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美 데이터센터 투자에 제동 걸리나…韓 AI 공급망도 촉각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입력 2026.11.07 06:00
수정 2026.11.07 06:00
G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

민주당 압승에 건설 규제 우려…2028년 증설 물량 30% 영향 가능성

HBM 장기계약·전력기기 수주잔고 견조…실제 투자 지연 여부가 관건

LS일렉트릭의 UL 인증 데이터센터향 배전 솔루션. ⓒLS일렉트릭

미국 중간선거 이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강화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국내 반도체와 전력기기 업계에도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증설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반도체뿐 아니라 변압기, 배전반, 전력 케이블 수요까지 끌어올린 핵심 동력이었다. 실제 건설 일정이 지연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신규 수주와 납품 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을 확보하고 텍사스와 조지아 등 주요 데이터센터 투자 지역의 주지사 선거에서도 승리하면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관련한 규제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쟁점은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용수 사용과 지역 주민들의 비용 부담이다. 특히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을 공약한 민주당 후보들이 주요 지역에서 승리하면서 신규 시설에 대한 인허가 제한과 전력망 확충 비용 부담 확대 등이 투자 변수로 떠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규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투자 규모에 주목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데이터센터 개발 제한 가능성이 있는 주들이 미국 전체 계획 용량의 약 4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UBS는 2028년 미국 데이터센터 예상 증설 용량의 약 30%가 잠재적인 건설 중단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이 같은 우려는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5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지수가 약 5.5% 하락한 데 이어 6일 국내 증시에서도 반도체와 전력기기 관련주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이날 오전 9시 30분께 효성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16.81%, LS일렉트릭은 12.10%, HD현대일렉트릭은 11.21% 하락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얼마나 유지될지가 관심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응해 HBM과 서버용 D램,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공급을 늘려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3분기 실적발표에서 "2027년 HBM 공급 물량에 대한 가격 협상을 마치고 판매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3분기 HBM4 매출은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도 60%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28일 실적발표에서 "2027~2028년 생산능력의 50% 이상을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는 이미 체결한 계약과 고객사들이 구체적으로 협의 중인 수요를 합산하면 2029년까지 D램과 HBM 물량이 사실상 모두 완판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논의가 당장 내년도 HBM 공급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신규 데이터센터의 착공과 가동 일정이 장기간 지연된다면 2028년 이후 서버 증설 계획과 메모리 발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력기기 업계 역시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송전·변전·배전 설비가 필수적이다. 국내 기업들은 북미 전력 인프라 수요 증가에 힘입어 최근 수주와 실적을 크게 늘려왔다.


LS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8778억원, 영업이익 23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4.4%, 131.7% 증가한 수치다. 3분기 말 수주잔고는 약 7조원에 달한다. 지난달에는 미국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약 1689억원 규모의 배전 설비 계약도 확보했다. 2027년 납품 물량에 대한 계약이며, 2028년 공급 규모는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전선업계에서도 대규모 공급계약이 이어졌다. 가온전선은 지난달 29일 미국 생산법인 LSCUS를 통해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에 1200억원 규모의 배전케이블을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납품은 내년 상반기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이에 업계는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가 곧바로 국내 기업의 실적 악화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업체들은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일정 기간 수요를 확보하고 있으며, 전력기기 업체들도 기존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생산과 납품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 송전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대 등 데이터센터 이외의 전력 인프라 수요도 존재한다는 점도 그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배경이다.


미국 빅테크의 투자 계획 역시 당장 축소된 것은 아니다. 구글은 중간선거 이후인 5일(현지시간) 와이오밍주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메타도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연간 설비투자를 1350억~1450억달러로 예상하며 AI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관건은 데이터센터 규제 논의가 실제 투자와 장비 발주 일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느냐다. 인허가와 착공이 지연되면 신규 전력설비 발주가 늦춰질 수 있고, 데이터센터 가동 시점이 밀리면 이후 서버와 메모리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존 계약이 유지되고 신규 투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면 국내 공급망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라는 중장기 흐름이 꺾였다고 판단하기보다 미국의 규제 변화가 실제 프로젝트 일정과 기업들의 신규 발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