 주어진다. 뒷좌석은 영화관과 사무실, 퍼스트 클래스의 역할을 모두 맡는다.


순수전기 플래그십으로서의 기본기도 강화했다. 더 뉴 i7 50 xDrive와 i7 60 xDrive는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으로 508km를 달린다. 고성능 모델인 i7 M70 xDrive도 기존보다 101km 늘어난 492km를 확보했다. 긴 주행거리 덕분에 뒷좌석에서 영화를 보거나 운전석에서 성능을 즐길 때도 충전부터 걱정할 필요가 줄었다.


가격은 더 뉴 i7 50 xDrive가 1억6990만, i7 60 xDrive가 2억1790만원이다. 최고성능 모델인 i7 M70 xDrive는 2억3500만원에 달한다.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은 아니지만, 차 안에서는 적어도 누가 더 좋은 자리에 앉았는지를 따질 필요가 없다.


직접 운전하고 싶은 날에는 운전석이 상석이고, 편히 쉬고 싶은 날에는 뒷좌석이 상석이다. 누군가에게 운전을 맡기더라도 조수석에서 즐길 거리까지 충분하다. 더 뉴 i7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은 파워트레인보다 어느 자리에 앉을지일지도 모른다.


▲타깃

-운전할 때도, 뒤에 탈 때도 언제나 대접받고 싶은 당신

-가족에게 좋은 자리 양보하고도 손해 보기 싫은 사람


▲주의할 점

-단점을 찾기 힘들다는 건 가격이 비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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