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리지 규제 100일…개미만 잡고 외국인 초단타 대책 '실종'
입력 2026.11.07 07:01
수정 2026.11.07 07:01
국감서 ETF 리밸런싱 악용·시세조종 의혹 제기
거래 횟수·주문량 제한 등 외국인 거래 규제 필요성↑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국계 초고속 알고리즘 매매(HFT)의 시세조종 의혹이 도마 위에 올랐다.ⓒ연합뉴스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자 보호대책을 시행한 지 100일을 맞았지만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은 높아진 반면, 시장 교란 의혹이 제기된 외국계 초단타 매매에 대한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 7월 31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자 보호대책을 시행한 지 100일을 맞았다.
그러나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외국계 초고속 알고리즘 매매(HFT)의 시세조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책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계 HFT가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거래 구조를 이용해 부당한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외국계 HFT 업체에게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종가 리밸런싱은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장 마감 때 리밸런싱을 위해 기계적 매도를 해야 하는데 HFT 업체들이 이 전략을 활용해 손쉽게 차익을 내는 것을 반복했다"고 꼬집었다.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부실 문제도 함께 거론됐다.
그는 "거래소가 감시 대상인 외국계 HFT 회사를 자문위원으로 모시고 있다"며 "불법에 눈을 감는 거래소의 행태를 좌시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HFT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대량의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는 거래 방식이다.
미세한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운용 구조를 이용한 거래다.
지난 5월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는 기초주식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주가가 하락하면 운용사는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줄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장 마감에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외국계 HFT가 이 같은 매매 구조를 이용해 차익을 챙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대량 매도와 반복적인 주문 취소로 주가를 떨어뜨린 뒤, 운용사가 내놓는 매물을 싼값에 사들였다는 의혹이다.
이 과정에서 운용사가 주식을 제 값보다 싸게 팔면 투자자 손실도 커질 수 있다.
외국계 HFT 거래 규모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식·파생시장의 월평균 HFT 거래대금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상장 전인 올해 1~5월 약 2700조원에서 상장 후인 6~8월 약 4200조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1~8월 전체 HFT 거래대금은 2경6500조원으로 전체 주식·파생시장 거래대금의 약 40%를 차지했다. 이중 외국인 계좌 비중은 약 85%에 달했다.
금융당국도 조사에 나섰다. 지난 7월 당국은 외국계 초단타 투자자들의 거래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사의 직접시장접속(DMA) 서비스를 이용한 거래를 대상으로 주문 방식과 주가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과도한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는 거래에 비용을 부과하는 '과다호가부담금' 도입도 검토 대상에 올랐다.
당시 국감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불공정거래가 발생되는 부분은 거래소에서 상시 모니터링 중"이라며 "위법행위를 발견할 경우에는 즉시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개인투자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한 채 외국인 초단타 매매에 대한 대책은 놓치고 있었단 점을 인정한 셈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지난 5월 27일 국내외 상장지수펀드(ETF) 간 규제 격차를 해소하고 투자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출시 이후 거래가 급증하고 반도체주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출시 약 두 달 만에 투자자 보호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7월 31일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주식이나 채권 등 대용증권도 예탁금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증권 매도대금 역시 실제 결제가 완료된 후에만 예탁금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초단타 매매에 따른 피해를 줄이기 위해 거래 제한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계 초단타 매매에 대해서도 하루 거래 횟수나 주문량을 제한하는 등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